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전 세계 해안 정착지 절반 이상 내륙으로 이동

[ 비건뉴스 ] / 기사승인 : 2025-12-24 14:09:58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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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최유리 기자]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 홍수 위험이 커지면서 전 세계 해안 정착지의 절반 이상이 지난 30년간 내륙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성 야간조명 데이터를 활용한 국제 연구 결과로, 해안 지역에서의 ‘후퇴’ 현상이 전 지구적 규모로 확인됐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안으로의 확장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에 발표됐으며, 쓰촨대학교 연구진이 주도하고 코펜하겐대학교 원격탐사 전문가들이 공동 참여했다. 연구진은 1992년부터 2019년까지 155개국 1071개 해안 지역을 대상으로 정착지 이동 양상을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해안 지역의 56%가 내륙 방향으로 이동했으며, 28%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반면 16%는 해안으로 더 가까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 수도권을 포함한 일부 유럽 지역도 해안 접근이 지속되는 지역으로 분류됐다.





해안 지역은 역사적으로 인구와 산업이 밀집해 온 공간이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40% 이상이 해안에서 100km 이내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 지역은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 열대성 저기압, 반복적 홍수 등 복합적인 기후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해안 후퇴의 규모와 원인을 종합적으로 규명한 연구는 제한적이었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을 통해 해안 후퇴가 과거의 재해 경험보다 사회적·제도적 취약성과 더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확인했다. 야간 위성조명 자료와 사회경제 지표를 결합한 결과, 방재 인프라와 적응 역량이 낮은 지역일수록 내륙 이동 속도가 빠른 경향이 나타났다.





공동 저자인 딩 연구자는 “전 세계 해안 지역의 절반 이상이 해안선을 등지고 있으며, 특히 아프리카는 67%, 오세아니아는 59%로 후퇴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시아와 남아메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경제 활동과 인구 증가로 해안 확장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는 또 저소득 지역의 적응 격차를 지적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저소득 해안 지역 중 약 절반은 생계와 토지 의존, 대안 부족으로 인해 후퇴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로 인해 수백만 명이 여전히 침수와 침식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소득 국가에서는 해안 후퇴가 가장 활발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들 국가가 이전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재정적 역량은 갖췄지만, 대규모 방재 인프라에 의존할 만큼의 부를 확보하지는 못한 과도기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저소득 지역과 고소득 지역은 서로 다른 이유로 해안에 머무르거나 오히려 더 접근하는 경향을 보였다. 저소득 지역은 일자리와 인프라 접근을 위해 해안 정착을 확대하는 반면, 고소득 지역은 방조제와 조기경보체계 등 기술적 대응 능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덴마크의 경우 최근 해안 침수 위험과 재산 피해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정책 지연을 둘러싼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연구 결과에서는 코펜하겐을 포함한 덴마크 일부 지역이 지난 수십 년간 해안으로 이동한 소수 지역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슈체포프 연구자는 “덴마크는 인프라와 제도적 적응 능력이 강하고, 시민들이 정책 대응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 이미 침식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내륙 계획과 선제적 회복력 강화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해안 후퇴의 핵심 요인이 재해 빈도가 아니라 현재의 취약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보호 인프라가 부족하고 사회·경제·정치적 적응 능력이 낮은 지역일수록, 위험을 감당하지 못해 더 빠르게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통계 분석에는 혼합효과 모형이 활용됐다. 그 결과 지역의 적응 역량이 1% 향상될 경우 후퇴 속도는 4.2% 감소했고, 구조적 보호 수준이 1% 높아질 경우 6.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각국의 기후 적응 정책에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프리슈체포프는 “위험 노출 자체보다 취약성이 공동체의 대응 방식을 결정한다”며 “반응적 후퇴가 아닌 선제적 계획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야간조명 데이터가 전력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실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며 추가 연구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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