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영화 ‘건국전쟁’에서 배운다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4-02-18 14:45:4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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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마침내 50만 관객을 넘어섰다. 딱딱한 다큐멘터리 영상이 50만 관객을 넘어선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알만한 셀럽의 관람 인증과 긍정적 관람 후기가 언론과 SNS를 달구자, 상영관을 확대하는 움직임마저 일어나고 있다.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이 9.75점을 기록한 걸 보면, 관람 중 눈가가 촉촉이 젖어왔다는 말이 과장이나 거짓이 아닌 모양이다.

역사적인 현장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기록물을 바탕으로 적절히 편집해 설득력 있는 전문가 해설을 곁들인 형식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신뢰와 믿음을 주는 데다 각종 팩트를 입증하는 실증적 자료와 그에 충실한 논리적 해석이 눈과 귀를 붙잡는다. 역사적 사실 위에 서서 역사를 찾은 성과에 반박할 여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 부정선거와 4·19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채 헛간에 방치된 진실을 이제야 발굴해낸 것 같다. 정규 교육 과정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거나 왜곡된 탓도 크지만, 흥미 위주로 각색된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김구 선생의 이중적 행적이 가장 큰 충격이다. 김구 선생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립투사이자 애국자로 각인된 인물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상징 인물인 그가 북쪽의 친소 단독정부 수립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그 막강한 군사력과 남침 야욕을 확인한 후, 김일성의 적화통일을 위한 전쟁을 일찌감치 예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적인 자리에선 남북한 통일 정부 수립을 주장하고 사적인 자리에선 적화통일을 언급한 사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랄만한 일이다.

그렇다고 하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가 곧 남침 당해 망할 정부이기 때문이란 말인가! 혹시라도 그게 적화통일 이후를 내다본 포석이라면 김구 선생을 끔찍한 출세주의자 내지 공산주의자로 본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설상가상 2차 대전 이후의 국제정세를 잘 알지 못한 ‘우물 안 개구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터다. 김구 선생의 독립투사로서의 업적과 명성을 폄훼할 의도는 추호도 없지만, 자유민주국가의 정치인으로서의 역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 유감스럽다.

한강 다리 폭파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수많은 피난민이 건너고 있는 와중에 예고도 없이 한강 다리를 폭파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미리 종로 경찰서 경찰이 파견돼 다리로 진입하는 인원을 통제하고 옆에 부교를 만들어 피난민이 건너가게 배려했으며, 그 결과 민간인 사망자가 없었다는 고증은 새로운 발견이다. 지금까지의 한강 다리 폭파 일화는 이승만 대통령의 피난을 비난하기 위한 나쁜 정치 스토리텔링임이 백일하에 드러난 셈이다.

비록 늦게나마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실체가 밝혀져 다행스럽다. 이승만 대통령의 시가행진에 열광하는 미국 시민을 보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을 정비하고 이에 박차를 가하는 도화선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하나 더 소망이 있다면, 정규 교육 과정에서 우리 역사를 바르게 가르치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언제까지 드라마나 영화로 역사를 배워야 하나. 좌우 이념을 떠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가르치는 교육 현장을 기대한다. 역사를 잊은 나라엔 미래가 없다.

김광재 기자 kj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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