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장이 아닌 필수, 탄소중립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4-02-04 17:15:27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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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석 대구정책연구원 공간교통연구실장
권장이 아닌 필수, 탄소중립

지난해 11월 18일 대구에 첫눈이 내렸다. 대구지방기상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직전 연도인 2022년보다는 25일, 평년보다는 17일 빨랐다고 한다. (참고로 1907년 기상관측 이후 첫눈이 가장 빨랐던 해는 1981년 10월 23일이다)

첫 눈이 내렸던 날 신문 기사 중에는 ‘가을 끝자락’에 눈이 내렸다는 것도 있고, ‘여름 다음 바로 겨울?’이라는 것도 있다. 빨리 내렸던 첫눈에 관한 기사 중에는 기후변화로 20세기 초반에는 겨울이 여름보다 약간 길었는데, 21세기 들어서는 여름이 겨울보다 훨씬 길어졌다는 보도도 있다.

계절의 길이가 이렇게 달라진 원인으로는 기후변화, 더 정확하게는 ‘기후 위기(climate crisis)’가 꼽힌다. 최근 열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일명 다보스포럼에서는 ‘세계 위기 보고서’를 통해 극한 기후로 인한 재난 사태를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다.

2030년대 초반에 지구 온도상승 억제선 1.5도 임계점을 돌파할 것이라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예측을 근거로 수많은 재난과 지구적 시스템의 붕괴가 발생할 것이며, 생물다양성 축소와 생태계 붕괴, 식량 위기, 천연자원 부족, 대기오염 등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발표하였다.

이르게 찾아와서 금방 사라지는 봄꽃의 아쉬움, 중앙분리대마저 녹아내리게 하는 폭염의 어지러움, 50일 넘게 이어진 역대급 장마의 눅눅함, 갑작스레 내렸던 첫눈의 반가움, 철없는 겨울 모기의 성가심, 냉동실에 갇힌 듯한 얼음 바람의 살벌함 등 달라진 사계절을 떠올리게 하는 이런 것들이 ‘기후 비상사태’, ‘기후 붕괴’, ‘기후 재앙’이라는 표현 앞에서 어쩐지 한가하게 느껴진다. 이미 지구 온도 변화의 임계점을 넘어섰고, 어쩌면 파국에 접어들었는지 모른다는 비관적인 추정도 있다. 상황은 긴박하고, 무엇이든 해야 한다.

재앙적인 기후 위기에 맞서기 위한 국제사회의 규범적인 목표가 바로 ‘탄소중립’(Net zero)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를 막기 위해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서로 상쇄하여 ‘0’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을 국가 비전으로 선포하였고, 대구시는 더 나아가 탄소중립을 도시 재도약과 미래 번영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해 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마련한 ‘제1차 대구광역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는 5대 대표과제와 8대 정책분야 89개 이행 과제를 담았다. 여기에는 도시공간과 자원을 활용하여 시민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하여 경제의 탄소중립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실현할 정책들이 담겼다.

도시 내 산업단지와 신개발지, 도로, 철도 등 미세먼지 발생원 주변과 금호강·신천 등 수변공간에 도시숲을 조성하는 것은 경관 개선, 시민 여가 공간 제공과 함께 탄소흡수원을 확충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사용된 수돗물을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지 않고 자체 처리하여 다시 이용하는 중수도를 공공청사나 공원 등 공공시설은 물론, 공항·군부대 및 노후 산업단지 등 대규모 이전 후적지에 적용하는 구상도 물 부족 문제 완화, 상수·하수 처리에 들어가는 자원과 에너지 절감 등 탄소중립을 위한 실질적인 대응책이라 할 수 있다.

산업단지 공장 지붕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것 역시 유휴공간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통합이동서비스(MaaS, Mobility as a Service) 기반의 모빌리티 혁신과 함께 친환경차 보급 활성화, 모터 소부장 특화단지 육성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 육성 등은 탄소중립과 함께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다.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목표는 뚜렷하며, 실행해야 할 과제도 구체적으로 마련되었다. 일관성 있는 추진, 적극적인 투자, 모두의 행동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미화 기자 cklala@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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