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한국전기연구원(KERI)는 모빌리티 전기화에 필수적인 시스템 개발, 부품 개발, 응용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들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물리적 이동수단인 항공, 선박, 철도, 차량 등에 필요한 핵심 전기전자 체계에 소요되는 전력시스템, 전력변환장치, 전동기, 설계 플랫폼, 시뮬레이터, 에너지 관리, 극저온 수소, 수소에너지 시스템 등의 다양한 핵심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 ‘마그네틱 기어 적용 상반회전 프로펠러 전기추진기’ 50kW급 달성
KERI 전동력연구센터 홍도관 박사팀이 50kW급 ‘비접촉 마그네틱 기어 적용 상반회전 프로펠러’ 기술을 세계최초로 개발했다. ‘상반회전 프로펠러’는 전방 프로펠러에서 나온 회전 에너지를 후방 프로펠러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회수하고, 다시 추력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단일(1개) 프로펠러보다 추진 효율이 10% 이상 높고 에너지 절감 효과도 크다.
다만, 기존 상반회전 프로펠러는 톱니가 맞물려 동력을 전달하는 ‘기계식 기어’ 방식인데, 마찰로 인한 열·소음·진동이 크고, 기어 부품들의 마모 방지와 냉각을 위한 윤활유 공급, 정기적인 유지·보수 등이 필요했다.
이에 홍도관 박사팀은 지난 2022년, 세계 최초로 자석의 N극과 S극이 서로 밀고 당기는 힘을 이용해 접촉 없이 동력을 전달하고, 상반회전 프로펠러로 추진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비접촉 마그네틱 기어’를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마그네틱 기어가 태생적으로 상반회전이 가능하다는 점에 포인트를 두고, 이를 전·후방 프로펠러에 적용한 것이다.
이후 연구팀은 3kW(4마력)와 10kW(13.5마력)급 출력을 보유한 ‘비접촉 마그네틱 기어 적용 상반회전 프로펠러’를 전기추진 소형 무인선박(48Vdc 배터리 전압 기반)에 탑재해 실증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특히 해당 선박에는 KERI 정밀제어연구센터 천종민 박사팀의 ‘자율운항 제어시스템’도 적용돼 운항 경로의 자동 추종, 장애물 발견 및 회피 기능도 함께 확인했다. 이를 통해 향후 해양 조사선이나 악조건에서의 정찰 기능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기추진 무인선박 시대’의 문을 크게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 나아가 최근 홍도관 박사팀은 꾸준한 연구를 통해 성인 4명 정도가 탈 수 있는 수준의 50kW급(67.5마력)(순시 최대 65kW(87.8마력)) 출력까지 달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는 최대 8m 크기의 하이드로포일 전기추진 선박(600Vdc 배터리 전압 기반)을 구동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술이 상용화되면 소규모 인원의 수상택시 등 교통 및 관광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연구팀은 100kW 이상급 출력 달성을 목표로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100kW급 3기를 해양 모빌리티에 장착해 수십 명의 사람을 수송할 수 있는 일명 ‘직류배전 전기선박 시스템’ 기술까지 실현한다는 목표다.
KERI 홍도관 박사는 “높은 추진 효율과 연료비 절감 효과, 저소음·저진동, 유지·보수가 불필요한 반영구적 수명 등 많은 장점을 보유한 ‘비접촉 마그네틱 기어 적용 상반회전 프로펠러 전기추진기’가 친환경 해상 모빌리티의 판도를 크게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했다.
원천기술과 관련한 특허 출원, 국내외 연구성과 논문 게재 등을 완료한 KERI는 이번 성과가 친환경 모빌리티(선박, 항공, 자동차) 뿐만 아니라 국방, 자동화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계식 기어를 대체할 것으로 보고, 관련 기업으로의 기술이전을 통해 사업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양산화 눈앞… 전기차 주행거리 20% 향상 기대
KERI가 개발한 ‘리튬이온전지용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가 기술이전을 넘어 양산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기술은 리튬이온전지의 차세대 음극 소재로 주목받는 실리콘의 단점을 그래핀으로 보완했으며, 지난 2021년, 11억원의 기술료로 전기·전자 소재·부품 전문기업인 ㈜JNC머트리얼즈(대표이사 이창근)에 기술이전까지 된 대형 성과다.
