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장애인, 스쿠버, 콜라주의 조합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4-02-01 14:20:2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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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스킨스쿠버 #콜라주

TK레포츠 도현욱 대표의 SNS 계정에 해시태그가 붙은 채 나열된 단어들이다.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세 가지 단어가 조합된 흥미로운 전시회가 대구에서 열리고 있다. 대구의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도 두려워하는 스킨스쿠버에 도전한 모습을 콜라주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전이 마련된 것이다.

2월 말까지 대구시장애인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의 이름은 ‘골판지 콜라주로 만나는 장애인스킨스쿠버 그리고 해녀’다. 장애인이 제주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모습과 해녀의 모습을 담은 작품 23점이 전시되고 있다. 필자는 지난달 24일 열린 개막행사에 다녀왔다. 주인공은 대구시장애인체육회가 개설한 대구장애인스킨스쿠버캠프에 참여한 대구지역 장애인들이었다. 그리고 콜라주 작품을 만든 조채원 작가와 이들의 조합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TK레포츠의 도현욱 대표와 나순옥 강사가 주인공이었다.

행사는 장애인 스쿠버캠프가 진행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는 것으로 시작됐다. 두류수영장 다이빙장에서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휠체어를 탄 채 물속에 몸을 던지는 장애인 스쿠버다이버의 모습은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 이어 새로운 세상에 도전한 장애인 스쿠버다이버들이 소감을 밝히는 순간마다 박수가 절로 터져 나왔다. 장애는 극복하기 위해 있는 것이었다.

장애인 스쿠버캠프는 2022년과 2023년 2년 동안 모두 세 차례 마련됐다.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장애인체육회 중 내륙지방인 대구에서 유일하게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모두 15명의 지체장애인이 동참했으며, 그 가운데 6명이 스쿠버다이버 자격증도 취득했다. 캠프는 이론교육 2일, 수영장 교육 4일, 바다 교육 3일로 진행됐다. 제주도에서 진행된 바다 교육을 두 차례 참여해야 자격증이 발급되기 때문에 캠프가 이어질수록 자격증 취득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캠프가 마련된 것은 도현욱 대표와 대구시장애인체육회 이재경 부장이 의기투합한 덕분이다. 30년 경력의 스쿠버 베테랑인 도 대표는 15년 전 제주 앞바다에 침몰한 경비정 인양작업 도중에 발생한 사고로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처지가 됐다. 사고 직후 3년에 걸쳐 힘겨운 재활운동을 소화한 뒤 휠체어자전거로 4대강 종주도 했다. 그리고 같은 아픔을 겪는 장애인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스쿠버로 봉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후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인스킨스쿠버 강사와 어시스턴트 양성과정도 개설하고 있다.

도현욱 대표는 이날 소감을 밝히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장애인들에게 너무나 생소했던 스쿠버다이빙을 교육하면서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그동안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체험다이빙은 있었지만,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교육과정은 대구에서 처음 진행됐기 때문이다.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장애인 스쿠버다이빙이 가능하도록 도와준 장애인체육회와 지원단 관계자, 그리고 어시스턴트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골판지를 찢거나 잘라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한 콜라주 작품을 제작한 조채원 작가는 도 대표와의 인연 때문에 대구장애인스킨스쿠버캠프에 어시스턴트로 동참했다. 조 작가는 제주 해녀를 작품에 담기 위해 스쿠버다이빙을 배웠으며, 해녀와 가까이 지내기 위해 제주살이를 하고 있다. 해녀학교를 졸업했으며, 인턴과정을 거쳐 올해부터 ‘아기해녀’로 바다에서 물질을 하고 있다.

휠체어테니스 국가대표를 역임한 홍영숙 대구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도 캠프에 동참했다고 한다. 그는 직원들이 캠프를 준비하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는 뒷이야기도 소개했다. 그리고 많은 장애인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스킨스쿠버캠프를 계속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진행 중인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운동’이 수중스포츠인 스쿠버다이빙으로도 확대되는 현장을 확인했다. 그리고 필자도 어시스턴트로 함께할 것을 약속했다.

김상진 (문화칼럼니스트)

김광재 기자 kj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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