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꽃지해수욕장 남아 사망사고... 안전요원 18명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었나?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07-28 20:58:21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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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청 전경(사진/백승일 기자)
충남 태안군청 전경(사진/백승일 기자)

(태안=국제뉴스) 백승일 기자 = 지난 27일 충남 태안의 대표적인 피서지인 꽃지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던 10살 남자아이가 실종 2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비극적인 사고 발생한 가운데 사고 현장에 18명에 달하는 안전요원이 배치돼 있었음에도 사고 상황을 목격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행정 당국의 해수욕장 안전 관리에 대한 총체적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눈앞에서 벌어진 비극… 안전요원 18명은 어디에 있었나?

지난 27일 오후 6시경, 태안군 안면읍 꽃지해수욕장에서 가족의 다급한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물놀이 중이던 10세 A군이 홀연히 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신고 직후 해경과 소방, 군 당국이 헬기와 보트, 드론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였고, 약 2시간 10분 뒤인 오후 8시 15분경 할미·할아비 바위 근처에서 의식이 없는 A군이 발견됐다. A군은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충격적인 사실은 사고 당시 꽃지해수욕장에 무려 18명의 안전관리요원이 배치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도 아이가 물에 빠지게 된 경위를 파악하지 못했다. 심지어 부모의 실종 신고 이후 30분 동안 해상과 해변을 함께 수색했음에도 아이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목격자는 "누가 봐도 봤을 텐데 못 봤다는 게 참 특이한 일"이라며, "여기는 사고가 나야 할 이유가 없는 자리인데 이런 일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의 황망함을 전했다. 수많은 인원이 배치된 해수욕장에서 아이의 실종 순간조차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안전 관리 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자격증 미달' 논란… "현실적 어려움" 변명에 부실 관리 '도마 위'

더욱이 이번 사고는 안전요원들의 전문성 부족 문제까지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사고 당시 꽃지해수욕장 안전요원 18명 중 인명 구조 자격증을 갖춘 인원은 6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인명 구조 업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절반 이상의 안전요원이 전문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안전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태안군 관계자는 "저희도 전부 다 자격을 갖추고 관련 경험이 많으신 분들을 뽑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명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안전 관리 업무의 허점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안전요원 연령 제한도 70세 이하로 느슨하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으로 나타났다.

행안부 '안전요원 증원' 발표 무색… 불법 노점상 방치 논란까지

행정안전부는 올해 물놀이 안전을 위해 전국 256개 해수욕장의 안전관리요원을 지난해보다 174명 늘린 2,466명 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꽃지해수욕장 사고는 단순히 안전요원 수만 늘린다고 해서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형식적인 인원 배치보다는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춘 인력 배치, 그리고 실질적인 관리·감독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꽃지해수욕장은 수년 동안 행정기관의 불법 노점상 방치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안전 사각지대가 만연한 상황에서 벌어진 이번 사고는 불법 노점상 문제와 더불어 해수욕장 전반의 안전 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름 휴가철 절정기를 맞아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이 폭증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안전 불감증'이 낳은 비극적인 결과다.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해수욕장 관리 당국은 형식적인 안전 관리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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