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중 10곳 중 3곳은 전기차 화재에 무방비 상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엄태영 국회의원(충북 제천·단양)은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기차 충전소가 있는 전국 205곳 고속도로 휴게소 중 캐노피, 카메라, 소화기, 질식소화포 등의 화재 안전 시설이나 소화 장비가 전혀 없는 곳이 54개소에 달했다고 21일 밝혔다.

엄 의원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초기 진화를 위한 소화기가 아예 없는 곳이 전체의 30%인 61개소에 달했다. 또한 소화기가 있더라도 리튬이온 배터리 전용 소화기가 설치된 곳은 103개소로 절반(50.2%)에 그쳤다.

불이 난 차량 전체를 덮어 전기차 화재 진압에 효과적인 질식소화포가 구비된 휴게소는 전체의 21%인 43개소에 불과했다. 화재 발생 시 감지를 위한 카메라가 아예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은 47%인 97개소에 달했다.

또한 온도 상승 등 이상 상황 감지를 통해 사전인지 및 조기대응이 가능한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93개소(45%)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 충전기의 빗물 유입에 따른 폭발을 방지하기 위한 비가림막인 캐노피는 59%인 120개소에만 설치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속도로 휴게소 특성상 차량과 인파가 몰리기 때문에 화재 발생 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전기차 충전소에 대한 명확한 안전 규정이 없기 때문에 도로공사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수소충전소 역시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상 의무 안전점검장비 4종이 없는 휴게소가 상당 수에 달한다고 엄 의원은 밝혔다.

수소충전소는 초고압의 수소를 사용하는 만큼,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수소누출검지기, 접지저항측정기, 열화상측정기, 표준가스분사장치 등의 안전장비를 반드시 갖추도록 의무화돼있다.

이에 따라 한국가스안전공사는 2021년부터 수소충전소 사업자의 자율안전점검을 유도하고 사업자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안전장비에 대한 무료 임대를 실시하고 있다.

엄태영 의원은 이러한 "장비임대 사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 휴게소의 수소충전소에 안전점검 장비를 갖추지 않고 있는 점은 문제다"라면서 “한 번의 사고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큰 전기차 및 수소차 화재 예방을 위한 대응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