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석유 수요는 당분간 증가세를 보이다가 2030년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부문이 2026년 이후 수요 증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세계 석유 수요 증가는 대부분 신흥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GDP와 석유 수요 간에 탈동조화도 두드러지고 있다. 사우디와 미국이 석유 생산 증가를 견인하는 가운데 비OPEC+ 산유국이 세계 석유공급 증가 주도할 전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IEA 세계 석유 수급 전망’ 보고서를 정리한다. <변국영 기자>
세계 석유 수요는 2024년에 1억300만b/d에서 2030년에 1억550만b/d(250만b/d 증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수요 증가는 2025∼2026년에 연평균 약 72만b/d 증가하는 반면 이후에는 증가폭이 줄어들면서 2030년에는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수요 증가세 둔화의 주요 구조적 요인은 저조한 경제 성장, 수송 및 전력 부문에서 석유의 빠른 대체 등이 작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NGL(Natural Gas Liquids) 공급의 안정적인 증가와 바이오연료 사용 증대에 힘입어 석유화학부문이 2026년 이후 수요 증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원료와 바이오연료를 제외한 연소용 화석연료 수요는 약 840만b/d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며 이에 따라 석유 소비로 인한 탄소 배출은 2027년에 정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 부문에서 수요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2030년에 LPG/에탄 및 납사가 전체 석유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로 전망되며 이들 제품은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세계 석유 수요 증가는 대부분 신흥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품 전반에 걸친 수요 증대에 힘입어 비OECD 국가의 석유 수요는 2024∼2030년 동안 연평균 1.2% 증가해 총 420만b/d가 늘어날 전망이다. 아시아 국가가 석유 수요 증가를 주도하며 특히 인도의 석유수요는 분석기간 동안 100만b/d 증가해 단일국가 기준으로 최대 증가폭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OECD 회원국의 석유 소비는 2023년에 팬데믹으로부터 완전히 회복됐으나 2024∼2030년 동안 총 170만b/d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 국가에서는 자동차부문의 전환과 구조적인 경제 성장세 둔화가 수송용 및 산업용 석유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소비는 분석기간에 각각 약 100만b/d 감소할 것이며 LPG/에탄 및 항공유만이 연간 약 1% 수준의 증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OECD 회원국이 세계 석유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의 44%에서 2030년에 42%로 감소할 전망인데 이 비중은 2013년에 처음 50% 밑으로 떨어진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중국의 석유 수요는 연간 3만b/d 증가하는 데 그쳐 2030년에 1670만b/d로 전망됐다. 이는 전기차 보급 급증으로 인해 지난해 전망치 대비 하향 조정된 것으로 지난해 발표된 ‘Oil 2024’에서 중국의 석유 수요는 2030년에 1810만b/d로 전망됐다. 중국의 전기차 보급 수준은 지난해 전망을 크게 상회했으며 이는 2024년 발표된 경기 부양책의 일환인 전기차 보급 가속화를 위한 신규 정책들에 의해 주도됐다.
반면, 미국의 석유 수요는 2030년에 2000만b/d로 전망돼 지난해 전망치 대비 110만b/d 상향 조정됐다. 이는 2025년 GDP 성장률 전망이 기존 1.7%에서 2.1%로 높아졌고 유류 가격이 낮아졌으며 전기차 보급세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력부문에서 석유를 가스 및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공격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력부문의 석유 소비가 2024∼2030년 동안 100만b/d 감소하며 그로 인해 다른 제품의 수요 증가가 상쇄돼 사우디아라비아의 전체 석유 소비는 분석기간에 62만b/d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경제 성장은 여전히 석유 수요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지만 GDP와 석유 수요 간에 탈동조화는 이미 시작됐다. IEA의 전망은 2024∼2030년 동안 세계 연평균 GDP 성장률을 3%로 가정했으며 여기에는 지역간 뚜렷한 차이가 반영됐다. OECD 회원국의 연평균 GDP 성장률은 1.8%, 비OECD 국가의 성장률 3.9%의 절반에 불과했다.
분석기간에 세계 연평균 GDP 성장률은 2010년대 평균치보다 약 0.5%P 낮으며 이는 인구 고령화와 탈세계화가 세계 경제 성장 및 무역전망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GDP 성장률 둔화는 중국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중국의 연평균 GDP 성장률은 2010년대 평균보다 약 4%P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공공보건 정책으로 인해 석유 수요가 왜곡됐던 팬데믹 시기가 종료된 이후 석유 수요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서 GDP의 역할이 회복됐으나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인다. 수송 및 전력 부문에서의 전환 가속화로 인해 GDP 영향이 상쇄됨에 따라 석유 수요가 정체되거나 2030년 말에는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석유 생산 능력은 2024∼2030년 동안 총 510만b/d 증가해 2030년에 1억1470만b/d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NGL과 기타 비원유 액체연료의 강력한 성장과 더불어 세계 최대 석유 공급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석유 생산 능력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비원유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전략적 전환은 석유화학 원료에 대한 높은 수요와 액체 연료 자원이 풍부한 가스전 개발에 의해 촉진됐다.
비OPEC+ 산유국이 전 세계 석유 생산 능력 증가의 2/3을 차지하며 이들 국가의 석유 생산 능력은 2024∼2030년 총 310b/d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석기간에 OPEC+의 생산능력은 약 200만b/d 증가하는데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 내에서 생산능력 확대를 주도하고 그 대부분이 NGL 부문에서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비OPEC+의 생산 증가를 계속 주도하며 특히 NGL부문에서 강력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셰일기업들이 낮은 유가로 인해 생산 활동을 축소함에 따라 향후 세계 석유공급 증대에서 미국 비중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2030년 동안 세계 석유 생산 능력 증가의 40%가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비원유 액체연료 생산능력은 2024∼2030년 동안 총 310만b/d 증가하며 NGL이 이 중 75%(23만b/d)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산유국이 가스 생산을 증가시킴에 따라 해당 지역의 NGL 공급은 2024∼2030년 동안 총 140만b/d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질 타이트 오일 생산기업들이 낮은 유가 전망으로 인해 지출을 줄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스 함량이 높은 저류층이 점차 개발돼 미국 내 NGL 생산은 86만b/d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연료 생산은 약 68만b/d 증가할 것이며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가 이를 견인할 전망이다. 비전통적인 바이오연료 생산 및 정제 수율 증가로 인해 20만b/d가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공급 능력과 달리 실제 세계 석유 공급은 2030년에 1억720만b/d에 달해 2024년 대비 410만b/d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OPEC+의 석유 공급은 분석기간 동안 310만b/d 증가하며 이 중 대부분이 미주지역 생산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스자원 개발과 카타르의 LNG 생산 증대에 힘입어 중동지역에서 NGL 생산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지역에서의 석유 공급 증가와 석유 수요 증가세 둔화에 따라 OPEC+산 원유에 대한 수요는 2024년의 4160만b/d에서 2030년에 3980만b/d로 180만b/d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NGL과 콘덴세이트 포함한 OPEC+의 석유 공급은 2024∼2030년 동안 총 100만b/d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비OPEC+ 산유국의 석유 공급이 대폭 증가함에 따라 OPEC+는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8년 이후에는 비OPEC+의 생산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며 이는 2030년까지 완료되는 프로젝트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