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반ESG’ 증권사 거래사 선정 논란

[ 환경일보 ] / 기사승인 : 2025-11-12 23:59:37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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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ESG 평가를 강화했음에도 석탄발전 채권 주관 증권사를 거래사로 유지하며 형식적 평가 운영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환경일보DB
국민연금이 ESG 평가를 강화했음에도 석탄발전 채권 주관 증권사를 거래사로 유지하며 형식적 평가 운영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환경일보DB




[환경일보] 국민연금이 ESG 경영 강화를 강조하며 거래증권사 평가 기준에서 ESG 배점을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석탄화력발전소 채권을 주관한 증권사들이 여전히 거래증권사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공시가 ‘ESG 워싱’이라는 지적을 받은 가운데, 거래증권사 선정 과정에서도 ESG 기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기후솔루션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까지 신규 석탄발전소 채권을 주관한 키움증권과 흥국증권을 거래증권사로 유지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흥국증권은 올해 하반기에도 거래증권사로 선정됐다.



국민연금은 매년 상·하반기 국내 주식 거래증권사를 선정해 발표하며, 거래증권사 선정은 시장 내 신뢰와 평판 확보에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거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를 통한 수수료는 증권사의 법인영업 수익 중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3년 하반기부터 국민연금은 ESG 배점을 기존 5점에서 10점(100점 만점 기준)으로 상향하고, 평가 항목명도 ‘책임투자 및 사회적 책임’에서 ‘책임투자 및 ESG 경영’으로 변경해 ESG 평가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거래증권사 수도 축소되며, 상위권 선정을 위한 ESG 평가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실제 선정 결과는 ESG 원칙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따른다.



키움증권과 흥국증권은 국내 마지막 신규 석탄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의 공모채 대표 주관사로 참여했다. 이 사업은 연간 약 1,28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대형 석탄발전소로, 국내외 금융기관 다수가 탈석탄 방침에 따라 철수한 바 있다.



2021~2023년 발행된 삼척블루파워 공모채는 총 1조2500억원 규모로, 이 중 약 70%가 미매각되며 ‘반ESG 채권’으로 낙인찍혔다. 2024년 말 총액인수 약정 종료 이후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은 철수했지만, 키움증권은 대표 주관사로 남아 채권 발행을 계속 이어갔다. 발행 채권 대부분은 개인투자자가 매수하고 있어 ‘기후위험 전가’ 비판도 제기됐다.



2025년 4월과 8월에 이뤄진 삼척블루파워 채권 발행에는 흥국증권이 키움증권과 공동 주관사로 참여했으며, 흥국증권 역시 올해 하반기 국민연금 거래증권사 명단에 포함됐다.



이러한 선정 결과는 ESG 평가가 실질적인 기준이 아닌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연금이 ‘책임투자’로 공시한 자산 중 약 97%가 실제 ESG 반영이 미비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남인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은 “국민연금이 ESG 투자 강화를 선언하면서도, 석탄발전소 채권을 개인에게 판매한 증권사를 거래 파트너로 유지한 것은 국민 신뢰를 훼손하는 결정”이라며 “거래증권사 선정 과정 전반에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고, ESG 원칙 위반 증권사에 대한 명확한 배제 기준과 사후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연주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연구원은 “현재 국민연금의 거래증권사 선정에서 ESG 항목은 정량평가에만 포함되어 있으며, 증권사의 실제 ESG 경영 태도나 리스크 대응 역량을 반영하기 어렵다”며 “정성평가 영역에도 ESG 관련 항목을 신설하고, ESG 컨트로버시가 발생한 증권사는 일정 기간 거래증권사 선정에서 배제하는 등 실효적 제재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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