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은 여름의 더위가 한창인 8월 말, 사단법인 에코나우의 사무실을 찾았다. 서울 한 복판, 녹음이 우거진 여름의 절정에서 매미의 우렁찬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들어간 사무실에서는 이제 막 출범한 생태연구소의 공우석 박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단법인 에코나우(대표 하지원)는 생태연구소를 출범하면서 초대 소장으로 생물지리학자인 공우석 박사(전 경희대학교 교수)를 선임했다.
“환경 운동이라는 말, 참 거창하죠? 그런데 ‘환경 실천’이라고 하면 어때요?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첫걸음입니다.”
공우석 소장은 말한다. 환경을 생각하고, 지키고, 보존해 나가는 것을 거창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매일 조금씩 실천할 수 있는 소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모이고 쌓여 환경을 좀 더 좋은 쪽으로 변화하게 한다는 것이다.
새롭게 시작된 에코나우 생태연구소에선 앞으로 어떤 환경 사업을 다룰지 공우석 소장과의 일문일답으로 살펴봤다.
Q. 에코나우 생태연구소는 어떤 곳인가
사단법인 에코나우(대표 하지원)에서 새로 설립된 부속연구소인 생태연구소는 시민, 지역사회, 기업, 정부 그리고 국제기구와 함께 생물다양성 현안을 발굴하고 지속가능한 대안을 모색하는 조직이다. 현대 사회가 직면한 환경·생태 문제를 생태학이라는 과학과 생태적인 감수성으로 발굴하고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생물다양성 위기는 기후변화와 함께 우리 인류 사회가 직면한 큰 도전이다. 에코나우는 기존의 환경문제 해소를 위한 활동에 기후·생태 분야의 전문성을 추가해 한층 심도 있는 연구와 정책 제안을 위해 생태연구소를 설립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 기업들도 생물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민간단체에서의 생물다양성과 생태 이슈는 단순한 캠페인과 교육을 넘어 전문성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정책 제안까지 포괄하는 활동이 필요해졌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지표에 생물다양성 공시가 포함되면서 기업 차원의 대응과 책임이 더욱 중요해졌고, 시민과 기업을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에코나우와 같은 조직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에코나우 생태연구소는 오랜 교육 활동 경험과 촘촘한 국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생태계 현장의 목소리와 기업의 대응 과제를 연결하고, 과학적 연구와 시민 참여가 연계된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려고 한다.

Q. 설립 배경과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에코나우 생태연구소는 소비자인 시민과 공급자인 기업을 잇는 상생 플랫폼이 될 것이다. 에코나우는 2009년 설립된 이래 생활환경뿐만 아니라 산림과 생태에서 다양한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활동하면서 전문성을 쌓아 왔다.
또한 UN청소년생물다양성포럼, 생물다양성 청소년 리더, 학교 현장과 취약계층에 찾아가는 생물다양성 교육 등 현장 기반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생물다양성 교육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축적하면서 선도적인 역할과 기여를 했다.
특히 환경부와 함께 올해 11년째 진행하고 있는 생물다양성 인식 제고 사업은 전국의 중·고등학교 동아리 학생과 함께하는 1년 과정의 프로그램으로 2015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약 3000여 명의 생물다양성 청소년 리더와 녹색기자단을 양성했다.
이번 연구소 설립은 에코나우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해 기업·시민사회·학계 전문가와 함께 기후·생물다양성 위기에 대응하는 실천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의미있는 시작이다.
기업이 소비자와 더 가까워지고 이미지를 제고하려면, 자연 생명을 매개로 한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 될 것이다.
Q. 정부 5개년 계획이 발표되면서 ‘환경 부문’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크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원칙은 국익, 실용, 공정, 상식이다. 환경·생태 분야에서는 기후위기에 강한 물 환경과 자연 생태계 조성을 강조했고, 구체적으로 안전한 스마트 물 관리, 물 서비스 품질 제고, 환경시설 현대화, 생물다양성 보전을 제시했다.
정부의 환경정책은 사람 중심적인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생물다양성은 아직도 환경정책에서 후순위에 있다. 코로나19 동안 우리가 가장 안심하고 편하게 머물 수 있었던 공간은 나무와 숲이 있는 자연이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지구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자연생태계를 중시하는 환경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가 ESG를 선택에서 의무로 공시하고, 지속가능보고서 작성과 공시를 제도화하겠다는 제도 개선에 기대한다.
뉴질랜드 등 선진국이 하천에 법인격을 부여하며 ‘자연의 권리’를 중시하고 자연생태계의 건강성을 강조하며 더불어 사는 미래지향적 친환경 정책을 시행하는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영향을 받는 가해자인 사람은 보이고 정작 환경오염과 자연파괴의 피해자인 자연생태계 구성원인 동물과 식물은 뒷전에 밀려서는 곤란하다.
