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ABS 조작 논란 피해자’ 강인권 NC 감독 “미리 막을 수 있었을텐데…” [MK창원]

[ MK스포츠 야구 ] / 기사승인 : 2024-04-16 17:35:02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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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발생하기 전 까지 방지할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 많이 안타깝다.”

강인권 NC 다이노스 감독이 사상 초유의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조작 논란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강 감독은 16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2024 프로야구 KBO리그 정규시즌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를 앞두고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복기했다.





해당 경기에서는 사상 초유의 ABS 조작 사태가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NC는 3회초까지 이재학의 호투와 오영수의 좌월 솔로포를 앞세워 1-0으로 앞서 있었다.

문제는 3회말에 나왔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재학은 김지찬에게 볼넷을 범했다. 이후 초구로 137km 패스트볼을 뿌려 스트라이크를 잡은 그는 2구로 136km 패스트볼을 구사했지만, 볼 판정을 받았다. 동시에 김지찬이 2루를 훔쳤고, 당초 아웃이 선언됐으나 비디오 판독 끝에 세이프로 변경됐다.

이후 이재학은 2개의 볼을 더 던진 뒤 5구째로 120km 체인지업을 뿌려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이때 강인권 감독은 즉각 벤치에서 나와 주심에게 향했다. 앞서 김지찬의 도루 때 이재학의 2구가 스트라이크였는데, 볼로 카운트 됐다는 것.

강 감독의 항의에 이어 박진만 삼성 감독도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판정이 잘못된 것을 확인한 뒤 즉시 어필하지 않았다는 취지. 심판진은 모두 모여 이에 대해 잠시 논의했다.





이후 마이크를 잡은 이민호 심판 조장은 “김지찬 선수가 도루할 때 투구한 공(이재학의 2구)이 심판에게는 음성으로 ‘볼’로 전달됐다. 하지만, ABS 모니터를 확인한 결과 스트라이크로 판정됐다”며 “NC에서 어필했지만, 규정상 다음 투구가 시작하기 전에 항의해야 한다. ‘어필 시효’가 지나, 원심(볼)대로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KBO로부터 ABS 판정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태블릿을 지급받았다고는 하지만, 스트라이크, 볼 판정이 나올 때까지 시간 차가 발생하기에 NC로서는 억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중계 방송을 통해 심판진들의 대화가 고스란이 전해지며 논란은 커졌다. 이민호 심판 조장이 구심에게 “(ABS)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하세요. 우리가 빠져나갈…그것 밖에 없는 거에요”라고 한 말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본인들이 ABS의 스트라이크 콜을 놓쳤음에도 실수를 덮기 위해 ‘기계 오류’로 돌리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이로 인해 약 8분 간 경기가 중단됐고, 그 사이 마운드에 외로이 있던 이재학의 어깨는 식어갔다. 그렇게 흔들린 그는 결국 이재현에게 볼넷을 범했고, 구자욱, 데이비드 맥키넌에게 각각 1타점 적시 2루타,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으며 주춤했다. 이어 4회말에는 이성규와 김재상에게 각각 우중월 솔로포, 좌월 투런 아치까지 헌납하며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온 이재학이다. 이후 NC가 동점을 만들지 못하고 5-12로 패함에 따라 이재학은 3패(무승)째를 떠안았다.

KBO는 15일 허구연 총재 주재로 ABS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했으며, 주심 혹은 3루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민호 심판, 문승훈 심판, 추평호 심판이 직무 배제된 것은 물론 인사위원회로 회부됐지만, 승, 패는 달라질 수 없기에 억울할 수 밖에 없는 NC다.



당시를 돌아본 강인권 감독은 “제 육안으로 2구가 스트라이크라 생각했다. 다만 제가 태블릿에 무감각해진 이유가 1구를 던지면 2~3구 뒤에 전송이 된다. 처음에는 관심있게 봤지만 무감각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투수들) 투구하는 것도 확인해야 한다”며 “제가 더 꼼꼼히 체크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겠지만, 스트라이크라고 인지한 부분이 있었다. 그 뒤에 카운트를 봤을 때 제 생각과 다른 볼 카운트여서 태블릿을 확인했고 스트라이크였다. 정정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아 항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감독은 “그동안 심판과 기록원들의 커뮤니케이션이 맞지 않아 볼 카운트가 다를 때는 어필해서 정정이 되는 부분들도 있었다”며 “그런 부분들에 있어 조금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다. 결국엔 (이)재학이도 컨디션이 흔들렸고 제가 어필하며 리듬을 깬 부분도 있어서 재학이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령탑은 미리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강인권 감독은 “인사위원회가 열리고 있고, 그 과정 속에 있는 부분들을 제가 다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 나중에 따로 기회가 있을거라 생각한다”면서도 “그런 일이 발생하기 전 까지 방지할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강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ABS를 하며 태블릿으로 전송되는 시간에 대해서도 항상 문제 제기를 했었다. KBO에서도 인식을 하고 있었다. 시즌 시작되면 개선될 거라 하셨는데 일찍 개선되지 않은 부분들이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음성 인식 판독을 일주일 뒤에 도입한다고 하셨는데 일찍 했으면 이런 상황이 발생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그런 상황을 안 만들었어야 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아쉽게 14일 경기에서는 패했으나, 현재 NC의 페이스는 나쁘지 않다. 13승 6패를 기록, 당당히 2위에 올라 있다.

강인권 감독은 “지난 주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 좋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재학이의 페이스가 떨어져 있지만 그 부분만 아니면 전체적으로 제 생각보다 좋은 흐름으로 가고 있다”며 “4월 한 달 동안 이번 주가 좀 힘든 여정이 될 것 같은데 잘 넘긴다면 앞으로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부상으로 잠시 전열에서 이탈한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은 20일 돌아올 전망이다.

강 감독은 “조금 불편함이 있었는데 일요일 티배팅부터 시작해서 팀 훈련에 참가해 배팅 훈련도 소화했다”며 “지금 모습을 봤을 때는 나쁘지 않다. 토요일(20일) 정상적으로 1군 등록이 가능하지 않을까 보여진다”고 콜업을 예고했다.

한편 NC는 이날 투수 김시훈과 더불어 박민우(2루수)-서호철(3루수)-손아섭(지명타자)-권희동(좌익수)-박건우(우익수)-김성욱(중견수)-김형준(포수)-오영수(1루수)-김주원(유격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창원=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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