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방송되는 KBS '동네 한바퀴' 제330회에서는 전라남도 순천을 찾는다.
▶ 문화의 거리에서 순천의 역사를 마주하다
순천부 읍성 서문터가 자리한 문화의 거리에 도착한 이만기. 1872년 순천부 지도를 보며 과거 순천의 모습을 엿보았다. 순천부 읍성은 1430년 최윤덕이 석성으로 쌓았으며, 성 내부에는 지방의 행정을 담당하던 주요 시설들이 있었다는데. 1909년 이병휘 군수가 부임한 뒤 성곽을 철거하여 지금은 그 모습을 알 수 없지만 향동 골목길을 걸으며 옛 순천 한 바퀴 돌아본다.
▶ 청수골 단짝 어머니들이 만든 집밥 한 상
오래된 원도심 우물터 옆에 70년 된 한옥이 있고, 오래된 펌프가 있다. 이만기가 옛 추억에 마중물 넣고 펌프질을 해 본다. 구수한 밥 냄새에 이끌려 한옥 문을 열면 12가지 반찬을 뚝딱 만들어내는 어머니들이 반긴다. 전혀 특별하지 않은 집밥 한 상을 만드는 이 어머니들의 정체는 청수골 동네 주민들이란다. 순천의 대표적인 원도심이었던 청수골은 10년 전만 해도 도시가스는커녕 하수도조차 들어오지 않았던 낙후된 곳이었다. 새뜰마을 사업으로 청수골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고, 순천시가 버려진 한옥을 사들여 식당으로 탈바꿈시켰다. 손맛이 좋기로 유명했던 동네 주민을 선발하여 운영하기 시작했다는데. 이 어머니들, 모처럼 생긴 일자리 덕에 출근이 즐거워 콧노래가 다 나온단다.
매일 식당에서 만나다 보니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는 어머니들. 주부였던 이들이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집밥. 가장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끊임없이 메뉴를 고민하고, 제철 음식을 만든다. 이 평범한 맛이 특별히 느껴지는 건, 여러 이유로 엄마 손맛 집밥을 먹기 힘든 요즘, 혼자 사는 2030 청년들에게 마음까지 위로해주는 집밥이기 때문이다. 정성 가득한 집밥을 이만기도 배불리 먹고, 다시 동네한바퀴를 돌아본다.
▶ 순천키즈들이 원도심 연향동을 노래로 살린다?! – 버스킹 청년 다온크루
이만기가 순천의 구도심 연향동에서 노래하는 청년들을 만났다. 주꾸미 가게 사장부터 골프 캐디, 정육점 과장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해가 저물면 한자리로 모여 노래를 한단다. 노래하는 것이 행복해서 모였지만, 점차 자신의 목소리로 다른 사람들도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시작으로 소중한 시절을 함께했던 어린 시절의 동네 연향동을 다시 번화하게 만들고 싶다는 꿈과 함께.... 동네한바퀴 이만기도 노래 한 곡을 직접 불러 응원의 마음을 보태어봤다. 찬란한 원도심 연향동의 어제와 내일을 노래하는 청년들의 노래가 순천 가득 울려 퍼진다.
▶ 푸른 잔디공원, 동천 그린 아일랜드에 신호등이 있는 이유는?
시민들의 휴식명소인 동천 옆 잔디밭. 국내 첫 도로정원인 그린 아일랜드라는 곳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잔디공원 위를 이만기가 걷는데, 희한한 풍경이 눈길을 잡는다. 잔디 위에 줄줄이 박혀있는 의문의 신호등과 도로 표지판. 순천의 젖줄이라 불리는 동천을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내어 주고자, 순천시가 남승룡로의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잔디를 깔았는데 원래 이곳이 도로 위에 차가 오가던 동네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기 위해, 신호등과 표지판을 보존해 놓은 것이란다. 동네의 숨은 역사를 소중히 여기는 순천시의 마음이 아름답다.
