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지구 기후가 급격히 변했던 두 차례의 냉각기가 오늘날 고양잇과, 개과, 곰과 등 육식동물의 체형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기간의 기후 변화가 서식 환경을 바꾸면서 이동 방식과 먹이 전략이 달라졌고, 이는 골격 구조의 차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기후 변화가 육식동물 진화의 큰 방향을 정하고, 이후 세부적인 적응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워싱턴 대학교 연구진이 진행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 17개 자연사박물관에 보관된 골격 표본 850여 점을 바탕으로, 현존 종 118종과 멸종 종 81종을 포함한 육식동물 192종의 신체 구조를 비교했다. 두개골과 다리뼈, 척추 형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체형 변화를 추적했다.
연구 결과, 초기 육식동물은 오늘날 몽구스와 비슷한 단순한 체형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몸통이 길고 구조가 비교적 단순해 특정 먹이나 이동 방식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형태였다. 이러한 범용적인 체형 덕분에 초기 육식동물은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일부 계통은 지금까지도 이와 유사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고양잇과와 개과, 곰과는 시간이 지나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분화가 약 3400만 년 전 발생한 에오세-올리고세 기후 전이기와 맞물려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시기 지구는 급격한 냉각을 겪었고, 숲이 줄어들고 초원이 확대되는 등 서식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환경 변화는 육식동물의 생활 방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건조한 기후와 뚜렷해진 계절 변화로 먹잇감의 이동과 번식 시기가 달라졌고, 이에 따라 사냥 전략도 변했다.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종은 다리가 길어지는 방향으로, 힘을 써 먹이를 제압하는 종은 척추와 턱이 더 튼튼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약 1500만 년 전부터 1300만 년 전 사이에 나타난 중신세 기후 전이기는 또 한 번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이 시기에도 지구는 다시 냉각됐고, 숲은 더욱 줄어들며 개방된 환경이 확산됐다. 연구진은 특히 개과 동물에서 다리 길이와 치아 형태가 다양해지며, 비슷한 종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먹이를 노리는 분화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기후 변화와 함께 경쟁 관계의 변화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과거에는 대형 포식자가 많아 육식동물의 역할이 제한됐지만, 일부 경쟁자가 멸종하면서 새로운 생태적 공간이 열렸다. 그 결과 육식동물은 새로운 서식지와 먹이에 적응하며 체형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같은 과에 속한 종들 사이에서는 작은 골격 차이만으로도 생활 방식이 달라졌다. 턱의 길이나 어깨 각도의 변화는 물어뜯는 힘이나 달리는 방식에 영향을 줬고, 이는 숲, 초원, 물가 등 서로 다른 환경 선택으로 이어졌다. 육식동물에는 고양이와 개, 곰뿐 아니라 물개와 바다사자, 주로 식물을 먹는 판다도 포함되는데, 이는 공통 조상을 기준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범용적인 체형을 지닌 종이 환경 변화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특정 먹이나 환경에 지나치게 특화된 종은 급격한 기후 변화가 일어날 경우 멸종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 로우 연구원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현재의 기후 변화가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도로와 울타리 같은 인공 구조물이 동물의 이동을 제한하는 점도 새로운 변수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과거 기후 변화가 생태계를 어떻게 단계적으로 바꿔왔는지를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러한 장기적인 시각이 오늘날 야생동물 보전 정책을 세우는 데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학회지 B 생물과학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