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뒷짐 지던 한투증권, 벨기에펀드 선제 배상 나서는 까닭

[ 더리브스 ] / 기사승인 : 2025-07-04 10:06:29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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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황민우 기자]
[그래픽=황민우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벨기에펀드에 대해 사기 판매가 아니라며 선을 그으면서도 선제적 배상에 나서고 있다. 불완전판매 요인이 일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결과다.



배상에 적극 나선 모양새로 비치지만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낸 영향이 없지 않다. 피해자들은 해당 펀드가 전액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임을 모르고 가입했다고 주장해 왔다.



선제 배상은 계열회사로까지 문제가 부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도 비친다. 비난의 화살은 한국투자리얼에셋자산운용에도 향하고 있다.





한투증권, 판매사 중 발 빠른 배상 나서





한투증권이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신탁2호(파생형) 투자자들을 상대로 여타 판매사들보다 발 빠르게 배상에 나섰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현재 배상을 검토 중이다.



자율배상 배경은 펀드 판매 과정에서 판매사 귀책사유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운용보고서를 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있는가 하면 대출 구조 및 해외법인 자산관리 방식 등을 모르고 가입했다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다.



투자자들은 후순위 상품에 가입한 사실과 위험성 등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상품에 가입했다고 주장했다. 펀드와 관련해 핵심 정보를 고지해야 하는 판매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야기다.



다만 투자자들의 지적이 주장에만 머문 건 아니다. 한투증권은 자체 검사를 통해 판매사의 귀책사유가 발견되는 경우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는 고객을 상대로 자율배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투증권으로부터 배상안을 안내받은 투자자들은 펀드 권유를 받은 당시 녹취 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증권의 행보는 사태를 판매사 선에서 마무리하려는 모습으로도 비친다. 투자자들은 판매 과정뿐만 아니라 펀드를 부실 운용한 운용사에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한투증권이 같은 계열회사의 과실을 은폐하기 위해 배상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펀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설정했으며 한투증권이 약 70%를 판매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실물자산운용 부분이 그대로 물적분할 해 지난 2022년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출범했다.





불완전판매 소지 발견되는 경우 배상안 제안






한국투자증권. [그래픽=김현지 기자] 
한국투자증권. [그래픽=황민우 기자]




한투증권은 벨기에펀드 투자자들을 상대로 20%에서 30% 배상 비율을 제시하고 있다. 제안한 배상 비율대로 합의를 마친 투자자들도 일부 있다. 고령인 투자자 중 100%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일찍이 합의 본 사례가 파악됐다.



한투증권은 부실 사모펀드에 대해 100% 배상을 진행했던 사례와 달리 벨기에펀드는 상품 자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투증권은 지난 2021년 디스커버리펀드‧옵티머스펀드 등에 대해 100% 배상을 진행한 바 있다.



투자자 A씨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녹취록이 있어서 펀드 위험성 고지 등 자세히 설명 안 한 부분 때문에 처음에 20%가 책정됐고 금감원 민원 넣고 나니까 35% 준다고 했다”며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옵티머스 펀드 등은 상품 설명서와 실제 운영과 아예 달랐기 때문에 잘못된 상품을 팔았던 것이고 전액 배상을 결정하면서 증권사가 해외 운용사한테 구상권을 청구해서 일정 부분 받아냈다”라며 “벨기에펀드는 상품 자체가 불량품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는 고객 중 70% 이상은 배상이 진행됐다”라며 “투자자의 기존 투자 이력이나 증권사의 귀책사유 등에 따라 일정 부분 비율로 정해서 배상했다”고 답했다.



한투증권을 통해 벨기에펀드에 가입한 80대 B씨는 더리브스와 대화에서 “임대료에서 이자만 받으면 되니까 이 사람들이 나가지만 않으면 상관없다고 (한투증권이 직원이) 말했다”며 토로했다.





“운용사 잘못 따지면 배상액 커지기 때문에 무마하려는 것”





투자자들은 펀드 손실의 근본적 원인은 운용사에 있다고 지적했다. 운용사가 선순위 대출의 만기 연장이 필요한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잦은 운영 인력 교체는 전문성 및 책임성 부족으로 이어졌다고도 꼬집었다.



또한 투자자들은 지난 2022년 말부터 임대수익이 축소 및 지급 중단된 상황에서 운용사가 손실을 감지하고 있었음에도 투자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투자리얼에셋자산운용은 자본시장법상 해당 상품의 경우 자산운용보고서 공시 의무만 있으며 자산운용보고서는 규정대로 공시됐다는 입장이다.



운용력이 내부 조직개편, 물적분할, 운용역의 퇴사 등으로 교체됐지만 규정과 프로세스에 따라 모든 업무는 인수인계됐다는 게 한국투자리얼에셋자산운용의 설명이다.



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신탁 피해 투자자 대책모임 김화규 회장은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운용사의 잘못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이것을 따지고 들면 배상액이 커지기 때문에 (한투증권에서) 얼른 수습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초창기에는 (한투증권이 귀책사유를) 인정 안 하려고 하다가 요새는 민원을 두 번 세 번 따지니 그제야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서우 기자 dlatjdn@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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