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 인터넷서신 폐지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4-02-14 12:00:33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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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덕 로앤컨설팅 대표변호사
교정시설 인터넷서신 폐지

국민 대부분이 알지 못했던, 그리고 달리 쓸 필요나 기회가 거의 없던 정부 민원 서비스 제도 하나가 얼마 전 폐지되었다. 법무부에서 운영하던 ‘교정시설 인터넷서신 서비스’라는 것이었는데, 교도소나 구치소 같은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람에게 가족이나 친지 혹은 친구 등이 간편하게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제도였다.

이 제도는 가족 등이 법무부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인터넷으로 편지를 작성하면 다음 날 교정시설 공무원이 그것을 인쇄하여 수용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는데, 가족 등이 수용자들과 좀 더 손쉽게 연락을 유지할 수 있게끔 하고 또한 그를 통하여 수용자의 안정적 교화도 촉진하는 등의 취지를 가졌던 제도이다. 참고로 수용자는 가족들에게 이 방법으로 편지를 보낼 수는 없었고 일반 편지로만 가능하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늘 제도의 아름다운 취지만 존중하지는 않는 터, 외부에서 불법도박 베팅정보나 음란소설 등의 내용을 서신으로 보내서 오히려 교화에 방해를 초래한다든가 혹은 집단적으로 여러 명의 외부인이 한 사람의 수용자에게 대량의 불필요한 서신을 보내어 교정공무원들이 과도하고 쓸데없는 노동력을 소모하게 된다든가 하는 일들이 잦았다고 한다. 그래서 제도가 결국 폐지되었고, 이제는 몇십 년 전처럼 다시 일반우편을 통해 가족 등이 연락해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쉬운 측면이 있다. 취지가 너무나도 좋았던 법제도가 제도 존재이유 자체의 흠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부도덕으로 인하여 폐지되는 결과를 맞았기 때문이다. 일부 몰상식한 이용자들 때문에 선량한 가족들이나 친지들이 불편을 겪게 되었다. 또한 뜻하지 않게 헌법상 권리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도 일부 제한되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가족들이 변호인 선임 정보를 수용자에게 조속히 전달한다든가 혹은 변호인이 직접 수용자에게 최대한 빠르게 연락한다든가 하는 것도 이제는 모두 불가능해졌다.

물론 ‘죄를 지어서 감옥에 갔으면 가족들도 같이 고생을 하는 게 마땅하지, 어디 감히 편의를 찾고 있나!’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일면 수긍이 가는 말이기도 하다. 애당초 가족들이 안 갇히게 잘 단속하는 것이 최고라는 것도 백번 맞는 말이다.

그러나 범죄자의 가족들도 정부 행정 서비스의 고객임은 분명한 바, 이미 지난 이야기가 되었지만 불량 이용자들을 걸러낼 수 있는 방법으로 제한해서 운영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횟수를 제한한다든가 아니면 불량 이용 적발 시 해당자의 이용을 금지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물론 틈을 비집고 또 오용(誤用)하는 사람들이 일부 등장하기는 하겠지만, 세상 모든 제도는 그런 상황을 보완해나가며 변증법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늘 너무나도 고생하고 있는 대한민국 교정공무원들을 언제나 응원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최미화 기자 cklala@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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