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사회 세상읽기]의료대란, 개혁의 대상은 누구인가?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4-02-14 15:25:24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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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의 가장 큰 명분은 필수의료 살리기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 필수의료를 하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나 책상에 앉아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사람이 중환자들의 생명줄을 붙들고 5일간 집에도 가지 못한 필수의료진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도대체 개혁의 대상이 누가 되어야 할까?

2월8일 복지부 브리핑 내용에는 “의대증원 2천 명은 자연계열 정원 12만4천 명의 1.6%에 불과해 쏠림이 가속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정말 복지부 담당자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도대체 고등학생들의 입시에 관심이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의자에 앉아서 숫자놀음으로 국민들 눈과 귀를 속이려는 저능과 저열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현재 의대생 정원에 2천 명을 더하면 전체 정원의 4%가 의대생이다. 거기에 치대, 한의대, 약학계열 까지 더하면 대한민국의 두뇌는 모두가 의료계에만 종사하려는 형국이 될 것이다.

기존의 3천16명 의대생 선발에도 제대로 공부하는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최근 2년간 수능성적 상위 20개 학과는 의학계열 18개, 치과계열 2개이다. 의대에 지원한 뒤 탈락하면 공대나 다른 자연계열을 선택하고 있다. 지금도 공대나 자연계열 대학생 중에서 상당수가 학교에 등록만 하고 다시 수능준비를 해서 그 다음 해에라도 의대로 진학하려고 한다. 2천 명이 추가되면 어떻게 될까? 만일 반수,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의대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 늘면 의대의 경쟁률이 4대1만 되더라도 공부 꽤나 하는 학생들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의대만을 목표로 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이런 현상은 누가 보아도 기형적이고 비정상적이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는 누가 만들고 로켓은 누가 만들어야 하는가? 인공지능과 로봇은 누가 개발하는가? 대한민국은 아픈 사람과 치료하는 사람 뿐인 세상이 되어야 하는가?

복지부는 의대정원 확대로 필수의료가 살아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한 중환자외과 교수님이 다음과 같이 답글을 달았다.

“제가 당신들이 이야기하는 필수의료 의사입니다. 의대 정원 늘리고 필수의료 전문의로 기능을 하기까지 최소 10년이 걸리죠. 그 십 년 동안 필수의료과에 인원이 채워져야 그 다음에 의사가 많아져도 필수의료가 돌아가는 겁니다. 공무원 여러분, 그리고 이거 올리는 공무원 담당자분. 저는 서울 사립대학병원 중환자외과 교수로 지난 5일 동안 집에 가지 못했습니다. 의사가 적어서 필수의료를 하지 않을까요? 시간이 흘러 흘러 이 정책을 시행함으로 의료의 질적 저하로 많은 국민이 죽어나갈 것입니다. 관리자 한 명이라도 좀 읽고 뜨끔이라도 하십시오. 12만4천 명 자연계열 정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성적순으로 위에서부터 이 천명이 없어지는 겁니다.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등등 말이죠. 여론몰이도 정도껏입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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