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환경일보] 장가을 기자 = 요즘 그가 정독 중인 그레타 툰베리의 ‘기후책’, 568페이지라 한 손에 쥐기 힘든 두께, 묵직하다.
“어린 시절 아버지 영향으로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졌지만 공부할수록 절망감이 들었고 11살 때 우울증을 겪으면서 아스퍼거증후군과 강박장애, 선택적 함묵증 진단을 받은 인물이죠.”
2018년 8월, 스웨덴 의회 밖에서 처음으로 청소년 기후행동을 한 것이 시작, 2019년 전 세계적인 기후 관련 동맹휴학 운동을 이끌었고 2019년 타임 올해의 인물과 2019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선정된 ‘그레타 툰베리’ 특유의 상징성과는 별개로 전 세계 기후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 집필한 ‘기후 위기 교과서’라 유재호 세종대 기후환경융합센터 연구원은 곁에 두고 아껴볼 만한 책이라며 손꼽았다.
만만찮은 두께감이 살짝 부담스럽지만 챕터 길이는 길지 않다. 하루 1~2 챕터만 읽자는 마음가짐이면 충분하다고. 이 책은 기후 시스템, 폭염, 산불, 구름, 담수,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로 야기되는 현상으로 시작해 해결을 위한 기술, 정책,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그는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서 ‘기후 책’ 읽기 공부 모임도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다가 우리 시대의 작가 최진영, 김기창, 김중혁, 김애란, 임솔아, 이상욱, 조시현, 배명훈이 각자의 시선으로 지구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를 그린 ‘숨 쉬는 소설’도 언급했다. 친환경 가치에 익숙한 Z세대를 위해 지구와 생명을 주제로 한 단편 소설 8편을 엮은 책이란다.

그의 곁에 넘쳐나는 책만큼이나 다양한 사람과의 교류가 끊이지 않는다. 다독‧소통하는 삶을 지향하는 그다. 유재호 연구원이 세종대 부설연구소인 기후환경융합센터에 몸담은 지 8년째, 지역의 에너지 자립, 탄소중립·에너지 정책, 물-에너지 융합, 국제 온실가스 감축 사업 등을 개발‧연구 중인 그를 만나봤다.
Q. 학창시절 꿈의 변천사와 기후환경 분야에 몸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02년 월드컵의 열기로 축구선수를 꿈꿨다가 동물만 생각하면 마냥 행복해져서 사육사가 돼 볼까 했는데, 대학은 에너지IT학과로 진학했다. 에너지IT학과에서 전기공학, 즉 전기와 에너지를 공부하면서 기후변화에 급격히 관심이 커진 경우다.
그 시절 스마트그리드와 재생에너지, V2G(Vehicle to Grid, 전기차를 전력망과 연결해 배터리의 남은 전력을 이용하는 기술) 등 다양한 이슈가 존재했다. 그 이슈에 주목한 건 ‘기후변화’ 때문이었다. 기후변화 공부는 기후위기 시대, 근본 원인을 찾는 과정이었다.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에 진학한 이후 지금까지 기후환경 분야에서 일했다.

Q. 기후환경융합센터에서 진행한 다양한 사업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이 있다면
세종대 기후환경융합센터에서 학업과 연구를 수행하면서 다양한 연구과제와 사업을 경험했다. 가장 뇌리에 남는 사업은 한국환경보전원 사업으로 수행한 ‘2022년 대학생(원생) 그린리더 양성 교육과정’ 운영이었다.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교육을 하면서 수강생들이 기후변화 교육이 가능한 역량을 지닌 ‘그린리더’가 되도록 양성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과정에서 기후변화 교육 커리큘럼을 기획하고, 실제 운영한 것도 보람됐다. 하지만 내 마음을 뒤흔든 건 우리가 교육하고 양성한 ‘그린리더’들이 실제 세종초등학교에 환경교육 특강을 나간 일이다.
기후변화 교육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수강생들이 다시 ‘그린리더’가 돼 다른 학생에게 기후변화 교육을 하고, 그 교육을 들은 수강생들이 또 ‘그린리더’로 변모해 기후변화 교육을 수행하는 선순환 구조, 뿌듯한 순간이었다.
Q. 2025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및 기후변화 관련 전문가 인터뷰어로 활약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
2024년부터 기상청 연구 일환으로 IPCC와 기후변화 관련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지금까지 전의찬 세종대 기후에너지융합학과 교수, 김래현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최형욱 국가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박사, 우정헌 서울대 환경계획학과 교수, 정지현 GEF(The Global Environment Facility) 선임 운영관 등 기후환경 분야에서 내로라할 만한 이들이다.
그중 전의찬 교수는 내 석사와 박사학위 과정 지도교수였다. 기후변화 관련 전문인력 양성에 열성을 다한 분이다. 단적인 예로 학위논문을 쓸 때 다 잠든 새벽 2~3시 넘어서까지 제자들 논문을 읽고 피드백을 남긴 분으로 유명했다.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이 기후변화 관련 석‧박사 198명을 배출한 기후변화 교육의 요람으로 통하는 건 그의 열의 덕이다. 다시금 존경과 감사 인사를 전한다.

