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받은 배양 연어가 본격적으로 외식 시장에 진입하며 배양 해산물 산업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배양 수산물 스타트업 와일드타입(Wildtype)은 오는 8월 14일부터 샌프란시스코의 고급 오마카세 레스토랑 ‘로빈(Robin)’을 통해 자사의 배양 연어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인다. 셰프 애덤 토르토사(Adam Tortosa)가 운영하는 이 레스토랑은 일본식 정찬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리로 주목받아온 곳으로, 캘리포니아에서 배양 해산물이 식탁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양 해산물은 생물을 직접 양식하거나 어획하지 않고, 어류의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식용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이 같은 세포 기반 식품 기술은 육류 산업에서 먼저 시도됐으나, 최근에는 환경적·윤리적 측면에서 어업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남획과 해양 오염, 기후 변화로 인해 전통적인 수산업이 위기에 처하면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와일드타입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국 최초로 FDA로부터 배양 연어에 대한 상업적 판매 승인을 받았다. 이로써 와일드타입은 배양 해산물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으며, 이번 로빈과의 협업은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와일드타입은 지난 7월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유명 레스토랑 ‘칸(Kann)’에서 배양 연어를 상시 메뉴로 도입한 바 있으며, 텍사스 오스틴의 ‘오토코(OTOKO)’에서도 요시 오카이(Yoshi Okai) 셰프의 도쿄-교토 퓨전 오마카세에 포함ㄷ 호평을 받았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배양 해산물 시장은 2031년까지 약 17억 달러(한화 약 2조 2천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친환경적 소비 트렌드가 확산됨에 따라 배양 식품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가운데 해양 생태계 보존과 미세플라스틱, 중금속 노출에 대한 우려를 피할 수 있는 배양 해산물은 지속 가능한 식량 안보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일반 연어의 경우, 양식 과정에서 항생제 남용이나 수질 오염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반면 배양 연어는 사육 과정이 없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으며, 위생적이고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수요 증가에 따라 어종 고갈이 우려되는 현실에서, 특정 종의 보호와 공급 균형 유지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 사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와일드타입의 외식 시장 진입은 단순한 제품 출시를 넘어 배양 해산물의 실질적 소비자 경험 확대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고급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이미지로 각인시키는 전략은 초기 시장 형성에 있어 효과적인 접근으로 평가된다. 셰프 토르토사는 “와일드타입의 배양 연어는 전통적인 연어의 식감과 풍미를 고스란히 구현하면서도 환경적 책임까지 갖춘 식재료”라며, “지속 가능한 미식 문화를 선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배양 해산물이 아직 가격 경쟁력이나 대중화 측면에서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 발전과 대량 생산 체계가 정착될 경우 향후 주요 단백질 공급원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번 로빈에서의 출시를 계기로 배양 연어가 소비자 식탁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관련 시장이 어떻게 진화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