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묻힌 진실, 당진 땅속에서 드러난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참상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04-13 14:53:38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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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전파관리소 당진사무소가 위치한 충남 당진시 우강면 송산리 부지에서 진행 중인 유해발굴 현장 모습(사진/독자 제공)
대전전파관리소 당진사무소가 위치한 충남 당진시 우강면 송산리 부지에서 진행 중인 유해발굴 현장 모습(사진/독자 제공)

(당진=국제뉴스) 백승일 기자 = 한국전쟁의 비극이 75년의 시간을 넘어 충남 당진 땅속에서 처참한 모습으로 드러났다. 대전전파관리소 당진사무소 부지에서 진행 중인 유해발굴 작업에서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집단학살로 추정되는 유해가 무더기로 발견되며 지역 사회에 깊은 슬픔과 충격을 안기고 있다.

민간단체와 유족회, 관계기관이 오랜 기간 지역 주민들의 증언과 제보를 토대로 공동 진행한 이번 발굴 작업은 침묵 속에 묻혀 있던 역사의 아픈 단면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지난 4월 11일까지 최소 20구 이상의 유해가 수습되었으며, 발굴 현장의 상황으로 볼 때 앞으로 더 많은 희생자의 흔적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특히, 발견된 유해와 함께 수습된 다수의 탄피와 날카로운 창은 당시 학살이 얼마나 잔혹하게 자행되었는지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부패되어 사라진 창의 손잡이 형태는 사람을 찔러 살해하는 데 사용된 흉기로 추정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한 유족은 “총알이 아까워 창으로 찔러 죽였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었음을 확인하게 됐다”며 북받치는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지역은 한국전쟁 당시 좌익으로 몰렸다는 이유로 수많은 민간인들이 군경에 의해 집단 처형된 비극적인 역사를 품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수백 명에 달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증언이 끊이지 않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제대로 된 진상 조사나 유해 발굴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진실은 깊은 땅속에 묻혀 있었다.

발굴 현장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75년 전의 끔찍한 민간인 학살의 흔적이 이제야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며 “오랜 고통 속에서 진실 규명을 염원해 온 유족들에게는 너무나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가와 지역사회가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유해 발굴은 한국전쟁의 상처가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까지도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전전파관리소 당진사무소가 위치한 충남 당진시 우강면 송산리 부지에서 발견된 유해(사진/독자 제공)
대전전파관리소 당진사무소가 위치한 충남 당진시 우강면 송산리 부지에서 발견된 유해(사진/독자 제공)

당진시민 A 씨는 "차가운 땅속에서 발견된 이름 없는 유해들은 우리 사회가 외면해서는 안 될 숙제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과거의 아픔을 직시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유족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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