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공정한 선거를 치르자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4-02-20 14:10:27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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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선거의 해라 불릴 만하다. 대만 총통, 우리 국회의원, 일본 자민당 총재, 미국 대통령 선거 등 76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결과에 따라 국정 방향과 정책이 크게 바뀔 수 있다. 대만은 총통 선거에서 중국과의 유화보다 자주 독립을 택했다. 미국도 트럼프가 돌아오면 자국 우선주의가 가속화되리라 보인다.

일본은 내각책임제로 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의 다수당 총재가 총리가 된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가 9월까지다. 총재 선거는 자민당 내부에서 치러지는데, 총리나 당 지지율이 높으면 임기 전에 국회를 해산하고 중의원 선거를 치러 승리하면 기세를 몰아 총재 재선을 노린다. 그러나 파벌 파티 참가비 일부 기재 누락 등으로 20~30%대 지지율로는 국회 해산 없이 9월 총재 선거가 예상된다.

우리는 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른다. 지역구에서 253명, 정당별 비례대표로 47명, 총 300명이 선출된다. 비례대표제는 지난 총선에서 도입되어 위성정당을 급조한 뒤 합병하여 비난을 받아온 연동형과 비슷하고, 계산법을 도무지 알 수 없는 준연동형으로 치러진다. 또 선거일이 50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여전히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으로 새 당이 생기고, 각 당은 공천 심사로 분주하다. 당마다 총선용 공약과 정책이 난무하는데, 소요예산은 하나같이 불분명하다. 이대로라면 공약은 뒷전이 되고, 허위, 과장 선전만 판을 칠 듯하다.

불합리한 선거제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이번 국회의원들은 반드시 국민들이 납득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국민들로부터 가장 낙후된 분야라는 오명은 벗어야 되지 않겠는가. 마침 안보, 산업면에서 비슷하지만 코로나 방역과 반도체에서 세계 최고를 이룬 대만의 훌륭한 선거 제도는 우리에게 소중한 참고 사례가 된다. 한번이라도 미심쩍은 개표 기억을 가진 국민들은 좋은 후보 선택에 못지않게 공정 개표를 기대한다. 대만은 개표함에서 관리자가 한 장씩 꺼내서 투표자 이름을 크게 외치고 두 손을 번쩍 들어 참관인들이 모두 확인토록 한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돌아가느냐지만 선거는 신속, 효율보다 정확, 공정이 우선이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사전투표용지의 관리인 날인도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빗거리 여지를 남기지 않도록 사전 인쇄보다 직접 날인이 낫다.

득표율에 따라 선거비용을 지원받는 점은 한국, 대만이 비슷하다. 라이칭더(賴清德) 총통 당선인은 민진당에 환급되는 보조금 1억6천만 대만달러(약 68억 원)를 공익목적으로 기부했고, 2위 후보도 동참하게 되었다. 우리는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은 약 200억 원씩 받았다. 이런 것은 당장 본받았으면 좋겠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도구이므로, 보통, 평등, 직접, 비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여기에 한 표라도 공정하게 처리되도록 선거관리에 한 치의 틈도 주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일이다. 국민들도 냉철한 판단으로 투표에 임하고 두 눈을 부릅뜨고 살피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자.

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김광재 기자 kj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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