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운영의 경계

[ 사례뉴스 ] / 기사승인 : 2025-05-16 07:21:44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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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뉴스=신광훈 필진기자] 얼마 전, 결코 간단하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이 있었다.



한 직원이 선교 활동을 위한 휴가를 요청했다. 정해진 연간 유급휴가를 초과하는 일정이었지만, 그는 평소 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늘 책임감 있게 업무를 수행하던 성실한 직원이었다. 따지지 않고, 선뜻 휴가를 승인했다.



그런데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직원이 같은 선교에 함께 참여하고 싶다며 휴가를 요청해왔다. 문제는 이 둘이 같은 부서에서 동일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이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동일 부서, 동일 직무의 두 인원이 동시에 자리를 비우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 역시 두 직원과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으로서, 선교라는 사명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기에 선뜻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일주일간 고민한 끝에, 원칙에 따라 판단하기로 했다.









두 번째 직원을 조용히 따로 만나, “두 사람이 동시에 자리를 비우는 것은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자 그는 뜻밖에도 이렇게 말했다.



“그럼 회사를 그만두겠습니다.”



순간 놀라움과 함께, 갈등이 밀려왔다. ‘휴가를 허락하지 않으면 사직하겠다’는 접근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식이었지만, 그 역시 평소 성실했던 인재였기에 쉽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요청이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신앙적 소명에 근거한 것이었기에 더욱 마음이 복잡했다.



하지만 나는 끝내 만류하지 않았다. 설득하지도 않았다. 한 번의 예외는 또 다른 예외를 부르고, 결국 조직의 기준을 흔든다는, 이전의 회사 생활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 이번 판단의 기준이었다.









직원의 신념과 가치관, 특히 종교적 소명감은 경영진이 마땅히 존중해야 할 개인의 본질이다. 하지만 때로 개인의 신념과 조직의 안정적인 운영은 충돌할 수 있다. 그 경계를 선명하게 구분 짓고 다루는 것은, 경영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주어진 휴가 기간을 초과한 휴가를 승인하거나, 누군가에게는 허용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허용하지 않는 결정은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조직 운영이 사규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사규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조직이 지키고자 하는 ‘운영의 원칙’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 회사는 로펌이다. 고객의 의뢰를 정해진 기한 내에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며, 그 원칙이야말로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 원칙이 지켜질 수 있다면, 사규는 어느 정도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의 핵심 가치를 흔드는 전례는 가볍게 예외로 둘 수 없다.



결국 두 번째 직원은 회사를 떠났고, 선교 기간 동안 두 사람 모두 자리를 비우게 되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처음부터 둘 다 휴가를 승인한 것과 같았지만, 그만두겠다는 말이 통하는 조직으로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했다. 그 결정은 기준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좋은 사람을 붙잡고 싶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떠나는 좋은 사람을 붙잡기 위한 기준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남을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켠이 아린 것은 사실이다. 신앙과 운영이 부딪히면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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