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배출 증가, 보이지 않는 온난화 영향

[ 비건뉴스 ] / 기사승인 : 2025-12-22 11:32:59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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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수소는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기후위기 대응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수소가 직접적인 온실가스는 아니지만, 지구온난화를 간접적으로 키우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소는 대기를 직접 가열하지 않는다. 대신 대기 중 화학 반응의 균형을 바꾸는 방식으로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대기에는 메탄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들이 존재하는데, 수소가 늘어나면 이 물질들이 소모돼 메탄 분해 속도가 느려진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훨씬 큰 가스다. 분해가 지연될수록 대기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만큼 지구를 더 오래 가열하게 된다. 수소 증가가 문제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연구는 대기 중 수소의 흐름과 영향을 장기간에 걸쳐 분석했다. 연구를 주도한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진은 수소가 매우 작은 분자이기 때문에 생산 시설과 저장·운송 과정에서 쉽게 새어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수소는 100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보다 약 11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에 기여하며, 방출 직후 20년 동안은 그 영향이 약 37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열을 직접 가두기 때문이 아니라, 메탄의 수명을 늘리는 화학 작용 때문이다.





대기 중 수소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메탄이다. 화석연료 사용, 농업, 매립지 등에서 나온 메탄은 대기 중에서 분해되며 수소로 전환된다. 이렇게 늘어난 수소는 다시 메탄 분해를 늦추는 구조를 만든다.





연구진은 1990년 이후 메탄 분해로 생성된 수소가 매년 약 400만t씩 늘어나 2020년에는 약 2700만t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산업 현장에서의 수소 생산 과정과 농업에서의 질소 고정 역시 인위적인 수소 배출원으로 지목됐다.



대기 중 수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003년까지 약 70% 증가했다. 이후 잠시 정체됐지만, 2010년 전후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최근 30년간 증가분의 대부분은 인간 활동과 연관된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에 방출된 수소의 약 70%는 토양 미생물에 의해 흡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수소는 대기 화학 반응을 바꾸기에 충분한 양으로, 메탄뿐 아니라 오존과 성층권 수증기 생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산업혁명 이후 수소 증가로 인한 누적 온난화 효과가 약 0.02도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수치상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이는 주요 산업국가 한 곳의 장기간 배출 효과와 맞먹는 수준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수소의 90% 이상은 석탄 가스화나 메탄 개질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상당한 탄소 배출이 발생한다.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생산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누출 관리와 메탄 감축이 병행되지 않으면 기대한 기후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진은 기후에 안전한 수소 활용을 위해 전 지구적인 수소 순환과 대기 화학 반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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