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다승 투수' 그의 은퇴는 그가 결정해야 한다

[ MK스포츠 야구 ] / 기사승인 : 2021-12-02 08:24:51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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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최다승(129승) 투수 두산 장원준(36)은 두산이 발표한 보류 선수 명단에 포함됐다.

내년 시즌에도 재계약 대상이라는 뜻이다. 연봉 삭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원준의 올 시즌 연봉은 8000만 원. 수십억대 FA 시절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지만 장원준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장원준의 은퇴는 장원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 정도 권리는 누릴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가진 선수다.

두산은 장원준에게 은퇴를 강요할 수 없다. 그동안 장원준이 만들어 낸 헌신을 생각하면 그렇게 헌 신짝 버리듯 해선 안된다.

지난 2015년 롯데에서 두산으로 FA 이적한 장원준은 그 해 12승12패, 평균 자책점 4,08을 기록하며 두산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겼다.

2016시즌엔 더욱 큰 성과를 거뒀다.

15승(6패) 투수가 되며 평균 자책점 3.32를 기록, 두산이 한국시리즈 2연패를 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장원준의 영입 없이 두산의 전성기는 열릴 수 없었다.

이듬해엔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치기는 했지만 장원준은 14승9패, 평균 자책점 3.14로 제 몫을 다해냈다. 두산 이적 초반 3년간의 성적으로 장원준에 대한 투자는 본전을 뽑았다고 할 수 있다.

이후 장원준은 긴 슬럼프에 빠진다. 단 한 차례도 10승 이상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2018시즌에 거둔 3승(7패)가 시즌 최다승 기록일 정도로 맥없이 무너졌다.

하지만 장원준은 무릎을 꿇지 않았다. 보직에 상관 없이 팀이 필요로 하는 상황에선 마운드에 올랐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역할을 해 온 것이다.

팀이 큰 점수차로 앞서 있거나 큰 점수차로 뒤져 있을 때도 사인만 나오면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

누구도 던지기 싫어하는 상황이지만 장원준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팀을 위해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만 의미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누군가 공을 던져줘야 경기가 진행 될 수 있다.

개인 성적과 아무 상관 없는 상황에서도 마운드에 올라 묵묵히 자신의 공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경우에 따라선 타이트한 상황에서도 등판을 했다. 구원 성공률은 전성기에 비해 크게 떨어졌지만 팀이 필요로 하면 주저없이 등판했다.

장원준이 자신의 은퇴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이유다.

전성기 때는 팔이 빠져라 팀을 위해 공을 던졌다. 세월의 흐름 앞에 공의 위력이 떨어진 뒤에는 마당쇠처럼 맡은 보직에 최선을 다했다. 싫은 소리 한 번 없이 꾸준하게 마운드에 올라 자기 할 일을 하고 내려왔다.

성적만으로 장원준의 현재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장원준은 스스로 물러설 때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는 선수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두산도 그런 예우 차원에서 올 시즌 성적(1패1세이브4홀드, 평균 자책점 6.75)이 좋지 못했음에도 장원준을 보류 선수 명단에 포함 시킨 것으로 보인다.

연봉의 큰 폭 삭감이 예상되는 상황. 하지만 장원준이 이를 받아들이고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선다면 그 역시도 인정 받아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장원준은 이미 자신이 해야 할 몫을 다해낸 선수다. 마지막을 의미 있게 장식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선수다. 그의 은퇴는 장원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는 방식이 될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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