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다문화가정 사회통합은 미래 위한 투자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4-02-13 14:36:59 기사원문
  • -
  • +
  • 인쇄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이 6명이었다. 하지만 아프리카 빈국보다 국민소득이 낮았던 탓에, 지난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실업문제 해소와 외화획득을 목적으로 독일(서독)에 약 1만여 명의 간호사를 파견했었다. 소위 못살던 시절에, 독일로 간 간호사는 1만 371명이나 됐다.

독일에 간 간호사들은 최초 3년 계약을 맺고, 독일 베를린에 닿은 파독 간호사들은 독일 의료기관이나 요양기관에 취업했다. 이들은 진출 초기에는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허드렛일을 담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으나 환자를 정성껏 돌보고 부지런히 일해 헌신적인 직업정신을 보여주면서, 그들은 독일인에게 경탄의 대상이 됐다.

파독간호사들은 열심히 일해서 받은 봉급을 대부분 국내 가족에게 송금함으로써 한국 외환보유액 증가와 경제발전에 기여했다. 1967년 한 해만 볼 때 당시 독일로 파견갔었던 간호사와 광부들의 송금액은 한국 상품 수출액의 35.9%, 무역외 수입의 30.6%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들의 희생은 오늘날 3만달러의 1인당 GDP를 달성하고 선진국 문턱에 들어온 우리나라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필자는 이번 설명절에 파독간호사로 독일에 정착한 어머니 지인께서 대구에 오셨다고 하셔서, 모시고 상인동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해 드렸다. 지금도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고 계시는 지인은, 2000년 12월 필자가 군 제대 후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갔을 당시에 일주일이나 숙소에 머물게 해주셨던 은인이다.

세월은 흘러 흰머리가 내려앉은 지인은 식사 자리에서, 안부를 묻는 필자에게 독일에 정착하면서 고생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현지 독일인과의 만남과 결혼, 현재 의사가 된 자녀들을 키울 당시의 어려움들을 담담하게 풀어내셨다. 배고픈 한국을 떠나 이역만리 독일사회에서 자리를 잡기위해 피나는 노력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절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독일이 자신의 고향이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독일은 제조업 강국으로,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재 유입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동시장 개방을 추진하여, 수많은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열어주고 있다. 그 때문인지 현재 독일은 외국인 정착 비율은 전체 인구의 약 9%를 차지하는 다인종, 다민족 국가다. 그 과정에서 갈등도 있었지만, 지금 독일은 이민자의 평균 교육 수준을 높여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인도 그 제도 속에서 자녀를 훌륭히 키워냈고, 독일사회에 완전히 정착한 것이다.

한국도 2023년 12월 통계 기준 인구 대비 외국인 비율이 4.89%를 기록하며 다문화 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한국에 정착한 다문화 가정비율은 어느덧 1.7%에 달하고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7.4%에 달한다. 또한 2025년에는 우리 군에 입대하는 다문화 가정의 장병이 8,000명을 넘어서고, 향후 10년 후에는 군대 입영할 다문화 병사가 전체 병력의 최대 1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다문화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불거지는 외국인 근로자 임금 착취, 교육불평등, 차별 등 다문화가정과 관계된 사회문화적 이슈를 극복할 정책과 방향성이 뚜렷하지 못하다. 우리가 아직 다문화 가정과 그 아이들을 다른 민족, 다른나라 출신이라 생각했다면, 이제 그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고, 군에서 나라를 지키고,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로써, 함께 나라를 발전시키는 한국인으로의 유대감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독일과 미국 등 다문화, 다인종을 수용하는 외국의 제도를 도입하고, 다문화 학생에게 적합한 교육과 진로프로그램을 강화해서, 진정성 있는 정책과 문화 동질감을 높이는 사회통합이 절실하다.

앞으로 능력있는 외국의 인재가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정착했을 때, 그 자녀들도 수준높은 교육을 받으며, 한국인으로 인정받으며 살 수 있는 사회. 고향으로 여기고 살 수 있는 사회적 통합을 이제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설명절에 모인 친인척들의 피부색이 다를지라도, 세배하는 문화를 공유하고 함께 떡국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이 지금 우리가 투자해야 할 미래가 아닐까.

이동엽 (경북대학교 지식재산융합학과 전담교수)

김광재 기자 kjk@idaegu.com
  • 글자크기
  • +
  • -
  • 인쇄

포토 뉴스야

랭킹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