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바라보는 '바람의 손자', "준비 많이 하겠다"

[ MK스포츠 야구 ] / 기사승인 : 2024-09-10 09:00:01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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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한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접어야 했다. 다시 수술대로 향했고, 길고 긴 재활의 터널에 들어갔다. 어깨 부상은 그의 커리어에 벌써 두 번째. 2년 연속 부상으로 조기에 시즌을 마감했다. 주위에서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런데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바람의 손자’ 이정후는 차분하게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원정경기를 앞둔 펫코파크 원정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정후는 “팀에서 배려를 해줬다”며 시즌 아웃된 상태임에도 원정에 동행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정후는 지난 8월말 시애틀-밀워키 원정 6연전부터 선수단과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장기 재활 선수들은 보통 원정 때는 동행하지 않고 연고지 혹은 스프링캠프 훈련 시설에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정후는 조금 다르다.

그에게는 기분 전환도 되고 좋은 일이다. 시애틀 원정에서는 자신의 우상인 스즈키 이치로 시애틀 매리너스 고문과 만남이 불발됐지만, 이번 샌디에이고 원정 때는 키움히어로즈 시절 동료이자 샌디에이고 유격수인 김하성과 3일 내내 함께 함께했다.

그는 “팀에서 배려를 많이 해줬다. 처음부터 (구단 훈련 시설이 있는) 애리조나에 가지 않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재활하게 해주시고 시즌 막판에는 감독님도 그렇고 다른 선수들이 이야기를 해줘서 이렇게 원정에 같이 합류할 수 있게 됐다”며 선수단의 배려에 감사를 전했다.



이번 시즌 뛸 수는 없지만, 이정후는 여전히 선수들에게 소중한 동료다. 샌프란시스코 에이스 로건 웹은 지난 7월 올스타 행사 도중 가진 인터뷰에서 “틈만 나면 정후에게 ‘언제 돌아오냐?’ ‘8월에는 돌아올 수 있는 거냐?’ ‘플레이오프에는 돌아와야지’ 같은 농담을 던지고 있다”며 이정후와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이정후는 “상태가 좋아져서 제대로 된 스윙은 아니고 가끔 한 번씩 장난삼아 스윙할 때가 있다. 그러면 동료들이 ‘다음 주에 복귀하냐?’고 농담을 던져주고, 그러면 나는 ‘다음 주에 슬라이딩 훈련한다’며 받아쳐 주고 있다”며 대화에 대해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하고 많이 친해졌다. 보통 외국에서 생활하면 처음에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이 있는 법인데 지금은 그런 것도 많이 느끼지 않고 있다”며 미국 생활에 적응했음을 알렸다.

처음 경험하는 메이저리그의 재활은 어떤 모습일까? 이에 대해서는 “치료 시스템이나 시설 이런 것들이 (한국보다) 조금 더 좋은 거 같다. 훈련 같은 것은 매뉴얼이 다 있다 보니 그런 부분은 한국과 비슷하다”며 느낀 점에 대해 말했다.

시즌 개막할 때만 하더라도 팀 내 야수 중에는 최고 연봉자였지만, 맷 채프먼이 최근 새로운 장기 계약에 합의했다. 채프먼을 “정말 훌륭한 선수”라 칭한 이정후는 “한 시즌 함께하니까 정말로 열심히 하고 잘하는 선수라는 것을 느꼈다. 팀의 리더 역할도 하고 있고 나도 많이 보면서 배우고 있다”며 베테랑의 존재감에 대해 말했다.



이정후는 빅리그 데뷔 첫 시즌 37경기에서 타율 0.262 출루율 0.310 장타율 0.331을 기록했다.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5월 13일 신시내티 레즈와 홈경기에서 수비 도중 펜스에 충돌하며 왼쪽 어깨를 다쳤다.

잡았다면 멋진 수비가 됐겠지만, 결과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이정후는 다시 그 장면으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까?

