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사회 세상읽기]멀지 않은 미래의 의과대학 모습, 교수의 입장으로 양질의 의사를 길러낼 수 있을까?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4-02-21 13:50:37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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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사회 이종목 공보이사
철수와 영희는 어릴 때부터 사이 좋게 지낸 친구이다. 2025년 철수와 영희는 나란히 의과대학에 입학하였다. 설레는 예과 1학년때는 교양과목을 이수하기 위해 각자 수업을 들었다. 철수와 영희는 같이 수업을 들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예과 2학년 신학기 시작하기 전 오리엔테이션에서 강의실의 준비되어 있지 않아 오전, 오후 반으로 나누어 강의가 진행된다고 들었다.

김열심 교수는 오늘 강의가 있다. 오전반, 오후반 모두 강의를 하여야 해서 오후에 예약한 환자를 다음 주에 올 수 있도록 변경하였다. 2025년부터 교수진을 늘리기 위해 공고를 내놓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지원자가 없어 수업을 나누어 할 수 있는 동료도 없다.

2027년이 되었다. 철수와 영희는 본과 1학년이 되었다. 2025년부터 시작한 강의실 공사가 아직 진행중이다. 여전히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뉘어서 강의를 듣는다. 시험치는 날이 되었다. 본과 2학년 선배의 반이 1학년 교실로 내려와 시험을 보려고 한다. 철수와 영희의 시험도 2시간 후에 쳐야 하나 마땅히 갈 곳이 없다.

2028년 새로운 강의실이 만들어져서 공간에 대한 부분은 숨통이 트였다.

열심히 공부한 철수와 영희는 본과 3학년, 이름만 들어도 두근거리는 병원실습을 시작하였다. 실습하러 오니 휴게공간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실습병원의 제한된 예산 및 대지로 증축이 어려웠다는 것이 원인이었다.

구체적 정책이 뒷받침 없이, 무리한 의대정원 확대로 미래에 대한 의과대학의 단편적인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당장은 확대된 정원으로 입학하는 학생이 준비되지 않은 교육 환경으로 지속적인 피해를 볼 것이 예상된다. 교수진도 늘어난 정원으로 교육 준비 사항에 대해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물론 늘어난 학생 수의 걸맞게 교수 채용도 늘겠지만, 늘 강조하는 현재 교수진에 대우가 좋아지지 않는 이상 지원자도 늘어날 것 같지 않다. 단순 1, 2년 만에 필요한 교수진을 뽑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뽑아 놓은 교수진을 위한 환경은 더더욱 준비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정책만을 준비하였지, 수련과정에 대한 정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5년간 2천 명을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그 뒤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 건지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정원확대에 따라 채용한 교수진에게 다시 면직을 권할 것인가?

최근 실현가능성이 어려운 정책이 선거를 앞두고, 환심만을 끄는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선심성 정책이 마구 나오고 있다. 의대정원 확대라는 정책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정부는 진심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정책이라면, 그 뒤에 예상되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 대응할 수 있도록 세세한 정책까지 뒤따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의대정원 확대는 다시 원점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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