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는 지난 13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아이브록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인저스와의 2024-25 UEFA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졸전 끝 1-1 무승부했다.
토트넘은 이날 레인저스를 상대로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그라운드 위에 선 11명 중 제 몫을 다한 건 몇 명 없었다. 손흥민 포함 토트넘 공격진은 제대로 된 기회조차 만들지 못했고 후반 교체 투입된 데얀 쿨루세프스키만이 그나마 동점골을 터뜨리며 제 몫을 다했다.
그중 최악은 티모 베르너였다. 그는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으나 전반 종료 후 쿨루세프스키로 교체됐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투입됐지만 그로부터 이어진 공격은 위력이 없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베르너를 향해 ‘극대노’했다. ‘스카이스포츠’는 이에 대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레인저스전에서 보여준 베르너의 경기력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베르너가 이로 인해 상처받더라도 관심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현지 취재진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베르너가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는지 물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런 일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 우리는 팀 전체가 싸우고 있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고 해서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우리는 지금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추가 동기부여를 요구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레인저스전에서 보여준 토트넘의 경기력은 최악이었고 그 결과도 무승부로 최악이었다. 이미 프리미어리그에서의 경쟁력은 크게 떨어진 상황. 유로파리그에서 더 힘을 내야 하지만 레인저스전은 그 한계를 보여준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베르너를 향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비판은 강도 높았다. 어쩌면 후회할 수도 있을 터. 그럼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그건 비판이 아닌 평가였다. 우리가 부진했다면 부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18세 선수들에게 큰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베르너는 독일의 국가대표이자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다. 그런 선수라면 팀을 돕기 위해 더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전반 후 곧바로 교체한 건 강력한 메시지였다”고 덧붙였다.
베르너는 부상 공백이 큰 현재의 토트넘에서 어떻게든 힘이 되어야 할 선수다. 올 시즌 19경기 출전, 1골 3도움으로 결과는 그리 좋지 않다. 다만 베르너가 짧은 시간 동안 보여준 많은 활동량과 위협적인 크로스는 토트넘의 또 다른 공격 무기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베르너의 능력 문제는 아니다. 그는 독일 국가대표이자 빅 클럽에서 활약한 선수다. 자신감, 그리고 믿음의 부족이 원인일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런 사치를 누릴 여유는 없다”며 “경기에 출전하고 몸 상태가 좋으며 뛸 수만 있다면 자신감, 믿음 문제는 다 잊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다. 선택할 수 있는 선수 자원은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경기는 많이 남아 있다. 우리의 시즌이 잘 이어질 수 있도록 지금의 선수들이 헌신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물론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베르너에게 채찍만 휘두른 건 아니다. 나름의 당근도 전했다. 그는 “베르너는 여전히 그라운드 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선수다. 맨체스터 시티전은 물론 다른 경기에서 그런 모습을 보였다”며 “레인저스전은 베르너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다른 선수들도 더 기여할 수 있었다. 특히 베르너는 그동안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신선한 모습을 기대했다.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만큼 최고 수준의 선수라는 걸 알고 있다”고 바라봤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