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올해 업무보고 내용에 대해서는 그럴 수 없어 보인다. 우선, 위기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경제가 지난 해 1% 초반대 성장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궤도 복원 및 지속성장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담겨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최근 각종 실물경기 지표의 개선 기대감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경제주체들의 체감경기는 나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타개할 만한 묘약이 담겨있는 지도 궁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시장은 중앙부처의 올해 업무보고 전반에 대해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에 위기의식이 약하고 특별히 달라진 것도 없는 것 같다는 일부 박한 평가가 지금까지 공존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부처별 세부 업무내용을 객관적으로 꼼꼼히 들여다보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존 정책들은 다소 변화는 있지만 대부분 유지되고 있을 뿐 아니라 새롭고 차별적이거나 개선된 정책 역시 눈에 띄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런 노력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따르는 정책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틀리거나 왜곡된 정보 또는 일방적인 정보 제공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정책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경제주체들에게는 체감도 높은 정책효과가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비용측면에서는 국가재정의 효용성을 높이고, 사회적 비용 발생을 억제하는 등 경제 전반의 비용 축소에도 기대할 수 있다.
당연히 대중영합적이고 대증적인 즉, 포퓰리즘(populism)에 입각한 정책의사결정 예방은 물론 사회적 갈등 유발 가능성을 낮추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올해처럼 총선과 같은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있을 시에는 포퓰리즘에 근거한 정책 뿐 아니라 확증편향에 근거한 정책 등의 제안이 난무할 경우에는 특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물론, 우려가 없는 바는 아니다. 대표적으로는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을 수 있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적인 특성 때문에 신뢰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적절히 분석하고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다. 인지적 구두쇠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가진 채 비이성적인 결정을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아무쪼록 앞으로는 이런 특성을 가진 개인이나 그룹의 의사가 그대로 정책의사결정에 반영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김광재 기자 kjk@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