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토)에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11화에서는 다시금 국극 배우의 꿈을 품고 매란에 돌아온 윤정년(김태리 분)이 간판스타 문옥경(정은채 분)과 서혜랑(김윤혜 분)이 떠나고 쇠퇴의 길로 향한 매란의 쇄신을 꿈꾸며, 라이벌 허영서(신예은 분)과 함께 ‘매란의 새로운 왕자’ 자리를 두고 경쟁을 시작하는 모습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이와 함께 ‘정년이’ 11화는 수도권 가구 평균 13.5%, 최고 14.8%, 전국 가구 평균 12.8%, 최고 14.1%로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수성했다.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정년이의 복귀는 옥경의 잠적으로 인해 어수선한 분위기에 빠진 매란에 새로운 활력소가 됐다. 단원들과 단장 소복(라미란 분)은 씩씩하게 돌아온 정년이를 가족처럼 맞이했고, 정년이는 정식으로 입단시험을 치르겠다고 선언하며 모두의 응원을 얻었다. 하지만 모든 게 꽃길만은 아니었다. 아직 해묵은 감정을 풀지 못한 정년이와 주란은 여전히 서먹한 관계를 이어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또한 뒤늦게 옥경이 국극계를 떠난 사실을 듣게 된 정년이는 깊은 상실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옥경과의 추억을 가슴에 묻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했고, 영서는 정년이에게 “우리가 옥경 선배의 자리를 대신하자”며 손을 내밀며 헛헛한 마음을 우정으로 채웠다.
한편 매란의 사정은 악화 일로였다. 소복은 합동공연의 빚을 매란이 전부 떠안는 바람에 나날이 빚 독촉에 시달렸지만, 새로운 대형 국극인 ‘신라의 여왕’을 제작해 매란의 건재함을 보여주려 사력을 다해 일을 추진했다. 하지만 극본가는 영화계로부터 제안을 받았다며 집필에서 손을 뗐고 제작비 역시 큰 부담이었다. 백방으로 제작비를 구하던 소복은 과거 매란 단원이자 갑부의 후처가 된 홍매(장희진 분)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고 활로를 찾는 듯했다. 하지만 홍매의 목적은 국극 공연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매란국극단 건물을 매입하는 것이었다. 홍매가 매란의 금고와 회계 장부를 모조리 빼돌린 고부장(류승수 분)과 한패라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은 소복은 심지어 그날 밤, 단원들이 매란을 떠나는 모습을 목격한 뒤 끝내 실신해버리고 말았다.
소복이 무너지며 매란 내부도 분열됐다. 정년이는 각자 살길을 찾아 떠나겠다는 이들과 매란을 지키려는 이들의 다툼 속에서 사태를 수습할 방법을 찾지 못해 답답해했다. 더욱이 정년이는 이처럼 심란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자신을 피하기만 하는 주란이를 향한 야속함도 점점 커져갔다.
이로서 매란의 신성 배우 두 사람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길거리 공연을 진행했다. 매란 단원들은 호객을 담당했고 모처럼 매란은 긍정의 에너지로 들썩였다. 먼저 영서의 공연이 펼쳐졌다. 이미 합동 공연으로 인해 팬클럽까지 생긴 영서의 공연은 북새통을 이뤘고, 이에 화답하듯 영서는 이몽룡이 되어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며 흥겨운 공연을 펼쳤다. 무대 위에서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언제나 초조해하던 영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관객들과 어우러져 진심으로 공연을 즐기는 영서의 모습에서 눈부신 성장이 엿보였다.
반면 정년이는 서울역에 터를 잡았다. 하지만 영서에 비해 인지도도 높지 않은 정년이의 공연에 관객이 몰릴 턱이 없었고, 공연을 찾은 몇몇 관객조차 정년이를 채공선(문소리 분)의 딸로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정년이는 소수의 관객들과 매란 단원들만이 모인 가운데 조심스럽게 공연을 시작했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와줄지 모르는 상황. 정년이는 ‘심청가’의 한 대목을 소화했고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추월만정’을 부르자 정년이의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해 현장의 분위기는 금세 얼어붙었다. 객석에서 “채공선 딸이라더니 별 볼일 없다. 집어치워라”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와 정년이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지만, 정년이는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이때 한 관객의 악담이 쏟아지자 참다 못한 주란이가 나서서 “방해하지 말고 가라”라고 쏘아붙이며 정년이에게 힘을 보탰다. 주란과의 교감으로 다시금 흐름을 잡은 정년이는 무서운 기세로 ‘추월만정’에 빠져들었다. 앞서 “빈소리를 무엇으로 채우겠냐”는 엄마 공선의 물음에 정년이는 “난 소리를 잃었지만은 아즉 연기를 할 수 있어. 춘향이를 허든 심청이를 허든 그 사람이 되버릴라네. 그래가꼬 빈소리를 아주 차고 넘치게 채워버릴꺼여”라고 대답했던 바. 그 다짐처럼 정년이는 마치 심청이가 된 듯한 눈빛과 몸짓, 감정으로 아직은 거칠고 비어 있는 소리를 단단하게 채워내며 수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떡목이라는 시련도 자신의 방식대로 극복한 정년이의 모습은 무너져버린 소복에게도 재기를 꿈꿀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그리고 주란 역시, 정년이를 피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정년이에게 솔직히 전하며 다시금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갈 수 있었다.
결국 소복은 제작비가 많이 드는 대작 ‘신라의 여왕’을 포기하고, 그 대신 참신하고 실험적인 작품인 ‘쌍탑전설’로 눈을 돌렸다. 극 후반부에 광기에 찬 예술가를 연기해야 하는 난이도 높은 작품. 소복은 정년이와 영서의 연기력을 믿고 과감한 시도를 하기로 했다. 새로운 작품을 받아 든 매란 단원들도 열의에 찼다. 특히 주인공 남역 ‘아사달’로 오디션을 보기로 결심한 정년이는 주란이에게 상대역인 ‘아사녀’를 맡아 반드시 무대에 같이 오르자고 말했다. 하지만 집안에서 원하는 결혼을 앞두고 있던 주란은 정년이의 뜻을 들어줄 수가 없었고, 주란은 거절 대신 정년이에게 듀엣씬 연습을 제안하며 진심을 담은 연기로 자신의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다음 날, 소복은 단원들에게 ‘쌍탑전설’ 오디션 소식을 알렸고 ‘아사달’ 역에 정년이와 영서가, ‘아사녀’ 역에 주란과 초록이 후보로 올랐다. 이때 주란이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오디션을 보지 못할 것 같다”라며 결혼과 매란 탈퇴 소식을 전해 모두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그리고 주란은 모진 마음을 먹고 곧장 떠날 채비를 했다. 영서는 정년에게 ‘주란이가 연습실에서 기다린다’는 말을 전했지만,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정년이는 끝내 연습실에 가지 않았다. 하지만 주란이가 매란을 나서는 순간, 차마 그대로 주란이를 보낼 수 없던 정년이는 문 밖을 쫓아나갔고, 하염없는 눈물로 각별했던 인연을 떠나보내 보는 이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에 선망했던 옥경과 애틋했던 주란을 모두 떠나보내고, 오로지 ‘국극’ 하나만을 곁에 두게 된 정년이가 끝내 찬란한 별천지 속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될 수 있을지 ‘정년이’ 최종화에 초미에 관심이 쏠린다.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그리는 드라마. 오늘(17일) 밤 9시 20분에 최종화가 방송된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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