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보조금은 누굴 위한 것인가?”

[ 환경일보 ] / 기사승인 : 2022-09-30 09:40:0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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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충전하고 있는 전기 자동차의 모습 /사진=김인성 기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충전하고 있는 전기 자동차의 모습 /사진=김인성 기자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친환경차 보조금은 부자들을 위한 것이냐.”



28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친환경차 지원정책의 합리적 개편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울산의 한 시민은 친환경차 보조금을 일명 “부자들을 위한 보조금”이라 일컬으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정작 저소득층 국민들은 혜택을 받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부자들은 보조금을 받아 구입한 전기차를 재판매하는 형식으로 부당한 이익을 받고 있다”고 정부의 구멍투성이 지원 정책을 비판했다.



해당 시민은 “저소득층이 사기에는 전기차는 보조금을 지급받아도 비싸다”며 “할부라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지만, 자리를 함께한 환경부처 관계자는 “검토해 보겠다”는 원색적인 답변만을 내놨다.



근래 친환경차 지원 정책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탄소중립에 따라 친환경차 전환에 대한 재정지출은 늘어가고 있으나, 그만큼의 효과를 얻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정부 보조금을 악용하는 ‘전기화물차의 고가 중고 판매 문제’다. 보조금으로 구매한 전기 화물차를 중고차 시장에서 구매가격보다 비싸게 되팔아, 500만~1000만원 가량 시세차익을 얻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친환경차 지원정책의 합리적 개편을 위한 정책 토론회’ 전경 /사진=김인성 기자
‘친환경차 지원정책의 합리적 개편을 위한 정책 토론회’ 전경 /사진=김인성 기자




본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주환 의원(국민의힘)은 “‘노후된 차량을 친환경차 전환을 통해 대기질을 개선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정책 목적에서 벗어나 기존 시장질서를 왜곡시키는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어떤 사람은 보조금을 받아 친환경차를 구매하면서도 노후 차량은 그대로 운행하거나, 저가에 구매한 차량에 웃돈을 붙여 중고차 시장에 재판매하기도 한다”며 “또 외국산 자동차에 과도한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동안은 친환경차 보급대수를 늘리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를 보호하는 문제는 물론 효율적인 재정지출이 이뤄지는지 살펴보지 못했다”며 “친환경차 지원정책에 대해서 되짚어 보고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친환경차 보급으로 인한 환경개선 효과는 분명히 존재하나, 2021년 기준 석탄발전이 총발전량의 35.4%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개선의 효과 크기는 보조금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친환경차 보급 정책 ‘형평성’, 환경개선‧효과에 필수



그 주 원인의 일부로 전기차의 보급정책의 형평성 측면이 지적된다. 전기차의 높은 구매비용은 여전히 저소득층에서는 높은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며, 이는 곧 정부 및 지자체의 재정지출(구매보조금, 세제지원 등)에 있어 저소득층이 소외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다.



전호철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정책의 비용 감소 및 효과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분석됐다”며 전기차 보급의 형평성 문제는 단지 재정지출뿐만 아니라 환경성 측면에서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Holland et al.(2019)은 연구를 통해 중간소득이 6만5000달러 이상 되는 지역(고소득층 거주지역)에는 전기차 보급에 따라 양의 환경적 편익이 발생하는 데 반해, 저소득층 거주지역에서는 적절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전 교수는 “국내외 사례를 검토한 결과 전기차 구매측면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더불어 정부와 지자체는 구매 보조금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충전 인프라 확충, 유지보수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가 친환경차 보급을 위한 재정지출의 효율성 제고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사진=김인성 기자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가 친환경차 보급을 위한 재정지출의 효율성 제고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사진=김인성 기자




보조금 감축 or 증가? 여전히 '논란의 중심'



정부는 올해 친환경차의 구매보조금 액수를 줄이되, 보조 차량수를 늘리는 정책을 채택했다. 그러나 보조금의 감축, 유지 혹은 증가에 대해서 전문가, 학계, 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은 상충됐다.



업계의 입장에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김용원 상무는 국내 자동차 제작사는 원자재 급등과 배터리 수급 문제 등으로 전기차 가격인상 불가피하다는 배경을 들어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대당 지급액 인하 폭에 대해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상무는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의 가격 동등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조금이 지속적으로 인하될 경우, 전기차 보급의 둔화 및 목표 달성(2030 NDC)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반대로 현행 수형 전기화물차에 대한 보조금 단가는 환경편익 측면에서든 TCO(총소유비용) 측면에서든 과도하다는 입장도 있었다.



‘친환경차 보급을 위한 재정지출의 효율성 제고’를 발제한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기승용차의 보조금 단가를 낮추고 있어도 더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 것을 참고해, 전기화물차에 대한 지원단가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빨리 조정해 재정지출 효율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환경차 보조금의 감축과 증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친환경차 보조금의 감축과 증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 교수는 “전기차 구매의사가 있는 사람들은 보조금이 향후 감소될 것을 감안할 것이기에 보조금의 삭감 속도가 더딜 경우, 전기차 전환 속도는 오히려 늦춰질 수 있다”고 소비자의 심리적 분석을 토대로 제언했다.



더불어 경제성 평가에서 반영한 세제혜택뿐 아니라 고속도로 통행료, 공영주차장 요금 등에서 추가로 할인혜택과 같은 요소들을 반영해 구매보조금 단가를 낮추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보급의 기본은 인프라인데‧‧‧ “충전기가 넉넉하다고?”



소비자 전문가, 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은 모두 친환경 보급을 위한 “충전 인프라가 턱없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러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정부 부처를 대표해 나온 김호은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 과장은 공감보다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해 충전인프라 구축 중”이라면서도 “그래도 현재 보급된 전기차 대수 대비 충전기는 넉넉한 편”이라는 답변을 했다.



환경부 관계자의 말과는 달리, 친환경차 지원 보조금등 충전인프라 구축으로 충전소 개소는 크게 확대됐으나 전기차 보급 속도 대비로는 여전히 급속 충전기의 보급이 미진한 상태다.



2016년 대비 전기차 충전기 1기당 전기차 수는 2021년 연평균 18.5% 감소한 2.2대/기 수준이다.



한국전기차협회 김필수 회장은 “전 국민의 약 20%가 거주하는 곳과 공용 충전기 등에는 국가 지원이 전무한 상태”라며 “공용 주차장, 공동 주택(빌라, 연립주택, 다세대 주택 등에 대한 국가 지원이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동규 교수는 “기존 충전소 설치지원사업이 설치 실적에만 초점을 맞춰 사후관리가 취약하다”고 전했다. 작년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기‧수소차 관련 불편사항 민원 3만4904건 중 ‘충전시설’에 대한 내용이 가장 많았다.



이 교수는 “충전기 설치 이후 사후 관리가 조건이 잘 반영되지 않아 설치업자들은 저가의 충전기로 설치 건수만 높이고, 설치 후 고장률 및 고장신고 후 수리까지 민원이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구매보조보다 인프라 지원의 비중을 높이고 지원 시 사후관리에 대한 조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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