▶ 흙집에서 바다를 빚는 도공. 짱뚱어 오카리나의 멜로디를 따라서
순천의 오래된 원도심, 빼곡한 빌라촌 사이, 흙으로 지어진 집 한 채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삿갓 모양의 지붕이 이만기의 발걸음을 멈췄다. 들어서면 펼쳐지는 건 온갖 바다 물고기들! 홍어, 복어, 광어, 삼식이, 아귀, 짱뚱어까지 끝없이 종류도 많은데... 신기한 건 이 모든 도자기 물고기가 소리를 내는 악기란다. 다기를 만드는 것이 지루해 바다 생물 오카리나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도공 장성주(48) 씨. 행복하지만, 큰돈 안 되는 도예가의 삶을 응원해주는 건 언제나 가족이다. 그 응원에 힘입어 흙과 바다에 진심인 성주 씨가 오늘도 물고기 오카리나를 빚어낸다. 숨을 불어넣으면 완성되는 순천만 짱뚱어의 아름다운 가락을 이만기도 힘껏 불어본다.
▶ 닭장을 아시나요?
원도심 주택가를 걷던 이만기의 눈에 식당 외벽에 써 붙은 희한한 단어가 들어온다. ‘닭장’! 닭이 사는 닭장이 아니라, 조선간장으로 닭을 졸여 만든 호남 내륙 향토음식 ‘닭장’이란다. 꿩 장으로 시작된 음식이지만, 구하기 힘든 꿩 대신 집집마다 기르던 닭으로 만들게 됐다.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도 여기서 나왔단다. 하지만 그 닭마저도 귀하던 시절인지라 설 명절 때만 먹을 수 있었다. 냉장고도 없어 항아리에 보관했던 어린 시절의 닭장을 기억하는 순천토박이 이창규(69) 씨와 남정례(66) 씨. 부부는 어릴 적 먹었던 맛을 재현한 닭장에 능이버섯을 더해 순천에서 몇 안 되는 닭장 식당을 운영 중이다. 아내의 손맛을 믿고 18년간 운행해온 개인택시를 팔아 가게를 시작했다는 창규 씨. 정례 씨는 조선간장부터 시작해 김치 다섯 가지를 뚝딱 만들어내는 능력자다. 그렇게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들어가며 번 돈으로, 오늘의 가게도 조금씩 갚아 살 수 있었단다. 무더운 여름, 순천의 맛, 닭장 떡국으로 마음까지 든든하게 채워 본다.
▶ 순천 원도심, 연향상가패션거리
옷 가게들이 골목골목 줄지어있는 순천의 오래된 동네. 연향상가패션거리를 이만기가 걸어본다. 쇼 케이스에 세워진 마네킹들이 입은 옷이 점점 가벼워지면 여름이 왔다는 신호! 연향동이 살기 좋은 동네가 된 데에는 이렇게 즐비한 상가와 주거지역 때문이라는데. 연향상가패션거리 걸어보며 천하장사 이만기도 오늘의 착장을 체크해 봤다.
▶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의좋은 형제의 제과점
순천 연향동엔 동네 주민들이 입 모아 추천하는 30년 역사의 동네빵집이 있다. 조계훈(65), 조훈모(61) 형제가 운영하는 이곳은 이제 아들까지 대를 이어가는 유서깊은 빵집이다. 순천의 명물, 낙안 배를 사용해 만드는 배 빵을 비롯해서, 창업 때부터 만들어온 3단 초콜릿 케이크 쉘브론이 대표 메뉴. 17살에 제과제빵을 시작한 계훈 씨는 자신이 먹지 못하는 빵은 손님들에게 낼 수 없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까다로운 공정의 3단 쉘브론을 꾸준히 만드는 이유는 온전히 손님들을 위해서다. 남들보다 덜 자며, 손으로 빼곡히 써 내려간 연구 노트에서 그가 얼마나 빵과 손님들에게 진심인지 엿볼 수 있다. 남은 빵을 할인해 판매하지 않고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를 한다는 형제. 나누며 살아야 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에 따라 창업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빵과 재능을 기부해왔다. 그렇게 넉넉히 나눌 수 있는 빵집이 된 오늘의 공을, 형님과 동생은 서로에게 돌린다. 훈훈한 형제의 우애가 빵맛보다 더 빛나는 순천의 오래된 빵집에서 형제가 들려주는 행복론을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