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잘못 배달된 과일 한 개가 가져온 '네 번 선물, 네 번 감동'

[ MHN스포츠 ] / 기사승인 : 2025-07-18 05:55:0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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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골프를 주제로 소식을 주고받던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B골프장 임원에게 연락이 왔다. 매년 골프장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문예응모 작품에 대한 심사의뢰였다. 배달된 110여 편의 작품을 꼼꼼히 읽고 글 평을 달았다. 문학소년 시절 유명한 시인께서 심사평을 달아주면 그렇게 좋았고 많은 도움이 됐다. 그래서 심사는 물론 심사평도 함께 보냈다. 이후 택배를 보낼 것이 있다고 연락이 와 빨리 책을 받아볼 요량으로 주소를 보냈다.



그런데 책이 아닌 과일이 왔다. 그리고 잠시 후 낯선 전화번호로 연락이 왔다. 원래 과일이 아닌 다른 과일을 보냈다면서 과일가게 사장님이 죄송함을 표했다. 전혀 상관없다고 하는데도 원래 보내려던 과일을 보내겠다고 한다. 안 그래도 된다고 하는데도 본인 잘못이고, 약속한 물건이니 꼭 보낼 테니 받아 달라는 것이다.



과일가게 사장님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목소리와 태도에 "알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먼저 보낸 과일은 반송하면 썩으니 그냥 드시면 감사하겠다"고 한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원가 비용이라도 보내려 했지만 완고했다. 나중에 과일가게를 한 번 들러달라는데 그 따듯함을 돈으로 대신할 수 없었다.









그 다음날 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택배 배달이라면서 주소지를 확인하며 대뜸 사무실에 누가 있느냐 물었다. 지금 사무실에 사람이 없을 수 있으니 사무실 문 앞에 놔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볼멘소리로 "대면 배달만 한다"고 했다. 같은 말의 반복과 사무실까지 갔다 놓을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혀 "그러면 방법이 없다. 다시 가져가시라"고 하자 "말을 왜 그런 식으로 하냐"며 따져 매우 당황스러웠다. 결국 사무실 앞에 놓아두는 걸로 마무리 됐다.



사실 뒤늦게 알았지만 이 과일 집 사장께서는 다음날 약속한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 택배 화물을 부른 것이다. 단 한 개의 과일 배달을 위해서 말이다. 그 감사함과 따듯함, 그리고 신뢰를 져버리지 않으려는 마음이 느껴져 오히려 송구한 마음뿐이었다. 이후 며칠간 마음이 평화롭고 행복했던 이유가 바로 그 과일가게 사장님 덕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프랑스 혁명가 J.B. 마시외의 '감사는 마음의 기억이다'라는 명언이 떠오른다. 감사하는 마음은 이미 마음속에 각인돼 우리의 작은 것부터 변화시켜 삶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번 일을 통해서 작은 일상에 감사하며 사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린 얼마나 감사하며 살까. 특히 골프장에 나오면 만족보다 불만으로 점철된다. 골프는 '굿샷!'보다는 '미스샷'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골프는 '미스샷'을 줄여 나가는 운동이라고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미스샷에 불같이 화를 낸다. 골프장에서 좋은 사람들과 잔디를 밟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지 않은가.









이번 잘못 배달된 과일을 통해 감사함을 다시 배운다. 첫 번째 과일의 뜻하지 않은 선물, 그리고 두 번째 배달돼 온 약속한 그 과일, 그리고 골프장에서 보내준 따듯한 마음의 선물이다. 여기에 더한 여운과 감동을 주는 원(one) 플러스 선물은 약속을 지키려는 과일 가게 사장님의 따듯함과 말씨이다. 잘못 배달된 과일 하나가 4번의 선물과 감동으로 배달된 것이다. 약속하기는 쉽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 참 각박해졌다는 생각이 드는 시기에 가슴을 채워주는 따듯함이다.



대문호 세익스피어가 말한 "꽃에 향기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품격이 있다"는 격언을 기억하며 살겠다. 그가 말한 썩은 백합꽃은 잡초보다 그 냄새가 고약한 법이라는 것을 늘 새기면서 누군가에게 향기와 품격이 느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심사평을 의뢰해준 B골프장과 과일집 사장님으로 인해 '감사함'을 기억할 수 있게 돼 올 여름은 필자에게 행운이다.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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