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전환에 따른 청정에너지 기술 보급으로 핵심광물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 광물의 경우 공급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신규 광산 및 정·제련소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핵심광물이 에너지전환의 키포인트가 된 글로벌 상황에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글로벌 핵심광물 동향과 전략광물 심층 분석’ 보고서를 정리했다. <변국영 기자>
에너지, 기술, 우주항공 등의 광범위한 산업에서 전략광물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핵심광물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전략광물은 주요 에너지 광물(구리,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희토류, 망간, 실리콘)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략광물은 하이테크, 우주항공, 반도체, 방산, 첨단 제조업 등 광범위한 산업에서 필수적임이며 특정 전략광물은 다양한 산업에서 중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기술 산업에서는 반도체, 5G 통신, 적외선 센서, 레이더, 전기 모터, 관성항법장치 등의 디지털, 인공지능, 로보틱스에서 사용되며 희토류, 인듐, 탄탈럼, 갈륨, 게르마늄, 텔루륨, 실리콘 등이 주요 광물이다.
.에너지산업에서는 배터리, 전기차, 태양광, 풍력, 원자력, 전력망 등에서 사용되며 주요 광물은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구리, 흑연 등이다.
.우주항공 산업에서는 터빈용 초합금, 경량 구조체 등에 사용되며 주요 광물은 니오븀, 바나듐, 티타늄, 텅스텐, 하프늄 등이다. 고성능 소재 산업에서는 특수강, 내화재 등에서 사용되며 주요 광물은 크롬, 몰리브덴, 텅스텐, 지르코늄, 보론 등이다.
다양한 첨단 산업에서 이중 용도로 사용되는 리튬, 희토류, 갈륨, 텅스텐 등 전략광물의 수급 불균형은 파급력이 크게 확산될 수 있다. 중국의 수출 통제 대상 품목 광물의 대부분이 이중용도로 사용되는 광물이다.
이러한 전략광물은 시장 규모는 작을지라도 단 한 개 광물의 공급 차질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고도의 공급 집중, 극심한 가격 변동, 부산물 의존과 같은 비정형적인 위험이 존재하므로 정책적, 공급망 측면에서 범용성이 높은 광물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많은 전략광물 시장은 거래량이 작고 가격 정보가 비공식적인 경우가 많아 시장 정보 접근성이 낮다. 탄탈럼, 티타늄, 비스무트, 게르마늄, 갈륨, 텔루륨 등의 전략광물은 시장 규모가 수억에서 수십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현물 거래는 적고 비표준화된 계약이 다수이며 부산물 형태로 유통돼 공식적인 현물시장 지표가 부족하다.
공급 중단 등의 이상 신호 탐지에 어려움이 있다. 전략광물 시장은 규모가 작고 공식적인 가격 지표가 부족해 이상 신호를 조기에 감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정학적 위험 혹은 환경 문제로 인해 공급 중단이 발생해도 실제 영향을 인식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2024년 중국의 비스무트, 게르마늄 수출 제한에 따른 초기 탐지가 어려웠지만 전자 및 방산 산업 등에서 큰 여파가 발생했다.
공급 구조가 경직된 상태에서 수출 제한 등의 무역 규제가 가중되면 심각한 시장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 전략광물은 특히 중국, 콩고민주공화국, 인도네시아 등의 공급 집중도가 높아 지정학적 위험에 취약하다.
전략광물은 가격 변동성, 공급 불확실성, 부산물 위험, 대체 불가능성, 수출통제 등의 공급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 탄탈럼, 티타늄, 바나듐 등은 매우 높은 가격 변동성을 보인다. 전략광물의 절반 이상이 석유나 천연가스보다 가격 변동성은 심하다.
대부분의 광물이 소수 특정 국가에서 채광·정제되며 중국은 정제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종의 전략광물 중 중국은 19종의 정제부문을 장악하고 있다. 일부 전략광물은 다른 광물을 정·제련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므로 수요가 증가해도 공급은 제한적일 수 있다. 비스무트는 주석의 부산물로 생산되므로 비스무트 수요가 증가해도 공급을 확대하기 어렵다.
전략광물은 성능상 대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티타늄은 고온 환경에서의 강도와 부식 저항성 측면에서 독보적이다. 특정 국가의 수출 금지, 수출 허가 등의 무역규제로 인해 전략광물의 공급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IEA는 5가지 기준으로 전략광물의 공급 위험을 평가하는 지표를 제시했다. IEA는 전략광물의 공급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전 예방책을 제시했다. 정제 및 가공 경로에 대한 디지털 추적시스템 도입을 권장하고 재자원화 기술 개발을 위한 공공부문의 R&D 지원 및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위험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공공 보조금, 투자 인센티브 등의 재정 지원과 함께 차액계약제도, 상-하한 가격모델 등의 가격 안정화 장치가 필요하다.
재자원화 통해 신규 광산 채굴 수요 줄여
2040년까지 재자원화 통해 약 30% 광산 투자 감축
핵심광물 재자원화는 광물의 신규 채굴 수요를 감축시킨다. STEPS 가정의 경우 2040년까지 신규 채굴 수요의 5∼30%를 감축시키고 2050년까지 구리와 코발트는 35%, 리튬은 20%, 니켈은 15% 감축이 가능하다. ASP 가정의 경우 2050년까지 광물별로 25∼40% 감축할 수 있다.
아울러 채굴 수요 감소에 따른 광산 투자도 감소시킬 수 있어 재자원화는 지속가능성과 재정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제공한다. 2040년까지 재자원화를 통해 약 30%의 광산 투자를 줄일 수 있다.
핵심광물 재자원화는 자원을 회수해 다시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략적 2차 공급원으로 역할을 수행한다. 신규 광산 의존도 감소, 공급 충격 대응 버퍼(비축 기능), 매립 방지 및 환경·사회적 영향 최소화, 온실가스를 감축한다.
재자원화를 통해 신규 광산 채굴 수요를 줄이고 비상시에는 재자원화는 비축과 같은 기능을 수행해 가격 안정화, 수급 조절 등 완충재로 작동한다. 또한 폐기물의 매립을 방지하고 채굴로 인한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줄이고 사회적 수용성 확보에 기여한다. 니켈, 코발트, 리튬 등 재생 원료는 신규 광물 대비 80% 이상 낮은 탄소를 배출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다.
핵심광물 재자원화를 확대하기 위해 명확한 정책 목표 및 방향이 필요하다. 국내 회수·처리 시설 구축과 같은 인프라 강화, 재자원화 의무화 및 규제 강화, 재자원화 신기술 개발을 위한 R&D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