실리콘은 기존 흑연보다 에너지 밀도가 10배나 높고, 충·방전 속도도 빠르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충·방전 시 부피 팽창(3배 수준) 문제와 전기 전도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KERI는 2차원 탄소나노소재인 ‘그래핀’을 활용했다.
전도성이 높고, 전기 화학적으로 안정한 그래핀은 우수한 기계적 강도를 지닌 그물망 구조의 코팅층을 형성하여 실리콘의 부피 팽창에 따른 성능 감소를 크게 완화시킬 수 있다. KERI는 특화된 산화·환원법을 통해 높은 전도성을 갖는 고품질 그래핀을 다양한 점도(묽은 잉크부터 고농도 페이스트 형태까지)로 만들어 리튬이온전지 음극 제조 공정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수(水)계 분산 기술’을 개발했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One-step 공정으로, 코어인 실리콘을 그래핀이 껍데기처럼 감싸 보호하는 ‘코어-쉘(Core-Shell)’ 구조의 복합 음극재를 대량 생산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를 통해 기존 리튬이차전지 음극에 들어갔던 실리콘의 양(첨가량)을 기존 5% 이내 수준에서 20%까지 4배 이상 증가시켜 고용량·고품질의 음극을 안정적으로 제조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전기차에 적용하면 주행거리를 약 20% 이상 늘릴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이다. 재료도 기존 고가의 나노 실리콘 대비 값싼 마이크론(μm) 크기의 실리콘을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연구팀은 시작품인 ‘파우치형 풀 셀(Full Cell)’을 제작하고, 전기화학 특성 평가 및 국내·외 원천특허 등록까지 완료했다. 기술이전 이후에도 상용화를 위해 KERI는 꾸준하게 성과의 확산, 기업 현장 기술지도 및 자문 활동을 펼쳐왔다.
먼저,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특허를 추가적으로 받아 국제적 기술 권리를 확보했고,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Energy & Environmental Materials’에 논문이 게재(2025년, IF14.1, 상위 7%)됐다. 해당 논문은 상용화 가능성과 응용성을 함께 제시한 점에서 학계와 산업계 모두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JNC머트리얼즈에서도 적극적인 투자 및 협력사와의 협업을 통해 그래핀 양산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충북 제천의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에 입주하여 최적의 생산 환경을 구축했고, KERI 원천기술을 스케일업(Scale-up)하여 엔지니어링 단계(Basic → Detail)도 하나씩 밟아 나갔다. 이를 통해 지난해 국내 최초로 대규모 그래핀 양산 설비(플랜트)를 구축하고 최적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현재도 지속적인 기술 고도화를 위해 KERI와 적극적인 협력을 펼쳐나가고 있다.
해당 설비는 수천 톤급의 고품질 그래핀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추후 실리콘과의 복합화를 통해 고성능 음극재로 탄생한다면, 약 6만대의 전기차용 전지(총 4GWh 규모) 혹은 수억 개의 스마트폰용 전지에 적용이 가능한 용량이다. 또한 고용량·고성능 리튬이온전지가 필요한 에너지저장장치(ESS), 고성능 AI 반도체 및 서버 등에 활용돼 국가 에너지·AI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KERI 정승열 나노융합연구센터장은 “해당 기술은 이차전지 고용량화 및 안정성 확보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고기능 나노소재 기반의 상용화 기술로서, 기업체 기술이전 후에도 복합 음극재의 양산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꾸준한 관심을 갖고 기업체와 협업했다”며 “원천기술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잘 이어진 사례로, 출연(연) 기술 사업화의 성공적인 모범사례로 손꼽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