그는 “너무 공만 보고 쫓아가지는 않을 거 같다”며 당시 장면을 복기했다. “지금도 원정 경기 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새로운 구장 펜스를 체크하는 것이다. ‘내년에 여기를 왔을 때 어떻게 수비해야겠다’를 알기 위해서다. 여기는 한국처럼 펜스 모양이 똑같은 것이 아니라 갑자기 튀어나온 부분도 있고 그렇다. 이런 것들을 잘 체크해야겠다는 생각을 제일 먼저 하고 있다. 당시 장면은 사실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었다. 그래도 한 번 다쳤기에 그런 것들을 신경 써야 할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지금은 다른 팀으로 이적한 외야수 오스틴 슬레이터가 홈구장 오라클파크의 외야 펜스에 대해 지적한 것과 관련해서는 “고치면 고치는 것이고, 아니면 내가 거기에 맞춰야한다”며 생각을 전했다. “그런 사고가 자주 난 것은 아니기에 고치면 고치는 것이고, 아니면 내가 맞춰야 한다. 우리 구장 말고도 펜스가 그렇게 돼 있는 구장이 꽤 있다”며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정후는 오프시즌 기간에도 구단이 준비한 프로그램에 따라 훈련하며 2025년 스프링캠프를 준비할 예정이다.

원래 10월부터 스윙을 시작할 계획이었던 그는 “시즌 기간 팀이 쉬는 날에도 나가서 재활했다. 그래서 그런지 팀에서 (시즌이 끝나면) 가서 조금 쉬라고 했다. 10월에 바로 스윙할 필요는 없고, 스프링캠프에 맞춰서 하면 되니까 원래 하던 것보다 3주 정도 먼저 타격을 시작하라고 했다. 미국에는 캠프 시작 한 달 전쯤 나올 거 같다”며 대략적인 계획을 소개했다.

우투좌타인 그에게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은 왼쪽 어깨라지만, 작지 않은 부상이기에 모두가 걱정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정후는 다시 원래 이정후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는 “이전에 해봤던 수술이고, 그 수술을 하고나서도 돌아와서 잘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없다. 아직 젊기에 회복력도 좋은 거 같다. 지금은 어깨도 아프지 않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신 그는 “올해 부족한 것을 많이 느꼈기에 그 부분들을 겨울 동안 많이 준비할 것이다. 느낀 것이 정말 많다 보니 경기를 안 뛰고 있는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생각했기에 이런 부분들을 시즌이 끝난 뒤 한국에 들어가서 준비할 것이다. 감각을 찾는 것이야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다. 준비할 거 잘 준비해야 할 거 같다”며 더 나은 모습을 다짐했다.

부족함을 느꼈다고 해서 좌절한 것은 아니다. “좌절할 필요는 없다. 내가 ‘이것이 부족하구나’라고 느낀 것이고 ‘그러면 이것을 해야지’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그래서 기대도 된다”며 오히려 기대감이 더 크다고 힘주어 말했다.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보다는, 다가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큰 모습이었다.

“솔직히 한국에서는 어떤 투수 공을 보든 한 번도 ‘와 뭐지 이거?’ 이런 적은 없었는데 여기 와서는 그런 것을 느낀 경우가 많았다. 선발 투수나 필승조들은 다 공이 좋은 거 같다. 그래도 타격은 자신감이기에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어떻게든 그 공을 쳐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기에 무섭거나 그런 것은 없다. 부족한 부분을 많이 느꼈기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 줄도 알고 있고, 그 준비를 잘하면 내년에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쉬면서 타격을 많이 돌려봤는데 ‘아, 이 부분이 안 좋았구나’라고 느낀 것이 많다. 그런 것을 보며 동기부여가 된다고 해야 하나? 빨리 재활을 끝내고 그런 부분을 고치고 싶다.”

이정후의 시선은 이미 2025시즌을 향하고 있다.

[샌디에이고(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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