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인은 1일 중국 항저우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 홍콩과의 경기에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2019년 1차 지명으로 삼성의 지명을 받은 원태인은 지난해까지 106경기에서 34승 33패 평균자책점 4.09를 작성한 토종 우완 에이스다. 올 시즌 성적도 무난하다. 대표팀 소집 전까지 25경기에 나선 그는 7승 6패 평균자책점 3.10을 작성하며 삼성 선발진의 한 자리를 든든히 지켰다. 이러한 활약을 인정 받은 그는 류중일 감독의 부름을 받아 이곳 항저우에 입성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선발투수 의무 예고제가 없다. 따라서 과연 누가 홍콩전 마운드에 첫 번째 투수로 오를 지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류중일 대표팀 감독의 선택은 원태인이었다.
시작은 불안했다. 1회초 찬축키우와 영춘웨이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후속타자 조던 원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맞았다. 다행히 응유펑을 삼진으로 묶어내며 실점은 하지 않았다.
마음이 한결 편해진 원태인은 2회초 탐호인(유격수 땅볼)과 로호람(삼진), 장천이우(삼진)를 차례로 잠재우며 이날 자신의 첫 삼자범퇴 이닝을 완성했다. 3회초 역시 정호이팅(유격수 땅볼)과 마혼만(중견수 플라이), 찬축키우(1루수 땅볼)를 모두 범타로 이끌었다.
한국이 공격권을 가지고 있던 3회말 원태인에게 중요한 변수가 생겼다. 최지훈의 번트 안타와 상대 투수의 송구 실책, 노시환의 볼넷으로 연결된 무사 1,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강백호가 우익수 방면으로 잘 맞은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볼은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한 홍콩 우익수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이때 1루주자 노시환은 2루주자 최지훈을 추월해 3루 베이스 부근에 있었고, 홍콩 수비진은 먼저 2루로 볼을 뿌린 뒤 1루로 송구했다. 당초 첫 판정은 트리플 플레이.
이에 한국 벤치는 최지훈이 공보다 빨리 2루 베이스에 들어왔다고 항의했다. 노시환은 선행 주자를 앞섰기 때문에 규정 상 자동 아웃이었고, 한국의 주장대로 최지훈이 먼저 2루로 귀루했다면, 2사 2루가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심판진은 이를 두고 몇 차례의 오심을 반복한 끝에 최종적으로 선행 주자를 추월한 1루주자 노시환을 다시 1루로 불러들여 2사 1루에서 경기를 진행시키는 촌극을 빚었다. 이러는 동안 30여분의 시간이 흘러갔고, 한국은 결국 해당 이닝 득점에 실패했다. 원태인의 어깨가 식음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흔들릴 수 있는 상황.
그럼에도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4회초 마운드에 올라 영춘웨이와 조던 원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응유펑은 낫아웃으로 묶어내며 이날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최종성적은 4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 총 투구 수는 47구였다. 원태인의 쾌투로 초반 실점을 막은 한국은 8회말 대거 7득점에 성공하며 10-0 8회 콜드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이로써 대표팀은 1승을 안은 채 대회를 시작하게 됐다.
경기 후 만난 류중일 감독은 원태인에 대해 “잘 던졌다”며 “처음에는 (원태인의 소화 이닝을) 3이닝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격차가 크지 않고) 1-0으로 앞서가다 보니 1이닝 더 가져가게 됐다”고 그의 공을 치하했다.
무엇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쾌투를 선보였다는 점이 가장 반가운 부분. 그동안 류중일 감독은 대회 직전까지 공식 석상에서 원태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원태인의 몸 상태가 좋지 않냐는 우려도 있었다. 실제로 원태인은 대표팀에 소집되기 직전 마지막 등판이었던 9월 14일 대구 KT위즈전에서 손가락 경련 증상 및 발목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태인은 이날 쾌투를 선보이며 이러한 걱정을 기우로 만들었다. 류중일호가 이곳 항저우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한 명의 선발 자원을 확보하게 됐다.
한편 천신만고 끝에 서전을 승리로 장식한 대표팀은 오늘(2일) ‘숙적’ 대만과 격돌한다. 이어 3일에는 태국과 한 판 승부를 가진다.
사오싱(중국)=이한주 MK스포츠 기자
[사오싱(중국)=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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