Q. 기후위기 시대, 오늘날 가장 주목해야 할 내용은 무엇이라고 보나
바로 ‘지역의 역할’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오늘날 전 세계 과제다. 국가 단위로 숱한 연구가 수행 중이지만 각 지역마다 여전히 온실가스는 배출 중이다. 실정에 맞는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잘 아는 곳, 기후변화 피해를 직접 받는 곳, 기후변화 적응 정책이 실현되는 곳이 바로 ‘지역’이다.
최근 IPCC 제7차 평가주기 특별보고서 중 하나로 도시 특별보고서(Special Report on Climate Change and Cities)가 작성 중이다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국가와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모든 기초자치단체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을 끝냈다.
즉, 기후변화 대응에서 도시 등 지역의 몫이 점점 늘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등 지역의 역할이 강조되고, 권한은 늘어날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지역 역할에 주목하고 필요한 부분은 지원해야 한다.

Q. 지난 7월28일부터 광진구청과 한국기후환경원 주최로 진행된 ‘그린 잡(Green Job) 기후환경 직업체험’ 강연자로 나섰는데
초등·중학생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강의를 한 건 처음이다. ‘그린 잡 기후환경 직업체험’ 첫 강의를 맡아 부담도 컸지만 아이들 눈높이 맞춰 흥미롭게 메시지를 전하려 애썼다. ‘기후변화’ 분야가 다학제적이고 간학문적인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직업 선택이 가능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찾아내고, 분석·연구하고, 알리고, 활동하고, 협력하며, 정책을 만들고, 투자하는 직업군으로 분류해 설명했다. 예를 들어 분석하는 직업에는 기후변화 현상이나 정책 등을 연구하는 연구자와 관련 기업·연구소 등을 소개했고, 극지연구소에 가면 귀여운 펭귄도 보면서 기후변화 관련 연구도 가능하다고 얘기했다. 연구과 정책, 시민활동과 언론, 금융과 농수산업, 문화·예술 등 전 분야에서 기후변화 관련 업무를 할 수 있다.

Q. 기후위기와 환경보호를 위한 개인적인 실천이 있다면
안 쓰는 조명 끄기, 실내 적정 온도 맞추기, 플로깅(Plogging) 하기 등 익히 알려진 것 외에 꼭 지키려는 나만의 루틴은 ‘양치컵 사용하기’다. 양치컵 사용은 실생활에서 물과 에너지를 아끼는 손쉬운 방법이다. 양치컵을 사용하면 하루 3번 양치를 기준으로 10L 이상 물을 절약할 수 있다. 또 에너지도 절약한다.
무슨 얘기냐면 우리가 사용하는 물은 취수와 정수 등 일련의 과정, 즉 에너지 소비로 사용한다. 사용한 물은 다시 하수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체로 사람들은 이런 과정에서 쓰는 에너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2023 상수도 통계를 보면 그해 1년 동안 취수장과 정수장에서 사용된 전력 사용량은 각각 1280GWh, 1378GWh가량이었다. 양치컵 사용은 물과 에너지를 동시에 아낄 수 있는 굉장히 간편하지만 효과적인 행동이라는 얘기다. 외출 시 멀티탭 전원을 끄거나 텀블러를 사용하고 일회용 빨대 사용하지 않기, 걸으면서 쓰레기 줍는 플로깅도 실천 중이다.

Q. 기후위기에 무관심한 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기후변화’ 문제는 전 지구적 현상이고 ‘나와 상관없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미 많은 피해가 있었고 이미 임계점에 달한 건 명백한 사실이다.
불과 20년 전을 떠올려 보자. 선풍기 바람으로 우리는 얼마나 시원하게 한여름을 보냈던가. 지금은 ‘에어컨 없이는 단 하루도 못 살겠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살인적인 폭염으로 몸살을 앓는다. 매년 올해 여름이 가장 더웠다는 기사를 보는 것도 희한한 광경이다.
예전 장마 기간에는 오래도록 비가 왔는데 지금은 동남아 스콜처럼 국지성 호우가 내린다. 어느 지역에는 많은 비가 또 다른 지역에는 가뭄이 이는 등 예상치 못한 기상 현상과 피해가 극심하다. 기후위기는 ‘타인이 겪는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 ‘내 일상을 뒤흔드는 사건’이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 끝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앞으로도 기후변화와 에너지 정책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특히 지역의 탄소중립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인 요소 관련 연구나 지역의 현황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연구를 여러모로 고민 중이다. 내가 만난 인터뷰이처럼 보다 전문성 갖춘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 주는 전문가가 되는 게 궁극적인 바람이다.
전하고픈 메시지는 ‘모두 함께 동참하자’는 거다. 우리 모두 기후위기의 원인 제공자이자 피해자이며, 또 기후위기를 막을 주체자다. 중요한 건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만큼 같은 마음으로 노력하는 실천, 이 난국을 해결할 열쇠는 거창하거나 대단하지 않다. 소소하고 소박하나 꾸준하고 끈기 있는 일련의 행동,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