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국제뉴스) 백승일 기자 = 840여억 원이 투입되는 충남 당진호수공원 조성 사업을 두고 지역 사회가 둘로 갈라졌다. 시는 시민 삶의 질 향상과 정주여건 개선을 앞세우며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고, 시민사회단체는 시급하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은 사업이라며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충남 당진시가 대덕동 1309번지 일원에 약 15만㎡ 규모의 대형 호수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히자, 당진참여연대, 당진YMCA, 참교육학부모회 등으로 구성된 '당진비상행동'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19일 당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세 개의 호수가 존재하는 당진시에 또 다른 호수공원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사업 전면 중단을 촉구했다. 특히 당진시가 지역 기업체로부터 받은 발전기금을 사업 예산에 포함시킨 점, 그리고 사후 유지비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비상행동 측은 "공원을 유지하려면 매년 수억 원의 예산이 들어갈 뿐 아니라, 오염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다"며 "결국 예산 낭비성 토목사업이자 향후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업으로부터의 기부금을 사실상 강요해 조달하는 방식은 시민과의 신뢰를 저버리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당진시 "정주여건 개선 위한 필수 사업"
반면 당진시는 사업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시는 입장문을 통해 "기존의 합덕제, 석문호, 대호호 등은 농업·공업용 목적의 호수로 도심 접근성과 시민 이용에 제약이 많다"며 "이번 호수공원은 시민 일상 속 친수·문화 공간으로서 전혀 다른 목적과 기능을 가진다"고 반박했다.
시 관계자는 "2023년 호수공원 조성을 주제로 실시한 현장 투표와 홈페이지 설문조사 등의 시민 1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9.4%가 찬성했다"며 "이는 단체 몇 명의 반대로 뒤집을 수 없는 시민 전체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당진시는 공원 운영 및 유지보수 비용에 대해 "정화 비용 연 3억 원을 포함해 연간 약 7억여 원 수준으로 예상되며, 이는 바닥처리와 정화시설 설치 등을 포함한 금액"이라며 "공원 관리 인력을 직접 채용해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부금 논란'과 '시민 여론' 사이
호수공원 사업비는 총 840여억 원 규모이며, 시 예산 150여억 원을 제외한 690여억 원은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 현대제철 등으로부터 발전기금, 그리고 민간기업의 기부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지역발전기금은 시민을 위한 돈이지, 시장의 정치적 성과를 위한 자금이 아니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는 "SK에서는 울산대공원 조성에 1천억 원, GS칼텍스도 여수 여울마루공원에 1천억 원을 지원한 사례가 있다"며 "기부금은 법적 절차를 따라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협력금 이다"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간극
공원 조성에 대한 시민단체와 시의 입장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당진비상행동은 도시계획의 변경 고시가 완료됐더라도 시민 참여 없는 일방적 행정은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하며, '농업진흥구역 조건부 해제'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당진시는 "대상지 선정도 전문가 추천과 협의를 거쳐 공정하게 진행되었으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한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된 상태"라며 사업 철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친수공간이냐, 예산 낭비냐. 당진호수공원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공원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공공사업의 방향성과 시민 참여의 의미를 되묻는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향후 이 사업이 어떤 방식으로 결론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