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달빛과 함께하는 밤의 석조전

[ 월간환경 ] / 기사승인 : 2025-11-03 02:20:03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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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석조전 포스터 / 사진제공 = 서울시
밤의 석조전 포스터 / 사진제공 = 서울시




서울 지하철 1호선과 2호선 시청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한 덕수궁은 도심 속 궁궐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유행가 가사 속에 덕수궁 돌담길이 자주 등장할 정도이니,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한 궁궐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지하철 역사와 가까운 대한문은 덕수궁의 정문으로 ‘한양이 창대해진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덕수궁은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뽐내지만 그 중에서도 가을의 정취가 멋들어진다. 9월초까지는 아직 여름의 흔적이 남아 핑크빛 배롱나무가 방문객들을 반기고, ‘역사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해설을 들으며 궁궐을 둘러볼수도 있다.



광명문을 지나 중화전, 그리고 돈덕전으로



대한문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광명문이다. 이 광명문을 지나 중화문을 지나면 덕수궁의 정전인 중화전이 나온다. 신하들의 하례, 외국 사신 접견 등 중요한 국가행사가 열리던 장소인 중화전의 마당 양쪽에는 품계석이 놓여 있다. 정전에 놓인 일월오봉도에서는 왕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중화전을 지나면 돈덕전이 보이는데, 돈덕전은 고종 즉위 40주년 기념으로 지어진 건물로 유럽풍 벽돌외관과 초록색 창이 매우 인상적이다. 돈덕전은 상설전시를 통해 대한제국의 역사를 보여준다. 오는 10월 12일까지는 ‘광복 80주년 기념 특별전’이 열린다.



광해군과 인조가 왕위에 올랐던 즉조당과 덕혜옹주의 유치원이었던 준명당을 지나면 덕수궁에서 유일하게 2층 건물이자, 단청이 없는 건물인 석어당을 볼 수 있다. 화려한 다른 건물들과는 다르게 수수한 모습이다. 조선왕조의 어진을 봉안했던 장소인 정관헌은 동서양의 건축 양식을 모두 갖추어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눈에 띄는 서양식 건물, 석조전



덕수궁에는 여느 궁과는 다르게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있다. 바로 석조전이다. 석조전은 외세 통치 상징의 하나로 세워진 덕수궁의 대표적인 이양관으로 1893년 이래 한국 정부에 총세무사로 와 있던 영국인 브라운의 발의에 의해 세워진 건물이다. 영국인 건축가 하딩, 데이비슨, 한국인 심의석, 러시아인 사비친, 일본인 고가와 등이 참여한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국제협업적 건물이다. 현재는 궁중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으며 사적 제124호로 지정되어 있다. 1910년에 민족적 비극이 시작되면서 궁궐로는 활용되지 못한 이 건물은 당시의 양옥 중에서는 제일 큰 건물이었다.



국가유산청은 1년에 두 번, 이 석조전의 야간 관람을 진행한다. 바로 ‘덕수궁 밤의 석조전’이다.



밤의 석조전에서 뮤지컬 공연과 다과를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본부장 이재필)는 국가유산진흥원(원장 이귀영)과 함께 오는 9월 10일부터 10월 26일까지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 2025년 하반기 ‘덕수궁 밤의 석조전’이 개최된다. 1일 3회 운영되는 ‘덕수궁 밤의 석조전’은 회당 90분의 관람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덕수궁 밤의 석조전’은 평소 야간 관람 시 볼 수 없는 덕수궁 석조전의 내부를 탐방하고 뮤지컬 공연과 다과를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상궁의 안내에 따라 덕수궁을 산책하며 석조전으로 이동한 후, 전문 해설사와 함께 석조전 내부를 관람한다. 이후 2층 테라스에서 덕수궁 야경을 감상하며 고종 황제가 즐겼던 ‘가배(커피)’와 다과를 맛본다.



다과는 오얏꽃 카스테라, 쁘띠 피낭시에, 흑임자 사브레가 제공되며, 음료는 따뜻한 가배, 차가운 가배, 오디차, 온감차 등 총 4종으로 이중 1종을 선택할 수 있다.



가배(咖啡)는 당시 커피의 영어 발음에서 따온 말로 ‘가배차’ 또는 ‘가비차’로 불렸으며, 검은 색감과 쓴맛이 탕약과 비슷하다고 하여 ‘양탕국’으로 불리기도 했다. 고종 황제가 커피 애호가였음은 매우 잘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온감차(溫甘茶)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재료인 생강, 대추, 계피, 감초를 넣어 우린 건강차다. 오디차는 또 다른 이름으로 상심자차라고도 한다. 상심자로 청을 담아 만든 건강차다.



디저트로 함께 제공되는 오얏꽃 카스테라는 대한제국의 문장이자 ‘이화문’으로도 불리는 오얏꽃 문양을 새긴 카스테라이며, 쁘띠 피낭시에는 가을 계절 재료인 ‘밤’을 고명으로 올려 만들었다. 흑임자 사브레도 제공되는데 사브레는 ‘모래’라는 뜻으로 모래처럼 바스러지는 식감에 고소한 흑임자를 더한 쿠키다.



이어, 참가자들은 석조전 접견실에서 대한제국 황실을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 공연을 관람한다. 이후에는 개화기 소품을 착용하고 즉석 사진 인화 기계를 이용하여 ‘인생궁(宮)컷’을 촬영하며, 가을밤 석조전에서의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이번 행사는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많은 국민들에게 공정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자 추첨제로 참가자를 모집한다. 회당 18명씩, 1일 54명, 총 1,890명이 하반기 행사에 참가할 수 있다.



응모와 예매는 티켓링크에서 진행되며, 8월 20일 오후 2시부터 8월 26일 23시 59분까지 계정(ID)당 1회만 응모할 수 있다. 당첨자 발표는 8월 28일 오후 5시이며, 당첨자는 8월 29일 오후 2시부터 9월 2일까지 최대 2인까지 예매할 수 있고, 참가비는 1인당 2만 6천 원이다. 9월 3일 오후 2시부터는 잔여석에 대한 선착순 예매가 시작되며, 만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전화(1588-7890)로도 예매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궁능유적본부 누리집과 국가유산진흥원 누리집을 확인하거나, 궁능 활용프로그램 전화 상담실로 문의하면 된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은 이번 행사를 통해 참가자들이 대한제국의 황궁인 덕수궁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많은 국민들이 덕수궁을 비롯한 궁궐을 누리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무더운 여름도 끝나고, 이제 푸른 잎이 점점 물들어가는 가을이 왔다. 귀뚜라미 우는 가을밤의 정취를 석조전에서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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