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꼬았다고 '건방지다' 욕먹은 김동연… 논두렁 막걸리·무 서리 '나는 농부의 자식'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10-18 13:07:24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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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김동연경기도지사가 포천 영북면 자일리에서 무를 뽑아 주민들과 나눠먹고 있다. 사진 = 김만구기자
16일 김동연경기도지사가 포천 영북면 자일리에서 무를 뽑아 주민들과 나눠먹고 있다. 사진 = 김만구기자

(수원=국제뉴스) 김만구 기자 = “도지사가 어르신 앞에서 다리를 꼬다니, 건방지게!” 16일 오후, 포천 가산면 마치미마을 회의장 안에서 한 주민의 목소리가 터졌다. 김동연(67) 경기도지사는 잠시 멈칫했다. 자리엔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회의가 다시 진행되자 박수소리 등이 퍼졌다. 회의가 끝난 뒤 그 주민은 “술에 취해 실례를 했다”며 직접 사과했고, 김 지사는 “괜찮다”며 안아줬다. 이날 김 지사는 마치미마을을 찾아 ‘경기 RE100 최우수 마을’ 현판을 직접 달았다. 이 마을은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가구당 월평균 20만 원의 수익을 얻는 ‘에너지 자립 마을’이다. 회의장에는 주민 40여 명이 모였다. 김 지사는 ‘이웃집 주민’ 처럼 대화했지만, 한 주민이 다리를 꼰 것을 지적했고, 김 지사는 태연했다. “그럴 수도 있죠. 편하게 이야기합시다.”

회의를 마친 김 지사는 곧장 포천 영북면 자일리로 이동해 콤바인을 몰았다. 작업복 차림으로 콤바인에 올라타 30분 가까이 벼를 베었다. 볏짚이 콤바인에 엉키자 직접 손으로 풀기도 했다. “나도 농부의 자식”이라면서... 주민들이 막걸리와 두부를 내오자, “일을 조금 했는데 새참 먹기가 죄송하다”고 했다. 밭으로 자리를 옮긴 김 지사는 무를 뽑았다. 첫 번째, 두 번째 무는 작았다. 세 번째 무가 제법 굵었다. “서리 아니죠?” 그는 웃으며 돌 모서리에 무를 탁 쳐 반을 쪼개더니 주민들과 한입씩 베어 물었다. “옛날 소시적 먹던 맛이 나네요. 웬만한 과일보다 낫네요.” 한 주민이 “콤바인 한 대만 사주세요”라며 하자, 김 지사는 “농협지부장 어디 있습니까? 강호동 중앙회장한테 내가 전화할 테니 반반 냅시다”라며 농담도 건넸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6일 동두천 중학교에서 달달버스(달려가는 곳마다 달라집니다)를 타고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김만구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6일 동두천 중학교에서 달달버스(달려가는 곳마다 달라집니다)를 타고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김만구기자

앞서 이날 오전에 김 지사는 동두천의 한 중학교를 찾았다. 폭염 속에서 노점상 할머니에게 비상금 3만 원을 건넨 옥현일(14) 군에게 표창장을 주기 위해서다. 김 지사는 “남을 위한 배려 같지만, 결국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고 했다. 한 학생이 김 지사에게 사탕봉투를 선물하고, 학생들이 “선생님이 훌륭해요”라고 하자, 김 지사는 “다들 사회생활 잘하겠네요”라며 웃었다. 표창식이 끝난 뒤, 김 지사는 ‘달달버스(달려가는 곳마다 달라집니다)’에 학생 20여 명과 함께 탔다. 학생들이 “남녀공학으로 바꿔주세요!”하자 김 지사는 “내가 ‘남녀공학!’ 하면 함성 질러”라고 했다. 김 지사가 “남녀공학!”이라고 할 때마다. 버스 안이 '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

다음날 김 지사는 고 강재구 소령이 근무한 맹호부대를 찾아 수해 때 고생한 군장병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제가 지난 수해때 1시간 정도 포도밭 땡볕에 쪼그려 앉아서 돌무더기 나르는 일을 하는데, 몇십 분 일하면 10분 쉬어야 할 정도로 힘들었다. 그런데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장병들 표정이 힘들거나 귀찮아하거나 하는 표정이 아니고 정말 밝은 표정이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옷을 입고 젊은 장병들 몇 사람 안아줬다. 큰 감명을 받았다"

이후 김 지사는 가평군민의날 행사장을 찾았다. 서대원 가평군수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라며 반겼고,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축사에서 “경기도의 지도자 김동연 지사께서 오셨다”고 소개했다. 김 지사는 “31개 시·군 중 군민의날 행사에 참석한 건 가평이 처음”이라며 “가평은 올해만 다섯 번째 방문”이라고 했다. 그는 축사에서 “지난번 가평 포도밭에서 봉사할 때 ‘가을에 수확하면 포도 100상자를 사겠다’고 약속했는데, 실제로 구입해 약속을 지켰다”고 했다.

행사 후엔 수해 이재민들과 점심을 했다. “불편하시겠지만, 끝까지 챙기겠습니다.”

16일 김동연경기도지사가 포천 영북면 자일리에서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후 주민들과 막걸리를 나눠먹고 있다. 사진 = 김만구기자
16일 김동연경기도지사가 포천 영북면 자일리에서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후 주민들과 막걸리를 나눠먹고 있다. 사진 = 김만구기자

김 지사의 정치 행보는 전형적인 ‘생활 정치, 현장 정치’다. 마을회관과 논두렁을 더 자주 찾는다. 다리를 꼬았다고 욕을 먹고도 '그럴 수도 있다'며 미소로 넘기는 정치인. 한 참석자는 “소시민 정치가 자칫 ‘쇼’로 비칠 수 있지만, 정치는 결국 사람과의 관계다. 마음을 주고받는 게 시작”이라면서 “‘사람 냄새 나는 정치’가 정치의 본래 모습 아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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