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30분, 텔레그램 단톡방서 업무 지시…중기부 '심야 행정' 논란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10-16 16:59:23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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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30분경 텔레그램 단톡방에서 중기부 관계자가 산하기관 직원에게 업무 지시 / 제보자 제공
새벽 1시 30분경 텔레그램 단톡방에서 중기부 관계자가 산하기관 직원에게 업무 지시 / 제보자 제공

(대전=국제뉴스) 이규성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심야 시간대 메신저 단체대화방을 통해 업무 지시를 내려온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공식 공문이나 보고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복수의 실무자가 참여한 단톡방에서 예산 정리와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단톡방 대화 내용에는 “엑셀 양식에 잔여 예산도 보기 좋게 정리해 달라”, “이번에도 못 끝내면 연휴 내내 해야 한다” 등 업무 독촉성 발언이 다수 포함됐다.

또 “퇴근 전까지 제출하라”, “의견란은 공란으로 두라, 검토 후 작성하겠다”, “출근 전까지 볼 수 있게 준비하라” 등 구체적인 지시 내용도 발견됐다.

특히 이러한 메시지의 상당수는 자정 이후 심야 시간대나 휴일에 발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산하기관 실무자는 “공문이 아닌 메신저를 통한 지시는 행정정보공개법 및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퇴근 후나 연휴 중에도 업무 지시가 내려와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명 ‘업무 n번방’이라는 표현은 중기부가 유사한 단톡방을 여러 개 운영하며 산하기관 직원들에게 수시로 지시한다는 내부 증언에서 비롯됐다.

익명의 제보자는 “중기부 단톡방은 사실상 ‘밤샘방’”이라며 “심야나 주말에도 답변이 늦으면 바로 연락이 온다”고 폭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공식 문서보다 메신저 지시가 더 빠르다는 이유로 사실상 실시간 대응을 강요받고 있으며, 휴일에도 업무가 끊기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비공식 메신저 행정은 행정 투명성과 책임성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관행으로, 공공기록물 관리와 공무원 근로권 보호 차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며 “업무상 주요 결정이나 지시는 반드시 공식 문서로 남겨야 하며, 메신저 행정이 상시화될 경우 정책 과정의 책임 추적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논란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며, 관련 내용은 감사실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내에서 효율을 내세운 ‘메신저 행정’이 반복되는 가운데, 기록은 사라지고 야간·휴일 업무에 시달리는 산하기관 직원들의 노동 인권이 침해되는 구조적 문제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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