[기획] 소·맥 마케팅 주저하는 하이트진로의 속사정

[ 더리브스 ] / 기사승인 : 2025-02-03 13:13:52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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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지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하이트진로는 대한민국 최초로 소주와 맥주 브랜드를 고루 갖춘 회사지만 둘 사이 매출 격차가 크다. 굳건히 상위 자리를 지키는 소주에 비해 맥주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판매량이 지속되고 있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일각에서는 ‘소맥 마케팅’을 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지만 하이트진로로선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경쟁사도 그 일환으로 소맥용 맥주를 출시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이트진로는 국내에서 시즌·트렌드에 맞춰 맥주 개발에 힘을 주고 있지만 소주 경쟁력이 더 높은 게 현실이다. 해외에서도 한국 고유의 술로 각인돼 태생적 한계가 있는 맥주보다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소주다.





하이트진로 매출 대장은 소주





국내 알코올 음료 1위 하이트진로는 2005년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합병돼 재탄생한 기업이다. 진로 소주는 1924년 시작돼 맥주보다 9년 역사가 앞서지만 2003년 회사정리절차 위기로 소주를 살린 건 맥주 쪽이다. 2005년 하이트맥주컨소시엄은 진로를 인수했다.



다만 현재 하이트진로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건 소주다. 하이트진로의 최근 2개년 소주, 맥주 매출 추이를 보면 2022년은 각각 1조4990억원, 7842억원으로 소주가 2배 가량 앞서며 2023년에도 각각 1조4670억원, 8232억원으로 소주 매출액이 여전히 압도적이다.



맥주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함에도 소주 매출에 힘입어 하이트진로의 전체 매출액은 증가해 왔다. 하이트진로의 매출액은 2022년 2조4976억원, 2023년 2조5202억원으로 1.01%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액도 2조5920억원으로 추산돼 전년 대비 약 1.03% 올랐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계엄 사태 등으로 소비 심리가 더욱 둔화됐지만 소주 매출은 여전히 앞섰다. 경기 침체기에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주를 찾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소주, 맥주 매출액은 각각 1조5436억원, 8208억원이다.





하이트진로, 소맥 마케팅 주저하는 배경은






하이트진로. [그래픽=김현지 기자]
하이트진로. [그래픽=김현지 기자]




맥주 매출이 소주를 좀처럼 넘어서지 못하면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마케팅을 강화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 최근 유튜브 채널 ‘잡플러스TV’는 하이트진로가 왜 소맥을 판매하지 않는지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한 하이트진로의 답변은 “대한민국 문화상 (소비자가) 원하는 소맥 비율이 다 다르다”는 것이었다. 또한 “소맥으로 제품이 나오면 모든 소비자의 취향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게 하이트진로의 설명이었다.



그럼에도 하이트진로에 대해 소맥 마케팅 요구가 나오는 이유를 추정해보면 선례가 없지 않다. 2019년 맥주 테라 출시 당시 소주 브랜드와 결합한 소맥 열풍이 ‘테진아(테라+진로이즈백)’, ‘테슬라(테라+참이슬)’ 등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과거도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소맥 열풍은 회사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만들어졌지만 하이트진로도 소맥 마케팅을 아예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하반기 헬시플레저 트렌드를 활용해 ‘제로슈거’ 제품군을 묶어 소맥 마케팅을 시도했다. 다만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3·4분기 소주 매출액 추이는 3770억원·3907억원으로 약 1.0%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맥주는 2457억원·1762억원으로 한 분기 만에 매출이 오히려 약 72% 감소했다.



소맥 마케팅에 부담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건 경쟁사 역시 실패한 전례도 있기 때문이다. 롯데주류는 소맥 시장을 겨냥해 2017년 소맥용 맥주를 출시했으나 5년 만에 단종됐다.





해외는 소주…한류 콘텐츠로 적극 활용돼





하이트진로는 소맥 마케팅을 바라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트렌드 마케팅에 나서더라도 우선은 각각 고유의 맛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는 맥주 브랜드에 대해 국내에서 시즌별 마케팅을 꾸준히 시도해 왔으며 최근에는 겨울 스키 시즌을 맞아 리조트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최근에는 브랜드 자체 캐릭터를 만들어 SNS를 통해서도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외에서는 맥주나 소맥 관련 마케팅보다는 소주에 보다 힘을 싣고 있는 모습이다. 하이트진로는 과일 소주가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소주를 한국의 전통주로 부각시키며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다만 하이트진로가 홍보하지 않아도 전통주로서 소주가 가진 매력은 한류 차원에서 다양한 콘텐츠로 알려지고 있다. 해외에 레스토랑을 차려 한식을 판매하는 방송 콘텐츠 ‘장사천재 백종원’, ‘서진이네’ 등은 한국 소주 및 소맥 문화를 소개했다. 소주 아티스트 ‘퍼니준(김완준)’은 소주를 오브제 삼아 강연, 전시회 등을 개최하며 한국 주류 문화를 알리고 있다.



한편 하이트진로는 일본, 미국, 중국, 베트남 등 전 세계 86개국에 소주를 수출 중인 가운데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 중이다. 한식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서 한국 주류 섭취 경험률 1위 대상은 소주이며 47.2%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 소주에 대한 인지도는 동남아시아가 74.0%로 타 권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박달님 기자 pmoon55@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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