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지금이 정책 묘안이 필요한 타이밍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4-02-07 14:01:39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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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경제정책에는 시간차(policy-lag)가 존재한다고 한다. 경제 실태를 조사하고 분석해서 필요한 정책을 만들고 나면 시장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공론화하는 과정이 필요하게 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리된 정책은 국회 등에서 최종 의사결정에 이르게 된다. 이 과정만 하더라도 상당히 복잡한데 실천하려면 더 많은 수고가 필요하게 되고, 성과를 얻기까지는 더욱 더 많은 시간이 소모되게 된다.

그래서 경제정책은 타이밍(time-lag)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 것이고, 가능한 한 선제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더해지는 것이다. 특히, 재정정책은 통화나 금융 정책과는 달리 경제 환경 변화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해 선제적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시행 후 경기 여건이나 시장의 기대 등의 변화에 따라 기대효과의 현실화까지 상당한 기간을 필요로 해 체감도가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타이밍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더 강조되는 것이다.

문제는 대내외 여건 상 국내 경제정책의 절묘한 타이밍에 이루어져 시간차 극복과 효과 극대화를 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미증유의 위기를 겪으면서 악화된 재정은 전쟁, 글로벌 공급망 훼손, 국제 원자재 가격 불안정, 인플레(물가 상승)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운신의 폭을 좁혀 왔고, 지금은 건전성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재정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 역시 과하지 않은 수준에서 적절히 조정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통화나 금융 정책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게 말 할 수 있다. 금리 인하를 비롯한 전반적인 통화정책 기조 전환(pivot)에 대한 기대는 미국의 실물경제지표 발표나 금리 수준이 결정되는 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전후해 변화무쌍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급변동하고 있다. 반면에 금융정책은 통화정책과는 분명한 여건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인플레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가계부채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건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의 조기 해소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부동산 가격 불안마저 겹칠 수 있어서 섣불리 대규모 금융완화 조치를 시행할 수 없는 형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가지 거시경제 안정화 수단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은 경기 저점 형성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함으로써 견실한 경기 회복세를 유도해 국내경제의 저성장 시대 진입이라는 우려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에 근접한 소비성향을 보여주는 가계는 물론이고 어려운 경영 여건 하에서도 재무적 건전성과 안정성을 회복해 가고 있는 기업 등 국내 경제주체들의 여건을 고려해 볼 때 앞서 이야기한 2가지 거시경제 안정화 수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면 우리경제는 더 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경제 전반은 물론 체감 경기 회복까지 국내경제 주체들이 참고 견딘 시간이 매우 길었던 만큼 대내외 여건이 조금 씩이나마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긍정적 시장 기대 형성의 적기이고, 정책 당국의 묘안이 필요한 타이밍인 것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김광재 기자 kj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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