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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성의 글로벌 인사이트] 불공정한 개인, 공정한 경제

[이투데이 곽노성 BNE컨설팅 고문, 동국대 명예교수 기자]


네이버, 카카오 같은 플랫폼기업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 삼성전자, LG화학 등 제조 대기업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세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 직원들이 연이어 성과급 지급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 세대는 상명하복에 익숙한 기성세대와 달리 떳떳하게 자기주장을 펴고 조직보다는 개인가치를 중시하는 세대이다.

공정성은 대단히 주관적인 인식이고 자기중심적인 해석 경향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구성원들은 배분이 불공정하다고 인식할 때 분노하고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다는 점에서 기업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보다는 기준의 변경이나 다른 수단을 통하여 보다 나은 보상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헬리콥터 머니’ 실험이라는 것이 있다. 일터에서 수고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건물 옥상 쪽에서 스피커로 “여기 오만원권 신권으로 1억 원을 내려보냅니다. 동료 두 분 중 한 분이 이 돈을 받아 상대에게 나누어줄 몫을 제시하세요. 상대가 자신의 몫에 만족하여 제안을 받아들이면 두 분은 그 돈을 나누어 갖게 됩니다. 그렇지 않고 상대가 거절하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고 다시 회수합니다”라고 하면서 돈을 내려보냈을 때 최초로 받은 사람이 제안하는 금액, 상대방이 수용하는 금액, 거절했을 경우 그 사유 등을 묻는 실험이다.

1990년대 초 전미경제학회지(American Economic Review)에는 미국인, 일본인, 독일인, 이스라엘인 등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를 실었는데 인간이 합리적인 행동을 한다고 가정해왔던 기존 경제학에 반하는 흥미로운 결론을 얻었다. 평균 제안금액도 30%를 상회하였고, 수용금액의 하한선 또한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제시된 금액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모두 잃게 되므로 단돈 백만 원의 제안이라도 받는 것이 합리적인데 사람들은 상당한 금액 즉, 거의 비슷한 분배 제안이 왔을 때에야 수용하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헬리콥터에서 내려보낸 돈은 자기 노력에 의해 주어진 것이 아닌데도 사람은 불공정한 분배라 생각될 때 화를 내고 이에 따라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집단 구성원들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은 사회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협상에서는 보통 양자 간 입장의 타협으로 귀결된다. 예를 들면 임금은 올라야 한다는 사회적 규칙과 남들과 비교하여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비교다. 이러한 사회적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구성원들은 심각한 반응을 보인다. 이것이 올 들어 우리 기업들에서 발생한 일련의 불공정 분배 시비의 본질이다.

그럼 어떤 분배가 공정한 분배일까? 정의론(theory of justice)을 제시한 존 롤스의 공정으로서의 정의 기준은 기회가 열려 있는 직위 및 직책과 결부된 불평등만 인정하고 있다. 만약 어떤 부서의 실적이 능력이 뒷받침하는 노력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니라 우연히 그 산업의 경기가 호전되어 발생한 경우이거나 직원의 특정 부서 배치가 임의로 이루어졌을 경우, 기회가 열려 있더라도 불평등한 배분이 공정하다고 인식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공정성 기준을 충족하는 성과급 배분은 우연성과 부서의 임의배치분을 별도로 떼어 평등하게 나누어주고 나머지 부분만을 가지고 성과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 맞다. 이 경우 직원 간, 부서 간 분배의 공정성 시비로 인한 생산성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올해 2월 20일판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글로벌 금융위기 중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기업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과대보상을 시정하기 위한 월가의 새로운 보상기준 설계 움직임을 실었다. 기존의 계약이 실적에 대한 보상개념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부정한 행위에 대한 징벌적 배상이 불가능했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많은 기업들에서 환수규정(clawback)과 성과에 대한 지연 보상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직위와 업무부서를 고려하여 구성원들의 공정성 인식을 충족하기 위한 보상기준을 설계할 때 참고할 만한 기준이다. 세밀하게 설계된 보상기준만이 자신과 부서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을 유인하고 분노에 의한 비합리적인 행동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곽노성 BNE컨설팅 고문, 동국대 명예교수 기자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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