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로웨이스트숍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늘 의문이 있었다. 왜 이런 제로웨이스트숍은 대부분 ‘개인’이 운영하는 걸까. 국가나 기관 차원에서 운영하는 곳은 없을까.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환경문제의 해결에 빠르게 다가설 수 없을 텐데, 하는 생각.
하지만 거의 모든 의문은 몰라서 생기듯, 잘 찾아보면 있다. 이번에 들러볼 제로웨이스트숍은 서울시 금천구 독산1동 금하마을에 위치한 금천에코에너지센터는 서울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최초의 에너지센터다. 금하마을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하나로 만들어진 에너지 전환, 자립 정책과 탄소중립을 위한 지역사회 거점공간인 금천에코에너지센터를 다녀왔다.
제로웨이스트숍 뿐만 아니라, 지역민의 친환경 생활을 위한 모든 자원이 모여있는 금천에코에너지센터를 둘러보자.
건물 자체가 하나의 환경 지표
금천에코에너지센터는 2022년 10월 착공을 시작으로 2024년에 정식 개관했다. 총 5개 층으로 구성된 금천에코에너지센터는 우선 건물부터가 친환경적이다. 건축물 에너지 효율등급이 1+++이고, 에너지 자립율이 55.85%에 달한다. 이로 인해 제로에너지 건축물 ZEB 4등급을 인증받았다. 건물 외벽과 옥상에는 21kW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건물 자체가 ‘에코’임을 인증한다.

특히, 이 센터는 내단열, 외단열을 이용해 건물 에너지 효율을 높게 시공했다. 콘크리트와 비드법 보호판 14센티 두께로 에너지 효율을 높인 것. 중간 공기층을 두어 외부로 유출되는 에너지도 막고 있다. 폐현수막으로 만든 프러스넬 공법의 업사이클링 가구도 있다. 버려지는 폐현수막을 이용해 분쇄하고 압축 열처리해 만든 튼튼한 친환경 가구다. 폐현수막도 아주 쓸모 있게 쓸 수 있다는 자원순환의 과정을 보여준다.
센터 뒤편에는 지붕 등에서 흐르는 빗물을 수조에 저장해 재활용하는 빗물저금통도 설치되어 있다. 여기 저장한 빗물은 채소 재배나 청소하는 용도로 활용하며 수돗물을 절약하게 한다. 또한, 센터 정문에는 기후위기시계가 설치되어 지구 평균기온이 1850년부터 1900년까지의 산업화시대 이전보다 1.5캜 높아지는 시점까지의 남은 시간을 알려준다.
1.5캜는 우리에게 익숙한 온도의 숫자다. 탄소 중립이 절실하게 만드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의 한계치인 탓이다. 지구 평균 온도가 1.5℃ 상승하면 폭염, 가뭄, 강수량, 태풍 등이 증가해 인류 생존이 어려워진다. 그런 시간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보여주는 것만큼 사람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확실히 인지시켜 주는 장치가 또 있을까.
생활과 교육, 활용이 모두 한 자리에
총 5층으로 이루어진 금천에코에너지센터의 1층은 1.5℃ 순환경제관이다.
현재 지구는 약 1.2℃ 이상 온도가 상승했다. 그래서 금천에코에너지센터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제안하는 것은 바로 ‘제로웨이스트 물품의 생활화’다. 제로웨이스트 물품을 생활화해서 조금이라도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자는 것.

1층에 전시된 제로웨이스트 물품은 바로 그러한 의도로 비치되었다. 우리의 생활을 ‘더 보다는 덜’ 사용하자는 1.5℃의 약속으로 자원순환을 실천하는 셈.
‘제로웨이스트’는 ‘쓰레기나 폐기물을 최소화하거나 전혀 생성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생활방식으로 그동안 수많은 제로웨이스트숍이 생겨났으나, 점점 사라져가는 추세다. 지구의 자원은 무한하지 않다. 제로웨이스트 활동은 지구의 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하고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시작됐다. 이러한 활동이 지구의 온도를 낮추고 환경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또 하나 독특한 것은, 창문에 설치된 블라인드다. 이 블라인드에는 모두 태양광 모듈이 부착돼 있다. 누구나 쉽게 시공없이 부착만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제품도 전시돼 있다. 설치된 화면을 통해 센터의 태양광 발전량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1.5층 벽면에는 평균 지구 온도 2캜 상승시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를 표시했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 2℃ 상승시 북극의 얼음이 소멸하고 전 세계 식량생산에 위협을 느낀다. 식량자급률이 50% 미만인 우리나라 역시 이 문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강의실과 교육공간으로 이루어진 2층 에코에너지교육관은 지역 시민들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무료개방으로, 대관신청을 하면 금천구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유아에서부터 성인까지 방문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2층은 강의실과 교육공간이다.
지역의 시민들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개방해 대관신청을 하면 금천구민 누구나 사용 가능한 공간이다. 유아에서부터 성인까지 방문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교육을 실시하는 곳이기도 하다. 3층의 오피스 공간을 지나면 4층의 탄소중립관으로 갈 수 있다. 이곳에서는 미디어와 다양한 전시를 통해 시민의식을 개선할 수 있다. 에코에너지 관련 기획 전시와 체험이 진행되는 공간으로 기후위기나 탄소중립에 관련된 시청각 영상을 제공해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금천형 RE100, 생활 속으로 들어간 친환경 정책
금천에코에너지센터는 금천형 RE100의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배출한 탄소는 약 7억톤으로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로 인간 생존 뿐 아니라 동식물의 생존 위협과 기후위기가지 초래하고 있다. 금천에코에너지센터는 우리가 배출한 연간 7억톤 중 40%에 해당하는 가정 생활 분야의 몫을 시민들의 에너지 전환을 통해 상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5층을 RE100 시민실천관으로 두었다. 센터 내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은 건물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직접 생산해 에너지 자립을 실천한다. 벽면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3곳과 옥상형 태양광 1곳에 총 21kW의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벽면에 설치된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태양광 설치 시설과는 차이가 있다.
도시에서는 태양광 설치를 위해서는 부지가 필요한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건물의 벽면을 이용한 것.
태양광 설치 이용률이 높아지면 보다 많은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다. 건물일체형 태양광은 건물 외부에 마감재로서 건물에 통합되어 있는 형태이다 보니 미관적으로도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자동제어장치인(Bems)가 설치되어 있어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또한 지역주민들이 옥상에 작은 텃밭을 조성해 로컬푸드를 생산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건물 자체가 금천구민의 RE100을 위한 장소인 셈이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에코에너지센터는 어떻게 보면 반갑기도, 어떻게 보면 씁쓸하기도 하다. 그만큼 ‘친환경’에 다가가려는 노력이 일상적이라는 점은 반갑지만, 지자체에서 나설 만큼 시급한 문제라는 점에서는 씁쓸하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금천에코에너지센터와 같은 곳이 많이 생겨날수록 제로웨이스트나 RE100 실천을 위한 노력이 환경 운동이 아니라 ‘생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천구민과 함께 할 금천에코에너지센터의 내일이 기대되는 것은 아마도 그래서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