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뛰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나…” 최정원 폭풍 질주에는 담대한 마음 있었다 [MK인터뷰]

[ MK스포츠 야구 ] / 기사승인 : 2024-04-19 11:35:01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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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다고는 생각을 안 했다. 뛰어봐야 죽든 살든한다. 안 뛰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올 시즌 들어 연일 유려한 주루 플레이로 NC 다이노스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최정원은 담대한 마음을 지닌 소유자다. 유니폼에는 항상 흙이 묻어 있을 정도로 야구에도 진심이다.

청주중, 청주고 출신 최정원은 내·외야 유틸리티 우투좌타 자원이다. 2019년 2차 7라운드 전체 67번으로 NC의 부름을 받았으며, 지난해까지 160경기에서 타율 0.278(302타수 84안타) 15타점 18도루를 올렸다.





이런 최정원에게 지난 17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그는 창원 한화 이글스전에서 양 팀이 3-3으로 팽팽히 맞선 8회말 대타로 출격했다.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등장한 최정원은 상대 우완 불펜 투수 장시환으로부터 침착하게 볼넷을 얻어냈다. 이어 후속타자 김주원이 희생 번트를 시도했는데, 최정원은 3루 베이스가 비어있다는 것을 포착했고, 폭풍 질주를 이어가 3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한화는 즉각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으나, 번복은 없었다.

이후 최정원은 박민우의 중견수 방면 희생플라이에 홈을 밟으며 결승점의 주인공이 됐다. 침착한 판단과 빠른 발로 팀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된 최정원이다.





이튿날 만난 강인권 NC 감독은 “어제(17일)는 그 장면이 승리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최정원의) 시야가 넓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 (한화 3루수) 노시환이 압박 수비한다는 것을 1루에서 본다는 것은 베테랑 선수들이 아니고는 쉽지 않다. 그것을 간파하고 과감하게 주루 플레이를 했다. 앞으로 최정원이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같은 날 만난 최정원은 ”번트 사인이 나왔다. 번트가 나올 때 압박을 많이 하는 팀들이 있다. 한화 같은 경우에도 번트가 나오면 굉장히 압박을 많이 한다. 압박을 많이 하면 3루가 비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1루에서 2루 돌며 3루를 잠깐 봤는데, 비어있는 게 보였다“며 ”그래서 승부를 볼 만한 상황인 것 같아서 자신있게 뛰었는데, 결과가 좋게 따라온 것 같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말은 쉽지만, 사실 최정원 같은 대타 요원이 이러한 주루 플레이를 펼치기는 쉽지 않다. 설령 아웃이 될 경우 ‘역적’이 되며 출전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

그럼에도 최정원은 ”죽는다고는 생각을 안 했다. 뛰어봐야 죽든 살든한다“며 ”안 뛰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무조건 산다 하고 뛰었다. 당연히 살 줄 알았는데 영상을 보니 (타이밍이) 굉장이 타이트해서 깜짝 놀랐다“고 눈을 반짝였다.





최정원의 활약은 비단 이날만의 일이 아니다. 그는 지난 11일 창원 KT 위즈전에서도 3타수 2안타 3사사구 4득점을 올리며 NC의 8-7 승리에 이바지했다. 무려 5차례나 출루했고, 그 중 4번이나 홈을 밟았다. 두 차례 호수비도 선보이며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최정원은 ”난 주전이 아니다. 뒤에서 연습하며 준비하는 시간이 많다. 그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경기에 못 나가면 열도 좀 받는다(웃음)“며 ”나가고 싶은 욕망도 커지다 보니 독기에 차 있었던 것 같다. 나갔을 때 내일이 없는 느낌으로 내 플레이를 보여주자는 생각을 가지면서 하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제 장점은 그라운드에 나갔을 때 팀에 도움이 되는 에너지를 보이는 것“이라며 ”타격에도 자신이 있지만 일단 출루하려고 한다. 출루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초반에 운이 좋게 따라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내, 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함은 물론이고 고교 시절에는 이영민 타격상을 받을 정도로 타격에도 일가견이 있는 최정원은 쓰임새가 많은 자원이다. 강인권 감독은 ”(최정원이) 타격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 그동안 선발 라인업에 넣을까도 고민했는데, 손가락에 조금 부상이 있어 타격이 안 되는 바람에 뒤에서 대주자로만 준비하고 있었다. 외야 쪽과 (2루수) 박민우의 컨디션을 관리해야 할 때는 최정원의 활용도가 높아질 거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흙 묻은 유니폼에 대해 “나 자체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항상 간절하고 최선을 다하려 한다”며 설명한 최정원은 “당연히 선수라면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지만, 팀에서 해야 할 역할들이 있다. 그것들을 잘 해내다 보면 조금씩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기회는 제가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갔을 때 만큼은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기회가 온다. 애매하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창원=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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