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그 자체’..29살 박진섭의 A매치 데뷔골

[ MK스포츠 축구 ] / 기사승인 : 2024-03-27 08:59:01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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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그 자체’ 박진섭이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린 후 만세를 불렀다.

황선홍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4차전 원정 경기에서 3-0 대승을 거뒀다.

대한민국은 오랜만에 시원한 승리를 해냈다. 지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바레인과의 첫 경기 이후 7경기 만에 90분 내 승리를 기록했다.



많은 스토리가 있는 승리였다. 대한민국은 지난 21일 홈에서 태국에 1-1 무승부를 허용했다. 이로 인해 태국은 국가 차원에서 두둑한 보너스를 예고하는 등 이번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대승으로 그들을 무너뜨렸다.

더불어 손흥민과 이강인의 브로맨스가 이뤄지며 지난 ‘탁구 게이트’를 잠시 잊게 했다.

그러나 가장 감동적이었던 장면은 후반 37분이었다. 김진수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김민재가 헤더 패스, 이후 박진섭이 정확하게 차 넣으며 대한민국의 3번째 골을 터뜨렸다. 이는 박진섭의 A매치 데뷔골이었다.

1995년생 박진섭은 지난 중국과의 2차 예선 경기가 A매치 데뷔 전이었을 정도로 그동안 태극마크와 인연이 없었다. 축구 인생에서 첫 태극마크가 2023 항저우아시안게임이었을 정도로 커리어가 화려하지 않았다.

실제로 박진섭은 축구 인생 내내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학 시절 공격수로서 U리그 권역 득점왕 타이틀까지 품었으나 프로 입문에는 실패했다.

결국 대전 코레일에 입단, 주전으로 활약하며 안산 그리너스, 대전 하나시티즌을 거쳐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 이 과정에서 공격수를 시작으로 미드필더, 센터백 등 꾸준히 포지션을 전환하며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그럼에도 위기는 계속됐다. 2022시즌 전북에서 활약하며 K리그1 수비수 베스트에 선정되는 등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보냈으나 군입대 시기가 찾아왔다. 하나, 상무 최종 합격자 명단에 들지 못하며 다시 좌절하고 말았다. 그리고 지난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와일드카드로 선발되며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

박진섭은 항저우아시안게임 내내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며 아시아 최초 3연속 금메달이라는 대기록을 이끌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선 후반 머리 출혈에도 붕대 투혼을 펼쳤고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포효한 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A대표팀 선발도 극적이었다. 싱가포르, 중국과의 2차 예선을 앞둔 상황에서 홍현석의 부상으로 대체 선발됐다. 그리고 카타르 아시안컵까지 이어가면서 점점 태극마크에 익숙해졌다. 끝내 태국 원정에선 김민재의 도움을 받아 데뷔 골을 터뜨리는 등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충분한 박진섭의 축구 인생. 그는 천천히 올라섰고 결국 최고의 자리에서 득점까지 해냈다. 아직 국가대표 주전이라는 타이틀은 없지만 후진 없이 전진만 하고 있는 박진섭이기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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