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통약자의 디딤돌 '운전면허지원센터'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10-23 11:35:25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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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 수는 2024년 기준 약 26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에 달한다. 산업재해와 고령화 등 사회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후천적 장애인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이제 장애인이 단순히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온전히 자립하고 참여해야 할 '시민'임을 우리 사회에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남부운전면허시험 단장 / 공학박사 노유진
남부운전면허시험 단장 / 공학박사 노유진

그 자립의 첫걸음은 '이동'이다. 이동은 단순히 장소를 옮기는 행위가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고 삶의 주체로 살아가는 희망의 표현이다. 그러나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 가정 등 교통약자에게 이동은 여전히 높은 장벽으로 존재한다.

특히 운전면허 취득은 경제적·신체적 제약으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꿈조차 꾸기 어려운 과제였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한국도로교통공단은 '디딤돌 운전면허지원센터'를 전국 운전면허시험장에 설치해,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에 앞장서고 있다. 그중에서도 부산 남부운전면허시험장은 2013년 전국 최초로 디딤돌센터를 개소하며, 지역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켰다.

지난 10년간 남부운전면허시험장은 약 2000명의 장애인과 취약계층에게 운전면허 취득을 지원해왔다. 교육비는 전액 무료이며, 학과부터 도로주행까지 ONE-STOP 서비스를 제공해 실질적인 자립을 돕고 있다.

특히 2024년부터는 기초생활수급자와 한부모 가정까지 지원 대상이 확대돼 더 많은 교통약자들이 이동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운전면허를 취득한 장애인은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자립 생활이 가능해지며,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회복하게 된다. 특히 후천적 장애를 겪은 산업재해 피해자들에게는 삶의 재도약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된다.

운전면허증은 단순한 플라스틱 카드가 아니다. 장애인에게 직업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자립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적 자유'를 의미한다. 특히 후천적 장애를 겪은 산업재해 피해자들에게는 상실된 이동권을 회복하고, 멈췄던 삶을 재도약시키는 실질적인 발판이 된다.

부산지역 자활센터와의 MOU 체결을 통해 자활 참여자들에게 면허 취득 기회를 제공하는 등 디딤돌센터는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사회 통합의 선순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동권은 권리다.' 부산 남부운전면허시험장의 사례는 그 권리를 실현하는 가장 실질적이고 따뜻한 방법이다. 디딤돌 운전면허지원센터는 단순한 운전 교육 기관이 아니라, 교통약자의 권리를 실현하는 사회적 플랫폼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규제나 단속이 아니라, 바로 이 디딤돌과 같은 포용적 사회 시스템이다.

우리는 263만 장애인의 삶을 멈추게 하는 돌부리가 아니라, 그들의 희망과 자립을 향한 걸음을 돕는 굳건한 디딤돌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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