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상담을 하다 보면 흔히 듣는 질문이 있다. “다른 곳도 다 오르는데 집값이 오른다고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갈아타기를 할 수도 없고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니 차라리 현금을 들고 있는 게 낫지 않냐는 시각이다. 얼핏 합리적 같지만, 이는 자본주의 핵심 원리를 간과한 순진한 주장이다.
우선 전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모든 부동산이 같은 속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자산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입지는 제한적이고, 그중에서도 서울 상급지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따라서 단순히 현금과 부동산을 비교할 수는 없다. 상급지 부동산은 ‘가치가 오를 자산’이라는 점에서 현금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성격을 가진다.
현금을 들고 있으면 언제든 쓸 수 있어 든든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반쪽짜리 진실이다. 서울 상급지 아파트는 거래 유동성이 높아 필요할 때 즉시 현금화가 가능하다. 시세보다 조금 낮춰 내놓으면 바로 매각할 수 있다. 유동성 측면에서 현금과 다르지 않으며, 동시에 인플레이션 속에서 가치가 커지는 준현금 자산이다.
반대로 현금은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줄어든다. 물가 상승은 불가피하고, 현금을 보유하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다.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흩어진다. 반면 서울 상급지 부동산은 같은 시간 동안 자산을 불려준다. 줄어드는 자산에 설지, 늘어나는 자산에 설지가 결정적 차이를 만든다.
부동산 상승을 ‘갈아타기’라는 좁은 프레임으로만 보는 것도 문제다. 갈아타기를 하지 않더라도 본인이 가진 상급지 아파트가 오르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단순히 집값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자본 수준 자체가 상승하는 과정이다. 자본 규모가 커지는 만큼 선택지가 달라진다.
자산이 상승한 사람은 새로운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는 여력도 커진다. 더 큰 자본을 움직일 수 있는 문이 열린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금만 들고 있는 사람은 그 문 앞에조차 설 수 없다. 기회는 언제나 자산가 쪽으로 기운다.
결국 자본주의 본질을 다시 짚어야 한다. 자본주의는 화폐 가치 하락과 자산 격차 확대라는 구조를 갖고 있다. 돈은 줄어들고 자산은 늘어난다. “현금을 들고 소박하게 사는 것이 낫다”는 생각은 따뜻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위험하다. 현금은 줄고 상급지 자산은 늘어난다. 선택은 단순하다.
서울 상급지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본인의 자본 수준을 규정하는 핵심 도구다. 현금을 들고 있는 삶은 현재에 안주하며 자산을 갉아먹는 삶이다. 반대로 상급지 부동산을 가진 삶은 미래의 기회를 확장하며 더 큰 자본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상급지 아파트 가격 상승은 단순한 집값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자본 수준이 끌어올려지고 미래 선택지가 확장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부동산 상승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질문은 자본주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물음일 뿐이다.
정답은 이미 분명하다. 현금을 쥔 삶보다 상급지 부동산을 쥔 삶이 자본주의에서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 그리고 그 우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크게 벌어진다. 결국 자본주의 게임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급지 부동산 보유가 가장 강력한 선택이 된다.