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전환에 따른 청정에너지 기술 보급으로 핵심광물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 광물의 경우 공급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신규 광산 및 정·제련소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핵심광물이 에너지전환의 키포인트가 된 글로벌 상황에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글로벌 핵심광물 동향과 전략광물 심층 분석’ 보고서를 정리했다. <변국영 기자>
에너지전환 광물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4년 글로벌 리튬 수요의 증가율은 30%에 육박하면서 2023년의 증가세를 유지했다. 니켈, 코발트, 흑연, 희토류는 전기차(EV), 에너지저장장치(ESS),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로 2024년에 6∼8% 성장했다. 구리는 최근 2년간 약 3%대의 수요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데 중국의 송전망 투자 확대가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배터리 광물 공급이 수요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가격 하락을 압박했다. 중국(리튬·천연흑연), 인도네시아(니켈), 콩고민주공화국(코발트)이 공급 확대를 주도하면서 배터리 광물의 공급이 빠르게 증가했다.
배터리 광물의 공급 기반이 협소해 생산 증가 속도도 그만큼 빠르게 진행됐다. 짧은 리드타임과 투자 증가로 인해 2020년대 배터리 광물의 채굴 속도는 2010년대보다 훨씬 빠르다. 이러한 성장 대부분이 기존 공급국(중국, 인도네시아, 콩고)을 통해 이뤄졌지만 리튬의 경우에는 아르헨티나와 짐바브웨 등 신생국의 공급도 주목할 정도로 늘어났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정제역량 확대로 인해 원광 공급보다 정제 제품 생산 속도가 더 빠르게 증가해 정제 제품 가격이 원료보다 더 크게 떨어졌다. 원광인 리튬 스포듀민은 가격을 유지하는 반면 최종 제품인 탄산리튬 및 수산화리튬 가격은 계속 하락했다.
에너지 광물 가격은 2023년에 비해 하락폭은 줄었으나 약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비철금속 가격은 소폭 반등했다. 리튬은 2021∼2022년 동안 8배 급등했지만 2023년 이후에는 80% 이상 하락했다. 코발트·니켈·흑연은 2024년에 10∼20% 하락했지만 2023년 비해 하락 폭은 줄었다. 망간은 예외적으로 호주, 가봉의 공급 차질로 인해 2024년 하반기에 가격 상승과 더불어 수요도 증가해 가격 상승세가 가속되고 있다.
알루미늄, 구리, 아연 등 비철금속 가격은 2024년에 반등했고 2025년에도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주요 생산지역의 감산 및 운영 문제, 수요 회복 기대로 인해 가격이 올랐다. 특히 중국의 경기 회복 기대로 투자자들의 관심과 가격 상승을 유도하고 있지만 2025년의 경제 상황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요 금속거래소의 재고 감소는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공급 부족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과 가격 하락으로 광물개발 투자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낮은 광물가격으로 광산개발 투자 유인이 약화되고 있어 투자 증가율은 2023년 14%에서 2024년 5%로 감소했다. 이로 인해 신규 사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니켈, 코발트, 아연의 탐사 실적은 감소하고 리튬, 우라늄, 구리의 탐사는 증가하고 있지만 탐사 활동은 전반적으로 정체되고 있다.
최근의 가격 하락 및 투자 위축은 정제부문의 공급 다변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정제부문의 생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요 공급업체의 정제 집중도는 오히려 심화됐다.
구리와 리튬의 주요 정제업체는 중국으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체 공급 증가의 약 70∼80%를 차지했다. 니켈의 경우 최대 정제업체인 인도네시아가 글로벌 공급 증가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코발트, 흑연, 희토류 원소의 경우에 거의 모든 공급 증가량을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니켈과 코발트의 정제 집중도는 오히려 더욱 심화됐고 상위 3개 업체의 점유율이 니켈의 경우 60%에서 80%로, 코발트의 경우 80%에서 90%로 각각 증가했다.
핵심광물이 전략적으로 중요해지고 있고 핵심광물 공급이 소수 특정국에 집중돼 있어 해당국은 자원 무기화를 통해 지정학적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수출통제를 광물 원료뿐만 아니라 가공기술과 장비로 확대해 글로벌 공급망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의 중국 수출통제는 특히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되며 특히 반도체, 방산 및 에너지 기술 관련 광물이 주요 대상이다.
콩고의 코발트 수출 중단은 공급 조절을 통한 시장 안정화가 목적이며 인도네시아의 니켈 광석 수출금지는 자국 내 가공 유도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통제에 따라 비스무트와 인듐의 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따라 미국, 일본, EU 등의 주요국은 공급망 재편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핵심광물의 수요는 청정에너지 기술 보급으로 인해 모든 시나리오(현정책유지 시나리오(STEPS), 공약이행 시나리오(APS), 탄소중립 시나리오(NZE))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정책 유지 시나리오 가정에서 핵심광물 수요는 2040년까지 2∼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리튬은 현재보다 5배나 늘어날 전망이다. 2040년까지 흑연과 니켈은 2배 이상, 코발트와 희토류는 1.5배, 구리는 1.3배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리튬, 흑연, 니켈, 코발트 수요 증가는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저장장치 보급으로 인한 배터리 수요 증가에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성장률 하향 조정으로 인해 코발트 수요는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리 수요는 전력망과 산업 장비의 전기화 및 건설 확대가 주요 요인이고 희토류 자석은 전기차와 풍력발전의 영구자석 수요 증가에 기인하고 있다.
현재는 공급 과잉이지만 발표된 프로젝트를 토대로 향후 공급은 수급 균형을 개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 구리와 리튬에서는 공급 부족 가능성이 높다. 1차 공급 요구량 대비 예상 공급량을 보면 구리, 리튬, 니켈은 기본 및 고생산 시나리오 모두에서 2035년까지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 시나리오에서 2035년까지 구리는 30%, 리튬은 40%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며 고생산 시나리오에서도 공급이 부족하다. 구리는 가격 상승, 투자 지연, 프로젝트의 불확실성 증대로 인한 공급 격차 발생이 주요 요인이며 리튬은 단기적으로는 공급이 원활하나 2035년부터는 초과 수요로 인한 공급 부족이 발생할 전망이다.
증가하는 핵심광물의 수요를 충족하려면 신규 광산 및 정·제련소에 대한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STEPS에서는 2040년까지 약 5000억 달러의 신규 광산 투자가 필요하며 APS에서는 빠르게 증가하는 수요를 반영해 6000억 달러(약 15%)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STEPS와 APS 시나리오 모두에서 구리는 약 3500억 달러로 가장 많은 투자가 요구되며 니켈도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핵심광물의 공급 집중도는 2035년에도 여전히 특정국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광물 채굴에서 리튬, 흑연, 희토류 등의 채굴지가 다변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집중도는 높다. 특히 니켈은 2035년까지 공급의 85%가 상위 3개국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제 집중도는 채광보다 더 심하며 중국이 2035년 기준으로 정제 리튬과 코발트의 60% 이상, 배터리용 흑연과 희토류의 8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충격 시 가격 급등, 비용 상승, 청정에너지 기술 보급 지연, 물가 상승 등을 초래하므로 공급망 복원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