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데일리 조남준 기자] 정부가 2026년까지 도시가스에 수소를 최대 20%까지 혼입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에너지전환의 속도만큼이나 기존 가스 인프라의 안전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소 혼입은 온실가스 감축과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현실적인 선택지로 평가되지만, 그 전제 조건은 무엇보다 ‘안전하게 혼입할 수 있는 배관망’의 확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은 수소 혼입 정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입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회 김상훈 의원이 지난 29일 발의한 '도시가스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장기간 사용된 도시가스 배관을 별도로 정의하고, 정기점검과 정밀안전진단, 교체·보수 의무를 법률 차원에서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단순한 노후 인프라 관리 강화를 넘어, 수소 혼입이라는 정책 변화에 기존 가스망을 어떻게 적응시킬 것인가에 대한 입법적 응답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도시가스에 수소를 혼입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위험 요인 중 하나는 ‘수소취성’이다. 수소 분자가 금속 내부로 침투해 재질을 약화시키고, 장기간 사용된 배관에서는 균열이나 파손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 도시가스 배관 중 상당수가 설치 후 20년 이상 경과한 상황에서, 기존 천연가스 기준으로 설계·관리돼 온 안전체계만으로는 수소 혼입 환경을 충분히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현행 도시가스사업법은 배관의 일반적인 안전관리와 정밀안전진단 의무만 규정하고 있을 뿐, ‘장기사용 배관’이라는 개념을 법적으로 명확히 정의하거나 교체 시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제도적 장치는 미흡했다. 수소 혼입 비율이 높아질수록 이러한 공백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장기사용 도시가스배관의 법적 정의 신설 ▲정기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의무화 ▲도시가스사업자의 교체·보수 책임 명확화 ▲노후 배관 관리에 대한 정부의 감독·지원 근거 마련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수소 혼입 정책을 단순한 기술 실증이나 연료 전환의 문제로 보지 않고, 기존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재정비해야 할 구조적 전환 과제로 인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책적으로 볼 때 수소 20% 혼입은 전면적인 수소 전환 이전의 ‘브릿지 전략’에 가깝다. 그러나 이 브릿지가 충분히 안전하지 않다면, 정책 추진 속도는 오히려 에너지전환 전반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혼입 비율 상향 여부는 기술적 가능성 자체보다, 노후 인프라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제도적으로 준비했는지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김상훈 의원이 이번 개정안에서 강조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김 의원은 도시가스 배관을 “국민 생활과 직결된 핵심 기반시설”로 규정하며, 수소 혼입 시대에 걸맞은 안전관리 체계로의 전환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이는 수소 정책을 단순한 탄소중립 수단이 아니라, 국민 안전을 전제로 한 에너지 정책으로 재정의한 발언으로 읽힌다.
향후 이 법안의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노후 배관 교체에 따른 비용 부담, 도시가스사업자의 재정 여력, 정부 지원 방식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수소 20% 혼입 정책의 성패가 기술적 목표치 달성 여부보다 기존 가스 인프라를 얼마나 정교하게 재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발의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은 수소 혼입 정책의 ‘그늘’에 놓여 있던 인프라 문제를 전면으로 끌어올린 첫 입법 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에너지전환의 속도와 안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향후 국회의 논의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