생물다양성 보전 정책에서 생태공간 확충과 야생생물 관리 강화로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을 지향하는데, 기후변화에 따른 취약성이 높은 생물과 생태계에 대한 정책의 우선 순위가 정해져야 한다. 예를 들면 지구온난화의 최대 피해자이자 생태적 약자인 고산·아고산대, 섬, 습지생태계와 눈에 띄지 않는 식물과 동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생물의 서식지와 종을 보전하는 활동을 시민사회, 기업, 정부가 힘을 합쳐 전개하는 진정한 의미의 ESG를 현실화해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추구하되 과거 환경과 관련해 잘못된 결정을 수정하는 용단도 필요하다. 그린벨트 훼손,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일회성 국제행사를 위한 원시림을 파괴하고 국민과 약속한 원상복구를 미루는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

Q. 인공지능(AI) 활용도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환경오염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변화하는 기술 시장과 그에 따른 환경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AI는 필연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많은 양의 전기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와 자원의 고갈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선은 개인으로부터 시작된다. 나부터 친환경적 삶의 방식으로 전환하고 실천하면서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깐깐한 소비자, 지혜로운 유권자가 돼야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냉난방 수요의 급속한 팽창과 함께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전력 생산과 물 공급을 위해서는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에너지보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율을 높여야 한다. 전력을 생산하는 지역에 AI 관련 사업을 배치해 수도권 편중과 지역의 소멸 문제, 그리고 장거리 송전에 따른 손실과 갈등을 해소하도록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Q. 생태연구소 활동에서 가장 염두에 두는 것과 지켜 나가야 할 ‘핵심가치’가 있다면
에코나우 생태연구소는 앞으로 생태·산림 관련 실증 연구 수행, 기업의 생물다양성 리스크·기회 대응 지원, 시민 참여형 캠페인과 생활 속 실천 확산, 정책 제안과 사회적 담론 형성 기여 등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에코나우가 일관되게 강조해 온 ‘생활 속 작은 실천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사회적 변화로 이어진다’는 철학을 생태연구소 활동에도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연구와 교육, 캠페인을 통해 시민과 기업 모두가 일상에서 생태 보전을 실천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다.
이번 생태연구소 출범을 계기로 에코나우는 ‘사람을 통해 기후위기를 해결한다’는 조직의 미션을 더욱 확장하며, 미래세대와 함께 지속가능한 생태 전환을 이뤄 가는 데 앞장서겠다.
‘대한민국에 환경의 가치를 심다’라는 에코나우의 비전 아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 에코 리더를 키우고, 우리 생활 습관을 에코라이프 문화로 만드는 활동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려 한다. 미래 환경·생태는 사람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의 권리를 존중하며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삶으로 전환하는 디딤돌이 되겠다.
Q. 공우석 소장이 생각하는 환경이란 무엇인가
환경은 우리의 이웃이다. 우리는 환경문제의 피해자이기 이전에 환경에 부담을 주는 원인 제공자가 아닌지 생각해 보자. 나부터 내일로 미루지 말고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하는 이웃이 돼야 한다. 나는 환경이라는 빛을 누리면서 그림자를 만드는 존재다.
Q. 기후위기 시대 생태연구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민과 가까이 있는 궁금한 질문이나 환경·생태적 현안을 발굴하고 자연을 대변하는 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겠다. 생태연구소가 시민, 지역사회, 기업, 정부, 국제기구를 이어주는 징검다리면서 협업하는 플랫폼이 되겠다. 기업과 힘을 모아 ESG를 실현하는 든든한 친구가 돼 기업의 성장을 도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익을 실현하는 동반자가 되려 한다.
Q. 에코나우와 생태연구소의 목표는 같겠지만, 활동 면에서 올해는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있나
에코나우가 생활환경과 기후변화 등 기존의 환경적 현안에서 많은 성과를 냈는데, 생태연구소는 가까운 이웃인 반려동물부터 나무와 숲, 야생동물의 현주소를 알리는 데 힘쓰겠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아 관심 밖에 있으나 지구온난화와 자연 파괴로 생사를 넘나드는 생태적 약자인 동물과 식물에 관심을 갖도록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런 활동을 방배숲 환경도서관이라는 멋진 공간에서 강연을 통해 공유했으면 한다.
에코나우 회원, 후원자, 협업 기업, 지자체 및 관련 부처와 자연생태를 알아가며 소통하는 생태 답사도 계획 중이다.
Q. 독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월간환경 독자들은 누구보다도 환경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내가 먼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3가지를 바꿔 실천하면서 주변 환경이 변화하는 것을 실감하기를 권유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활동, 나를 편하게 해 주는 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환경을 위해서 과감히 바꾸고 포기하면서 자신과 환경이 개선되는 변화를 경험해 보기 바란다. 나도 오래전부터 즐기던 커피 끊기 등 환경실천 행동을 세 가지로 시작해 점차 늘려가면서 친환경 지구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낀다.
‘내가 먼저, 오늘부터’ 시작하는 자연의 권리를 존중하는 생태로운 삶과 행동 ‘Eco Now’는 세상을 바꿀 것이다. 자신 있게 땅, 하늘, 물, 생물을 바라볼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지금부터 시작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