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를 편드는 국민의힘 [김유민의돋보기]

[ 서울신문 ] / 기사승인 : 2021-08-02 07:11:11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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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당 대변인이 여성혐오의 폭력을 저지른 남초 커뮤니티를 변호해주고 있는 황당한 사태. 국민의힘이 아니라 남근의힘인가.”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20·광주여대)을 향한 성차별 공격은 주요 외신에 보도되며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

올림픽 첫 출전에 3관왕이라는 역대급 신기록을 세운 안산 선수에게 일부 남성들은 페미니스트라며 메달을 반납하라고 우기는 못난 행태를 보였다. 안산 선수가 쇼트커트를 했고, 여대를 나왔으며 SNS에서 ‘웅앵웅’ ‘오조오억’의 표현을 썼다는 것이 그들이 내세운 이유의 전부였다.

BBC는 “양궁 3관왕에 오른 한국의 안산 선수가 온라인상에서 짧은 머리를 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고 있다. 이는 일부 젊은 한국 남성들 사이의 반페미니즘 정서에 기반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안산 선수는 침착했다. 그는 “(페미니스트) 이슈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최대한 신경쓰지 않고 경기에 집중하려고 했다. 경기력 외에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양궁협회 게시판에는 “안산 선수를 사이버테러로부터 보호해달라”는 내용의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선수가 원인 제공했다는 대변인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안산 선수에게 쏟아진 혐오발언과 온라인폭력에 대해 “남성 혐오 용어를 사용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안 선수에 대한 도 넘은 비이성적 공격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면서도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과 래디컬 페미니즘(급진적 여성주의)에 있다”고 말해 선수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여혐을 옹호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안 선수가 ‘남혐 단어’를 써서 그렇다는 말로 폭력의 원인을 선수에게 돌리고 있다. 양 대변인의 이번 사건에 대한 인식이 아주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1950년대 미국 정치를 엉망으로 만든 매카시즘의 공산주의자 몰이와 너무 닮았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그러니까 애초 잘못은 안 선수에게 있었다. 그게 핵심이다. 여혐을 공격한 남자들의 진의를 이해해줘야 한다. 이런 얘기죠? 이준석표 토론배틀로 뽑힌 대변인이 대형사고를 쳤다. 이게 공당의 대변인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라며 “여성혐오를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는 자들은 적어도 공적 영역에선 퇴출당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안에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는 입장을 이어오던 이준석 대표는 진중권 전 교수를 향해 “적당히 좀 하라”며 “대변인들에게 특정 의견을 주장하라는 지시는 안 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양 대변인은 재차 글을 올려 “어떻게 제 글이 ‘잘못은 안 선수에게 있다’고 읽히나. 고의로 보고 싶은 것만 보면 곤란하다”며 “‘숏컷’만 취사선택해서 ‘여성에 대한 혐오다’라고 치환하는 일부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이었다”라고 반박했다.“사과로 안 끝나… 사퇴해야 할 일”

논란이 커지자 양 대변인은 “자제하고 있다”면서도 “안 선수의 사례를 들 때 남혐 용어로 ‘지목된’ 여러 용어를 사용한 적이 있었다고 한 것이지 이게 진짜 혐오 단어라곤 단정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장혜영 의원은 “양 대변인이 반성은 못할망정 ‘남혐 단어를 공식 인정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 이는 사과로 끝나지 않는다. 사퇴해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여권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는 “안 선수에 대한 국민의힘 논평이 엉뚱한 과녁을 향했다”며 “선수를 향한 성차별적 공격과 터무니없는 괴롭힘을 비판해야 할 공당이 피해자에게 원인을 돌렸다”고 지적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측 장경태 대변인도 논평에서 “국민의힘이 젠더갈등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이 대표는 논란의 시작부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독재 정당에서 혐오 정당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고 싶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양 대변인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토론배틀로 직접 뽑은 ‘당의 입’이다. 일부 남초 커뮤니티의 왜곡된 주장을 변호하며 여성혐오를 옹호하는 행보는 제1야당 대변인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원인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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