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국제뉴스) 이정주 기자 = "단일 시즌 '7개 대회 연속 우승' 총 5회 개최된 '월드챔피언십 2년 연속 우승' 및 '네번의 결승무대 진출... 3회 우승 1회 준우승' '단일시즌 개인전 38연승' '프로무대 통산 14승'..." 프로당구 LPBA 출범 6년의 짧은 역사 동안 '여제' 김가영이 써내려가고 있는 불멸의 신화다.
지난 17일 끝난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PBA-LPBA 월드챔피언십 2025' 여자부 LPBA 결승전에서 '여제' 김가영(하나카드)은 김민아(NH농협카드)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4:2로 승리하며 시즌 7연속 우승과 함께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이로써 김가영은 월드챔피언십 통산 3회 우승과 프로 통산 14차례 우승컵을 거머쥐며, 여자 프로당구 역사에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았다. 경기 후 김가영은 기자들과 만나 우승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털어놨다.

"우승은 실력만으로는 안돼"
김가영은 이번 우승에 대해 "너무 좋다. 왜 이렇게 계속 우승을 하는지 저도 잘 모르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결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한 게임씩 잘하려다 보니 좋은 결과가 따랐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운이 많이 따랐다며, "김민아 선수가 초반에 컨디션이 좋아보였기 때문에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경기 후반엔 포지션 운이 많이 따라줬다"고 설명했다.
"디펜스를 생각하지 않고 친 공이 운 좋게 디펜스가 되기도 했다. 특히 대회 중반 큐 팁에 문제가 생겼을 때 친구가 제주까지 와서 팁을 전달해줬다"며 "이렇게 운이 따르고 주변의 도움도 있었기 때문에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고 우승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5년간 쌓아온 것이 올해 만개한 듯..."
김가영은 올 시즌 압도적인 성적을 낸 이유에 대해 "훈련 방식이나 생활 패턴은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년간 쌓아온 부분이 올해 만개한 것 같다"며 "우승을 계속한다는 게 실력으로만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승운도 따라야 하고, 여러 가지가 잘 맞아 떨어져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아 선수가 벽을 느꼈다고? 운이 따라줬을 뿐"
김민아가 결승전 후 "김가영 선수를 상대로 벽을 느꼈다"고 말한 것에 대해 김가영은 "이기고 지는 건 실력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늘에서 정해준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운이 좋았다"며 "6세트에서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경기였다"고 설명했다. 김가영은 "김민아 선수가 높게 평가해줘서 고마운 마음이지만, 운이 정말 많이 따랐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팽팽한 경기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수를 줄이고 "애버리지 1.5 넘는 선수들과 견주고 싶다"
김가영은 자신의 경기력에 대해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남자 선수들은 랭킹이 높지 않아도 애버리지 1.6 이상을 기록하는데, 저는 이제야 1.2 정도다"며 "아직 3쿠션에 대해 모르는 것도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실수가 없다고 하지만 애버리지 1이면 한 번 공격을 하면 한 번 놓친다는 뜻"이라며 "실수를 계속해서 줄여가는 게 나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또 김가영은 "성별과 상관없이 우리나라에 애버리지 1.5가 넘는 분들이 1000명 가량 있을 텐데, 거기에 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제 애버리지가 1.2 정도 되는데, 팀원들과 수지 40점을 놓고 쳐도 마음 놓고 칠 실력이 되지 않는다"며 "3쿠션을 잘 치는 사람들과 견줄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싶다"고 목표가 섞인 포부를 밝혔다.
"38연승 끝나고 부담이 덜어졌다"
김가영은 이번 시즌 초반 38연승을 기록하다 김예은(웰컴저축은행)에게 패배하며 연승이 끊긴 것에 대해 "오히려 연승에 대한 부담은 20연승 했을 때가 가장 컸다"고 말했다. 그는 "30연승이 지나고 나서는 덤덤했다"며 "최선을 다해왔다는 생각에 지더라도 크게 아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날 팁에 문제가 생겼다"며 "경기 중에 공을 칠 때 소리가 이상해서 팁이 날아갈까 걱정했다. 경기가 끝나고 팁을 밀어봤는데, 날아갔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김가영은 체력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근래에는 운동을 소홀히 했다"며 "몸이 좋지 않은 시기가 있었고, 시합이 워낙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비시즌은 운동을 가장 많이 할 때"라며 "기술 훈련보다는 한 시즌 동안 잘 달릴 수 있는 몸상태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웨이트나 필라테스 같은 운동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상금 상향은 여자 프로당구의 발전 상징"
김가영은 이번 우승으로 LPBA 우승 상금 1억원을 획득하며, 이 상금을 받은 두 번째 선수가 됐다. 그는 "1억이라는 숫자보다 상금이 올라가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선수들이 발전하고, 노력하고, 수준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프로 무대(PBA)를 만들어가는 관계자들이 그 부분을 인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김가영은 "상금이 늘어나는 부분은 나를 비롯해 모든 선수들에게 원동력이 되며, 후배들에게도 큰 목표의식을 갖게 한다"며 "여자 프로당구의 미래가 밝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사이판에서 프리다이빙 할 계획"
김가영은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며 휴식 계획도 밝혔다. 그는 "필리핀 사이판에 가기로 했다"며 "프리다이빙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프리다이빙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는 수영장에서만 했었는데, 바다로 나가는 건 처음"이라며 "너무 기대된다"고 웃었다.
편집자 주. 김가영은 1983년 1월 서울에서 태어났다. 인천 용현초와 용현중을 졸업하고 인천산업정보고를 거쳐 지난 2016년 한국채육대학교를 졸업했다. 당구를 시작한 시기는 그녀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인 1993년 당구장을 운영하던 아버지로부터 배웠다. 그로부터 3년 후인 1996년 중학교 때 포켓볼 당구선수가 됐다. 1997년 포켓볼 국가대표로 세계당구선수권대회에 출전했고, 2006년 카타르 도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포켓볼(8볼)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김가영의 당구선수로써의 수상경력을 이루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당구선수로써 본격적으로 활동한지 1년여만인 1994년, 세계여자프로당구협회 '올해의 선수'가 되었고 1998 세계여자프로당구협회 선정 '올해의 스포츠인물'로 선정되며 세계 여자 당구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수없이 많은 여자포켓볼 대회를 석권했고, 세계 여자포켓볼계로부터 '작은마녀'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국가대표로는 지난 2006 제15회 도하 아시안게임과 2010년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당구 여자 포켓8볼에서 각각 은메달을 획득했다. 2009년 출전한 동아시경기대회 여자 포켓9볼에서는 금메달을 따며 국위선양도 했다.
포켓볼 선수로써 최정상에서 20여년 이상 활약했던 그녀는, 2019년 3쿠션 프로당구 PBA가 출범하자 과감하게 3쿠션으로 전향해 새로운 당구인생을 시작했다. 3쿠션 선수로 전향한 첫해 적응에 다소 어려움을 겪다 시즌 말미인 6차대회에서 PBA프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임정숙, 스롱 피아비 이미래 등과 트로피를 나눠 가지며 경쟁을 펼치다, 올시즌 기량이 만개하며 38연승을 기록했고, 이기간 동안 투어대회 6차례 우승 포함 7개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김가영은 올시즌 추가한 트로피 7개 포함 프로 6년간 총 14개의 트로피를 수집하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