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일보] 장마. 여름철에 여러 날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를 이르는 말로, 한국의 여름을 대표하는 기상현상이다. 그러나 최근 장마가 수상하다. 기상청은 지난 7월 3일, 제주 및 남부 지역에 장마가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장마가 사라졌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세력을 확장한 것의 영향이다. 이에 제주는 6월 12일부터 16일까지 15일, 남부는 6월 19일부터 7월 1일까지 13일의 장마 기간에 그쳤다. 이는 제주 7일, 남부 6일이었던 1973년 이후 두번째로 짧은 기록인데, 평년 장마 기간이 30일 이상임을 고려할 때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기상청은 2008년부터 장마 시작일과 종료일 발표를 중단하고, 2021년에는 ‘장마전선’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폐지했다. 한국의 여름, 정말 이제 장마는 없는 것일까?
장마의 발생 원인
한국의 장마는 북쪽의 한랭 습윤한 오호츠크해 기단과 남쪽의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기단이 핵심적인 작용을 해 일어난다. 오호츠크해 기단은 오호츠크해 주변의 융설수 및 융빙수가 유입되며 형성되는 해양성 한대기단으로, 봄철 시베리아 지방의 눈이 녹기 시작하며 오호츠크해 주변에 차가운 물이 유입되므로 기단이 발원하기 적합한 조건이 된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미국 하와이 동북쪽 중위도 태평양에 중심을 둔 기단인데, 불균등 가열로 인한 전 지구 대기순환으로 인해 형성된다. 아열대 해상에서 발원하므로 매우 고온 다습한 것이 특징이다.
비슷한 세력을 가진 남쪽의 북태평양 기단과 북쪽의 오호츠크해 기단이 만날 때, 정체전선이 형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전선을 장마전선이라 부르고, 각 기단의 세력이 변화함에 따라 전선이 불규칙하게 오르내리며, 장맛비가 내리게 된다.

최근 여름철 강수 특성
한국의 장마는 최근 극도로 불안정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2020년에는 역대 최장 기간이었던 54일을 기록한 반면, 바로 이듬해인 2021년과 2025년에는 각각 2주 수준의 극단적으로 짧은 장마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평년 장마 기간인 약 30일과 비교할 때,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변동성을 보여준다.
장마뿐만이 아니다. 재난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집중호우인 극한호우 발생 빈도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4년 전북 군산에서 시간당 146mm의 폭우가 내린 것은 200년에 한 번 내릴 정도의 수준인데, 불과 2년 전인 2022년 서울 동작구에서도 시간당 141.5mm의 비가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통해 살펴볼 때 200년 빈도여야 하는 폭우가 불과 2년 간격으로 발생한 것은, 한국의 강수 특성이 변화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현재 한국의 집중호우는 짧은 시간 강하게 쏟아부은 뒤 그치는 형태로, 동남아시아의 스콜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스콜과 발생 원인이 다르기는 하나, 같은 시·군·구 내에서도 지역간 강수량 편차가 최대 10배 이상 나타나는 현상이 일상화돼 ‘누더기 비’라는 표현까지도 등장했다. 2024년 7월의 사례를 보면, 전북 진안에서는 231mm가 내렸지만, 같은 날 여수는 29mm, 울진은 20mm에 그쳤다. 이는 동서로 긴 정체전선이 전국에 고르게 비를 뿌리는 전통적인 장마 형태에서 남북으로 폭이 좁고 강한 정체전선이 국지적으로 집중호우를 쏟아내는 패턴으로 강수 양상이 완전히 변했음을 보여준다.

강수 특성의 변화 원인과 기후위기
그렇다면 장마가 사라져가고, 스콜성 호우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한국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 상승 때문이다. 실제로 서해의 표층 수온은 1968년부터 2022년까지 약 1.19℃가 올라,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표층 수온 상승(약 0.52℃)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해수 온도의 상승은 곧 대기 중 수증기의 증가를 의미하며, 이때 강수량 또한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8월 강수량은 1990년 이후 이전에 비해 30% 증가해 7월 강수보다 40~50mm 더 많이 내리고 있다. 또한 1994년 이후 장마철과 2차 우기(가을 장마)의 간격이 좁아지고, 2차 우기의 강수량이 장마철 못지않게 늘어나는 변화가 나타나 장마가 끝난 후에도 장마 수준의 강수가 계속되는 현상이 일상화됐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의심할 나위 없이 지구온난화에 있다. 장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기단들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들의 강도와 발달 시기, 위치 등이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북극과 고위도 지역이 더 빠르게 온난화되면서, 찬 해역에서 발달하는 오호츠크해 기단의 세기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
반면 북태평양 기단은 해수 온도 증가에 따라 이전보다 더 강하고 이르게 발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티베트고원에서 발달하는 상층 고기압도 여름 기상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데, 최근 폭염이 지속되고 비가 내리지 않은 이유 또한 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에 열돔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한국의 여름철 기상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으로의 여름
최근 기상을 반영해 기상청은 2022년 장마백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우기’ 개념을 도입했다. 6월 하순부터 9월 하순, 평균 강수량보다 4mm 넘게 비가 올 때를 우기로 설정하고, 7mm를 넘는 비가 올 때를 지금의 장마철인 ‘1차 우기’, 이후 한동안 비가 그쳤다 다시 7mm 이상 비가 오는 기간을 ‘2차 우기’로 표현한 것이다. 해당 장마백서를 작성한 서경환 부산대 교수는, 장마철 강수량이 가까운 미래(2020~2039년)에는 최대 5% 증가하고, 21세기 말(2080~2099년)에는 최대 2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기후위기는 이제 현실이 돼 우리의 일상을 침범하고 있다. 장마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극한 호우가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로 급증한 것은 기후변화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이다. 따라서 ‘장마’라는 전통적 개념에서 벗어나 기존의 도시 인프라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변화하는 기후에 맞춘 종합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이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신혜진 hyejinshin02@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